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펠탑, 쎄느강 크루즈와 오후에는 콩코르드 광장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까지 산책하는 일정이다.
파리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에펠탑, 1889년에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한 파리 만국 박람회를 개최하였는데 이를 상징한 기념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만들어진 초기에는 예술적 취향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추악한 철 덩어리이라 비난을 받았다고 하지만, 200년도 더 전에 7,300여 톤의 철근을 300미터 높이로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고 생각하니 그것 만으로 경이롭다.
원준이와 나는 2층까지 계단으로 걷는 코스를 예매했다. 10시 티켓이지만 줄이 길까 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사람이 적어 더 빨리 출발할 수 있었다. 2층은 에펠탑의 중간쯤이고 높이는 115미터, 약 600여 개의 계단이다.
나는 유투버 콘셉트 의 동영상을 찍으며 계단을 올랐다. 앞서서 조용히 걸어가던 아들이 1층에 도착 후 자기 얘기는 빼 달라며 강하게 어필을 한다. 원준이는 공중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몇 발자국 앞에서 걸으며 별 제제가 없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너무 무서워서 그것까지 얘기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1층을 지나 2층으로 오를 때는 옆으로 내려다 보이는 높이감과 바람 때문에 살짝 오금이 저린다. 옆에 난간에 손을 잡고 올라갔다.
3층까지는 승강기로만 갈 수 있는데 이미 5월 초순까지 예약이 다 되어 있다. 사람이 적은 1층으로 내려와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며 카푸치노와 프레즐을 나눠 먹었다.
에펠탑 옆의 선착장에서 쎄느강 유람선을 탔다. 한 시간 정도 쎄느 강변의 좌우로 늘어선 파리의 명소를 감상하고 돌아오니 점심시간이다.
우리는 구글 맵의 추천 ‘프랑스 요리에 지친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라는 베트남 식당에 눈길이 머물렀다. 구글의 똑똑함에 감탄하며. 다시 에펠탑을 지나 마스(Mars) 공원을 가로질러 약간의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매주 토요일은 휴무다. 구글에 그 정보도 있었는데 우리가 놓쳤다. 다행히 근처에는 일식당도 있고 중식당도 있어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중국 식당에서 만두와 유린기와 비슷한 닭고기 요리와 볶음밥을 먹었다.
식사 후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파리에선 VOLT가 대세라는 데 우버 앱이 깔려 있고 신한 JCB카드로 결제수단까지 등록되어 있어 우버를 선택했다. 드라이버가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통화를 계속해서, 그것도 스피커폰으로 불쾌했다. 드라이버 평가 1점을 줬다.
숙소에서 1시간쯤 휴식을 하고, 쎄느강을 따라 운행하는 72번 버스를 타고 콩코르드 광장으로 갔다. 구글에는 버스비가 2.2유로라고 있었는데 현금은 2.5유로다. 콩코르드 광장에서 2 킬로미터 이상 넓고 길게 뻗은 샹젤리제 거리가 이어져 있고 그 끝에는 개선문이 있다. 넓은 길을 따라 걸으며 잔디밭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며 책을 읽는 파리사람들이-관광객은 아니겠지- 여유로워 보인다, 많지는 않지만 길거리 음식도 군데군데 있다. 길게 사람이 줄을 선 곳은 뭔가 다른 게 있게 마련이다. 그 집은 어찌 보면 꽃상여 같긴 했지만, 꽃으로 가게 부스를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차별화는 가장 기본적인 경쟁전략이다.
개선문에 가까워지면서 유명한 명품 샵들이 즐비하게 이어져 있다. 루이뷔통 매장과 그 바로 옆의 디올 매장은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있다. 나이키 매장은 어느 곳을 가도 북적거린다. 가격은 서울과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비쌀 수도 있겠다. 아디다스 매장은 독특한 콘셉트와 디스크 쟈키가 멋진 음악을 계속 틀고 있지만 나이키 매장에 비하면 한산하다. 직장 동료가 카톡으로 가보라고 알려준 샹젤리제 거리의 ‘라뒤레’라는 디저트 카페는 줄이 너무 길어 그 옆의 카페에서 까푸치노를 한잔했다. 나는 까푸치노 원준이는 라테,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그 가격이 37유로니 5만 원이 넘는 셈이다. 개선문은 그 웅장함이나 규모가 대단했지만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다. 아마 오전에 에펠탑의 계단을 오르고 이 만보 이상을 걸어서 지쳐서 일수도 있다.
지친 우리는 내일의 빡 센 일정을 감안해서 숙소 근처에 있는 ‘우정식당’에서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하고 푹 자기로 의기투합했으나 식당이 저녁 7시 이후에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고 살짝 멘붕이 되었다. 그때가 오후 5시, 1시간 이상을 시내 투어 하기엔 너무 지쳐 있었고, 에펠탑이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인 ‘트로카데로 광장’을 둘러싼 모든 카페의 외부 자리는 빈자리 하나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결국 근처의 중국식당에서 소고기와 누들 등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바로 옆 초밥 집에서 연어스시와 미소국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차려 놓고 보니 진수성찬이다. 거기다 가성비까지 좋다. 36유로. 좀 전에 샹젤리제 거리의 번잡한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37유로였으니 오늘의 만찬은 가성비 갑이다. 첫날 마트에서 산 와인 한 병과 함께하니 하루의 피로가 저절로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