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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구 May 29. 2023

DAY26. 다시 로마로

두 부부 관찰

다시 로마로 간다. 아침의 항구는 한산하다. 선착장 앞 카페에서 해양버스를 기다리며 카푸치노 한 잔을 천천히 마셨다. 해양버스는 거의 10분 간격으로 있다. 바다는 아래의 갯벌 때문인지 코발트 색의 니스와 달리 옅은 카키색이다.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해 소주잔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 유리잔 두 개를 샀다.


베네치아에서 로마까지는 기차로 4시간이 걸린다.

내 자리는 서로 마주 보고 앉는 좌석의 복도 쪽이다. 맞은편은 중년의 부부가 앉았다. 아저씨는 에어팟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 작업에 몰두 중이고 그 옆의 부인은 그저 창밖을 무심하게 응시하다 목베개를 하고 자다 깨다를 했다. 내 옆의 창 측에 앉은 친구가 맞은편 부부에게 대화를 시도하다 이내 잠이 들었다. 그 친구가 화장실 갈 때마다 나도 일어나 좀 넓은 곳에 서서 스트레칭을 했다. 맞은편에 앉은 부부가 작은 와인을 한 병씩 사 오는 걸 보고 나도 레드 와인 작은 병을 사 와 홀짝홀짝 마셨다. 맞은편에 앉은 엄숙한 표정의 아저씨는 이제 와인이 세 병째다. 그 부인이 머라고 한마디 했는데 이를 드러내고 처음으로 웃었다. 술의 힘인가?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가까운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마침 호텔 근처에 한식당이 두 개 있어 갔더니 두 곳 다 점심시간이 지나 영업을 안 한다. 


저녁때를 기다려 호텔 옆 ‘아리랑’으로 갔다. 가장 안전한 김치찌개를 주문하며 구글 리뷰를 참고로 설탕은 넣지 말라고 부탁하고 소주도 한 병 시켰다. 


내 바로 옆 테이블은 한국에서 온 노부부다. 일부러 들으려 한 건 아니었지만 바로 옆 테이블이라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칠십이 다 된 아저씨는 몇 일째 하루에 200킬로씩 운전을 한 것 같다. 이탈리아가 그렇게 넓은가? 식사 내내 어르신은 힘들게 운전했고, 부인이 자는 동안 시속 140킬로를 달렸다는 이야기, 살이 2킬로는 빠졌고, 북부로 올수록 사람들의 운전이 난폭해졌다는 등 쉴 새 없이 얘기했지만 사모님은 별 대꾸 없이 식사만 하신다. 그러다 고생했다는 얘기를 하니 그제야 다른 주제로 바뀐다. 남자는 칭찬받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 제법 온다. 근처 둘러볼 생각을 접고 숙소로 돌아와 로마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로마의 역사는 대략 이런 스토리다.               


로마 역사 개괄


늑대 젖을 먹고 자란 ‘노물로스’가   건국한 나라. 왕정으로 시작했으나 후에 귀족들의 공화정이 시작. 이 공화국 시기(기원전 509- 기원전 27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룸


영토 확장정책으로 이탈리아 반도 장악. 시칠리아 섬을 두고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와   세 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을 벌임. 기원전 200년쯤 1차는 로마 승리, 2차 전쟁 때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을   넘고 들어가 로마를 탈탈 털어 감


3차 전쟁에서 로마가 우세, 카르타고는 3년을   버텼으나 끝내 멸망하고 로마의 속주가 되고 이때부터 로마의 폭주가 시작되었음. 이후 알렉산더의 후예인 그리스까지 점령하고 지중해의 패권 국가가 됨


로마 공화정 후기에는 빈인빈부익부가 심화되어 귀족과 민중 간 대립하던 시기. 민중파의 대표주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남프랑스를 점령하고 켈트족을 물리치고 인기를 얻어가는 중 귀족들의 견제로 군대 해산을 요구받았지만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시내로 진격. 이때 한 말이, ‘주사위는 던져졌다.’   


카이사르는 귀족파 군대를 연파하고 정권을 잡음(기원전 48년). 패배한 귀족파의 폼페이우스를 쫓아 이집트로 간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짐


카이사르 1인 지배 체재, 사실상 황제처럼 군림하자 귀족의 견제에 의해 암살됨. 이때 반란파에는   카이사르가 믿던 정치인 브루투스도 있었음. ‘브루투스 너마저!’ 


카이사르 사후, 3두 정치가 다시 시작되고 이들 간에 내전이 발생. 3인 중 강자였던 안토니우스가 이집트에 머물다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지고, 카이사르의 후계자였던 옥타비아누스에게 참패함. 옥타비아누스는 3두 정치를 마감하고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라는 칭호를 받으며 1대 황제가 됨


이때부터 황제로 세습. 네로 같은 이상한 황제도 나왔지만, 5 현제의 시대(기원 후 96년 - 180년) 로마는 최전성기를 이룸. 이 시대를 ‘팍스로마나’로 부름. 
5 현제 시대 지나고 암흑기가 시작, 17대 황제 코모두스 황제시기 혼란기에 빠지고 로마의 쇠락이 시작됨. (넷플릭스 ‘로마제국’은 코모두스황제 이야기)


군인들이 통치하는 황제 시대(235 – 284). 50년 동안 25명의 황제가 바뀌는 혼란의 시대, 외부적으로 게르만과 페르시아의   침입. 이후 43대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나타나 군인   황제시대 종식시키고 로마의 개혁을 단행


그다음 황제로 오른 ‘콘스탄티누스 대제(306-337)’시기 개혁을 완성 지으며 로마제국의 중흥기를 이끎. 그리스도교 공인, 비잔티움으로 행정수도를 옮김


다시 혼란의 시기가 오고 395년 동로마와 서로마로 쪼개지게 됨. 서기 476년 게르만에 의해 서로마 멸망. 마지막 황제가 로마를 연 왕과 같은 이름인 ‘로무르스’ 


동로마는 비잔티움에 자리 잡고. 유스티니아누스대제 시대 중흥기를 이루며 이탈리아를   탈환하다는 등 서로마 상당 부분을 탈환했으나, 14세기 흑사병으로 난리 남


다시 이탈리아를 뺏기고, 후임 황제들은 줄줄이 무능, 쇄락하다 15세기 최후에는 콘스탄티노플만 남음. 이 마저도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 15세기 로마 제국은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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