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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슬비 Sep 07. 2023

민화 속 '거북' 도상의 변화와
상징이야기(39)

1.십장생도(十長生圖)에 나타나는 거북(1)

  <장생도(長生圖)>는 

처음 

궁궐을 장식하는 ‘장식화’나 

기념일에 선사하는 ‘길상화’로 

제작되었다. 


<장생도>에 나오는 사물들은 

해와 달, 하늘과 구름, 바다, 

산과 바위, 소나무와 

복숭아나무, 대나무와 영지와 같은 

변함없이 유구히 존재한다고 

믿어졌던 

자연물과 학, 사슴, 거북 등과 

같은 동물들이다. 


<장생도>의 동물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들도 있지만, 

관념에 있어서는 현실을 넘어선 

‘영수(靈獸)’들이라고 볼 수 있다. 


청색과 황색 날개를 가진 학,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는 거북, 

아름다운 뿔을 가진 

갈색과 흰색의 사슴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장생도> 중에서 

옛날부터 오래 산다고 믿어져 왔던 

열 가지 소재를 한데 모아 

‘불로장생’의 상징으로 그린 것이 

<십장생도>이다. 


<십장생도>가 

언제 처음 그려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 후기 문신이었던 

이색(李穡)의 『목은시고』에 있는 

‘세화 십장생을 읊다(歲畫十長生圖讚)’라는 

시(詩)를 통해, 

고려시대에도 이미 

<십장생도>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집에는 

세화 십장생이 있는데, 

지금이 10월인데도 

아직 새 그림 같다. 

병중에 원하는 것은 

오래 사는 것보다 

더할 것이 없으므로, 

죽 내리 서술하여 예찬하는 바이다.”. 

-한국고전번역원, 목은시고 제12권-


이 시를 통해 십장생은 

해(日)·구름(雲)·물(水)·돌(石)·

소나무(松)·대나무(竹)·영지(芝)·

거북(龜)·학(鶴)·사슴(鹿)이며 

고려시대에도 거북은 

신령스러우며 장수를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화십장생도찬’ 중에서 

‘거북’에 관련된 시는 다음과 같다.      


멀리 생각건대, 

용도는 하수에서 뛰어나왔고

(緬想龍圖躍在河)

낙귀는 하늘이 내려 

왕가의 상서 되었는데

(洛龜天錫瑞王家)

신선 거북으로 표출된 이후부터는

(自從表出神仙後)

문득 산중에 들어가 

해의 정기만 삼키누나.

(却入山中嚥日華).     


  ‘세화’에 대한 기록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홍석모'가 

우리나라 연중행사와 풍속 등을 

정리하여 설명한 

『동국세시기』를 보면, 

‘설날 도화서에서 

<수성선녀도(壽星仙女圖)>와 

<직일신장도(直日神將圖)>를 그려 

관청에 바치고 

서로 주기도 하는데, 

이를 세화(歲畫)라고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중종실록』의 주석에 

‘세화는 화사(畫師)들을 시켜, 

미리 화훼, 인물, 

누각을 그리게 하고, 

그림을 아는 재상에게 

그 우열을 나누어 기록하게 한 다음, 

그 그림을 골라서

 대내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재상과 근신에게 

하사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 학자인 

명고 서형수의 

『명고전집』제2권, 

‘선영 아래 은거하던 중에 

홀연 세찬과 세화를 하사받고

(楸屛伏之中 忽蒙歲饌歲畫恩賜)’

라는 시를 보면, 

설날에

 ‘세화’를 하사받은 것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이러한 기록으로 보아 

고려시대 ‘세화’의 풍속은 

조선시대에도 계속 이어졌으며, 

새해를 송축하고 

질병이나 재앙을 예방하고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벽사’와 ‘기복’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십장생도>는 이러한 ‘세화’ 중의 하나였다. 


‘입춘(立春)’의 세시 풍속을 보면, 

궁중에서는 춘첩자를 붙이고 

벼슬아치와 서민의 집, 

시장 가게에도 모두 

‘춘련(春聯)’이라 불리는 글을 

기둥과 벽에 붙이고 비는데, 

이를 ‘춘축(春祝)’이라고 했다고 한다. 


‘춘련’에 쓰이는 내용 중에, 

‘여섯 마리의 자라(鼈)가 절하며, 

남산 같은 장수(長壽)를 바치며, 

아홉 마리 용은 

사해의 보배를 실어 온다

(六鰲拜獻南山壽 九龍載輸四海珍).’

라는 문구가 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고려시대는 물론 조선시대에도 

‘거북’은 여전히 ‘장수’를 염원하고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벽사’의 상징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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