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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구 May 18. 2023

DAY6. 아름다운 도시 스트라스부르

운하와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곳

5시 30분에 일어나 마지막으로 짐을 꾸리고 숙소를 정리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과 달리 체크아웃이랄 것도 없이 약속한 시간에 나가면 된다. 한국인의 깔끔함을 보여주기 위해 침대와 탁자, 거실과 욕실까지 마치 처음 왔을 때처럼 정리를 하고 나왔다. 아마 집주인이 깜짝 놀라겠지.


어제부터 내린 비가 아침까지 내린다. 원래는 72번 버스를 타고 루브르박물관에서 39번을 갈아타고 파리동역에 가려 했으나 짐도 무겁고 비도 오니 우버를 선택했다. 무거운 짐이 두 개나 있으니 친절한 기사가 있는 한 등급 높은 차량을 선택했다. 올 해의 다짐 중에 ‘소비는 줄이고 투자는 늘리는’ 생활을 한다고 했는데 파리에 와서 소비가 늘고 있구나.


파리동역 근처에 짐을 맡기고 역사 안으로 들어서니 안도감이 든다. 어제저녁부터 시작된 우당탕거림이 일단락된 느낌이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로컬 커피 체인으로 보이는 이름도 무시무시한 “Super Wild Coffee”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다.


원준이가 이끄는 데로 플랫폼을 찾아갔다. 원준이와 낯선 환경에서 며칠을 보내며 그동안 잘 몰랐던 아들의 장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우선 공간지각력이 탁월했다. 한 번 지나간 길과 길들이 이어져 어디로 연결될지 마치 이곳을 아는 것처럼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주변의 표지판과 표지판의 숫자들을 빨리 인식한다. 파리 동역에서 전광판에서 우리가 탈 기차의 플랫폼을 찾는 데 내가 사이니지를 위부터 더듬어 찾을 무렵 이미 이 녀석은 몇 번이라고 말하고 발 길을 그쪽으로 내딛는 식이다. 내가 칭찬을 했더니 정보를 보고 빠르게 판단하는 건 수능 시험을 치르며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수능 시험문제를 보면 지문의 양이 상당해서 도대체 무엇을 평가하지 위한 시험인지 안타까워하며 본 적이 있다.


테제베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스트라스부르>를 선택했다. KTX와 SRT로 너무 익숙한 고속열차지만, 고속열차의 오리진 같은 테제베를 아들과 같이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테제베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에 인접한 작고 아름다운 도시로 시내를 가로지르는 운하와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테제베에서 서울에 있는 아내와 채팅을 하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노트르담 성당으로 부르는 이유가 성모 마리아가 불어로 '노트르담(Notre Dame)’이라 파리에도 루앙의 대성당에도 노트르담 성당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운하 주위의 카페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슈크르투’와 리슬링 와인을 한 잔 하라는 추천을 받았다.


독일풍의 오래된 작은 도시는 버스는 안 보이고 전차가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오래된 건물과 너무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예전에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본 광경이 얼핏 떠올랐다.


역에서 내려 먼저 찾아간 곳은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빅토르 위고가 극찬했다는 노트르담 성당은 1,176년 건축을 시작해 260년이 걸려 완공하고 그 후에도 1,880년까지 증축을 계속해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고 하니 700년의 긴 세월 동안 지은 셈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건축을 하다 보니 이 성당도 몽생미셸의 수도원처럼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붉은빛이 나는 신비스러운 외벽과 그 외벽을 가득 채운 섬세한 장식과 조각, 엄청나게 높은 첨탑과 중간 천장 옆으로 이어져 있는 뾰족한 작은 첨탑들, 붉은빛의 벽 사이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까지 장엄하고 웅장함이 느껴진다.


성당 내부에 들어가 2유로를 함에 넣고 작은 초 하나를 봉헌하고 기도를 했다. 많은 얼굴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들 모두의 안녕을 기도했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외관을 감상한 뒤 전망대로 올랐다. 뱅글뱅글 이어지는 계단을 끊임없이 올라 첨탑 옆의 지붕 위에 오르니 스트라스부르의 시내가 360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아이폰의 나침반으로 보니 그 높이가 대략 50미터쯤 된다.


아내는 운하 주변의 예쁜 레스토랑에서 슈크르투와 리슬링 한 잔을 권했지만 우리는 예쁜 한식당에서 제육볶음과 비빔밥, 그리고 김치찌개와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가 서울과 비슷한 맛이어서 기대한 김치찌개는 새롭게 창조된 음식이었다. 김치는 살짝 익혀 아삭거리고 국물은 달콤하다.


식사를 마치고 운하와 16세기 목조 골재 건물이 남아 있는 ‘쁘티 프랑스’로 갔다. 운하 주위에 모여 있는 카페에 사람이 북적거린다. 우리는 카페 대신 운하를 따라 걸었다. 마침 유람선이 지나며 수심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옮기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운하의 동작원리는 대략 알고 있었으나 배가 높낮이가 다른 운하를 통과하는 걸 눈으로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유람선은 시간이 맞지 않아 못 타고, 운하를 따라 산책을 하고 벤치에 않아 꾸벅꾸벅 졸다가 다시 걷다가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씩 하고 빵 가게며 선물가게를 구경했다. 오늘도 이만보를 걷는구나.




파리로 돌아오는 기차는 7시 19분이다. 앞 기차가 20분 연착이 되어 혹시나 하며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 기차는 정시에 도착했다. 2층 기차다. 아침에 원준이가 테제베는 2층이냐고 물었을 때 빠른 속도를 가기 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려면 2층은 너무 덩치가 커서 불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고맙게도 원준이가 모른 척해준다. 아침에 올 때는 역방향이었는데 갈 때는 다행히 순방향 좌석이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너르고 푸른 들판이 부드럽고 순하다. 파리로 오는 두 시간 동안 산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프랑스의 풍요가 부러우면서 우리나라의 결핍이 만들어 낸 성취가 대단하면서 한편 안타깝기도 하다. 세상이 공평치가 않다.


파리동역에 내려 맡겨 둔 짐을 찾았다. 파리 11구의 호텔까지 버스 한 번으로 연결되어 있어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버스를 탔다. 파리의 호텔은 좁았다. 더블 침대 양 옆으로 30인치 트렁크 한 개씩 간신히 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갑자기 숙소를 잡으며 이것저것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 원준이가 길거리에서 자지 않는 게 어디냐고 한다. 기특한 녀석, 고마웠다.


대신 우리는 호텔 근처의 구글 평점 좋은 중국인이 하는 일식집에서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했다. 돈의 흐름에 밝은 중국인들이 최근에는 한식집도 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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