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십장생도(十長生圖)에 나타나는 거북(8)
지금까지 살펴본 궁중 회화는
점점
도식화되는 성향이 있어
편년이 뚜렷한 『의궤』를 참고하여
제작 연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화’는
대부분 낙관이 없어
‘작가’와 ‘제작 연대’를
알아내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궁중 회화처럼
도식화되지 않고,
작가의 생각을
자유롭게 화폭에
담아내어 궁중 회화보다
제작 연대를 추정하기가 더 어렵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8폭
<십장생도> 8폭과
<십장생도> 2폭(가리개),
<장생화조도> 8폭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십장생도> 2폭(가리개)는
제1폭에서는
소나무와 오색구름, 폭포와 바위,
사슴, 영지, 빨간 모란꽃과 함께
포말을 일으키며,
적색 서기를 뿜어내는
거북이 표현되어 있다.
제2폭에서는
오색구름과 함께
붉은 태양이 떠 있다.
청학(靑鶴)과
황학(黃鶴)이
언덕 위에 날개를 접고 서 있고,
청학 뒤에는
바위틈 사이로
대나무가
구름 사이로 보일 만큼
길게 뻗어
자라나 있다.
황학은
영지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다.
언덕 위에
기암괴석이 있고,
바위틈 사이로
영지가 피어 있다.
제1폭과 마찬가지로
제2폭에도
빨간 모란꽃이
표현되어 있으며,
적색 서기를 뿜으며
새끼를 등에 태우고
헤엄치는 거북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십장생도> 2폭(가리개)는
<십장생도> 8폭처럼처럼
채색에 사용된 채색은
‘오방색’으로 색채는 간단하다.
청색, 백색, 적색, 먹(흑), 황색이다.
태양과 모란꽃, 영지와 소나무 줄기,
거북의 서기는
적색으로 채색하였고,
청학과 솔잎과 암석은 청색,
학의 배와 폭포, 물, 사슴뿔은
호분(백색)으로 채색하였다.
황학과 괴석, 바위와 구름은
황색으로 채색하였으며,
거북과 학의 꽁지와 다리는
먹(흑색)으로 채색하였다.
거북의 정수리와 다리 부분은
적색으로 표현하였는데,
다리 부분의 적색은
화염문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거북 등의 귀갑문은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무슨 형태인지 모호하지만,
육각형 귀갑문의 변형 형태로
연속된 육각형을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에서는 민화의
‘자유로움’과
‘해학성’이 잘 드러나 있다.
예로부터 오래 산다는 것들을 모은
십장생들을 2폭 가득 담아 놓고,
거기에다
새끼를 등에 태운
거북의 모습은
민화의 ‘해학성’을
너무나 잘
드러내고 있는 표현이다.
거북은 원래
‘장수’의 상징이기도 하였지만,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여기서
새끼를 등에 태운
거북의 모습은
‘장수’ 위에 ‘장수’를 더 얹고,
거기에다
‘다자(多子)’까지
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붉은 모란꽃까지
그려 넣음으로써
‘벽사’와 ‘부귀영화’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나무의 ‘죽(竹)’은
‘축(祝)’과 음이 같아서
대나무와 학이 함께 그려지면
‘축하(祝賀)’의 의미를 가지게 되어
‘축수도(祝壽圖)’로써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자식 많이 낳고,
오랫동안 무탈하게
부귀영화를 누리며
장수하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리개는
전체적으로
그림의 구도와 필선,
색채는 간단하다.
그러나
이 두 폭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다.
십장생을 가득
채우고
민화의 기본색인
오방색으로
채색함으로써
민화의 본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그림인 것이다.
이 그림 역시
20세기 초반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