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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선 Jul 03. 2023

"학원에 가면 울 것 같아" 2

영어학원에 가는 날이 다시 왔다.

아침부터 아이는 시무룩했다.


"엄마 나 오늘 영어학원 가?"

"가야지"


아이의 눈에 또 눈물이 고였지만, 나는 많은 고민 끝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도 개입하지 않는 부모들을 보며 나는 우리 아이를 방임하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아이가 학원에 가기 싫다고 하면 어떤 문제인지 적극적으로 묻고 개입하고 어쩌면 해결까지 아이와 함께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방임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단순히 친구와 놀다가 다투어서 '너랑 안 놀아' 수준이 아닌 것 같아 더 고민하였지만 결론은 같았다.


"아윤아, 엄마는 그 상황을 정확히 몰라. 그래서 아윤이 말만 듣고 학원 가지 마라고 할 수는 없어. 또 앞으로 아윤이가 많은 친구들과 문제가 생길 텐데 그건 당연한 거야. 모두와 친하고 즐겁게만 지낼 수는 없거든. 친구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피하는 건 안돼. 그럼 아윤이가 크면서 어디서도 머물 수가 없어"


아이가 이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들도 아윤이한테 말한 거 다 잊어버렸을 수도 있어. 아윤이는 친구한테 말한 거 다 기억해?"

"아니"

"오빠들도 아마 기억 못 할걸? 일단 오늘 가보자. 오늘 가보면 오빠들이 아윤이한테 한 말을 기억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야"

"기억하면?"

"기억해도 뭐 괜찮아. 아윤이가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면 진짜 별거 아니거든"


대신 오늘은 수업 끝나자마자 데려갈 수 있게 일찍 데리러 가기로, 그리고 울 것 같아서 학원에 가기 싫은데도 용기를 냈으니 간식으로 도넛을 약속했다.



살짝 긴장하는 아이와 함께 학원 문을 열었다.

그런데 한 남자아이가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에이미다!!!" 하고 마중을 나오는 게 아닌가?

이미 게임 끝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에게 물었다.


"오늘 어땠어?'

"괜찮았어"

"오빠들이 아윤이한테 한 말 다 기억해?"

"아니"

"그럼 오빠들이 아윤이를 미워하는 것 같았어?"

"아니"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지?"

"맞아 용기 내서 학원에 가보니까 별거 아니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소심한 우리 아이가 자신에게 하는 말을 오해해서 들은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마음이 여린 아이라 조금만 언성이 높아져도 굳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아이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 한 뼘 성장한 느낌이라 마음이 좋았다.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이번에 낸 용기를 바탕으로 조금 더 단단하게 반응할 수 있겠지.


그리고 엄마인 나도 앞으로 아이가 가져오는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아이가 다른 사람의 반응을 오해하여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하더라도 그 아이의 현실에선 그것이 진실이다. 아이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이의 진실을 잘 들어주고 엄마가 앞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을것. 세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 아이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이제 진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우리 아이를 뒤에서 뒷받침하며 응원해야 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지만 정말 중요한 일인데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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