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나를 고치고 있다 1화

나는 왜 자꾸 멈추는 걸까

by 공인멘토

1절. 이상한 반복의 감각


어제와 같은 아침이었다.

눈은 떴지만, 몸이 뜨질 않았다.

알람은 분명 세 번이나 울렸고, 시계는 나를 계속 재촉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불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기 싫었다.


오늘 하루도 뻔했다.

출근길, 반복되는 인사, 억지로 웃는 얼굴, 늘어난 할 일 리스트.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또 같은 생각.


‘왜 이렇게 피곤하지?’

‘나는 왜 이렇게 매번 같은 데서 멈추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건 안다.

일을 게을리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처지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같은 자리에서 걸린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작은 실수, 내가 미처 예상 못한 변수 하나에.

마치 정지 버튼이 눌린 것처럼, 모든 게 딱, 그 자리에서 멈춘다.


내가 무기력한 건가?

성격이 예민한 건가?

아니면, 그냥 못나서 그런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피로감.

아침부터 짜증이 묻어나고, 작은 일에도 숨이 가빠진다.

사람들 앞에선 괜찮은 척, 문제없다는 척 웃고 있지만,

내 속 어딘가에서는 뭔가가 ‘끊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마치, 기계가 계속 전원을 켜둔 채 돌아가고 있지만

내부의 회로 어딘가는 분명히 타버린 것 같은 감각.


이상했다.

사소한 문제로 계속 넘어지고, 같은 감정에 계속 발목을 잡히고,

내가 마치 불량품처럼 느껴질 때조차 있었다.


‘왜 나는 자꾸 멈추는 걸까?’

그 질문은 오늘도, 내 마음 한가운데에 붙어 있었다.



2절. 이건 단순한 게 아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조용히 일하고 있었다.

옆자리 동료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그 일 아직도 안 끝났어요?”


평소라면 웃으며 넘겼을 말.

“네~ 아직요, 곧 마무리돼요!” 하고 가볍게 받아칠 말.

그런데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폭발했다.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이 갑자기 들끓었다.

마치 가슴 한가운데에 쌓여 있던 감정의 화산이 툭, 건드려져

순식간에 끓어오르는 것처럼.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한 거야?’

‘내가 얼마나 애쓰는 줄은 알아?’

‘너는 얼마나 완벽한데, 그렇게 쉽게 말하는데?’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지만,

손끝이 떨리고 있었고,

목 안에서 뜨거운 게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왜 이렇게 예민하지?’

‘이 정도 말에도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그런데 그때,

아주 조용한 깨달음이 스쳤다.


“이건 피로가 아니라, 고장이구나.”


단순히 피곤해서가 아니었다.

오늘 하루가 특별히 버거웠던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해서 그런 말 한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넘겼던 말을 이제는 견디지 못했다.

예전 같지 않은 감정 반응,

사소한 자극에도 넘치듯 터져 나오는 감정.


삶은 멀쩡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내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정지된 채 그대로였다.


일은 했고, 밥은 먹었고, 사람들과도 어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내가 한 것’ 같지 않았다.

모든 게 그냥 흘러갔고, 나는 그 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고장’이라는 단어가 마음 한편에 조용히 들어왔다.

‘나는 지금,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 사실을 처음으로 제대로 인정하게 된 순간이었다.



3절. 내면 회고 — 언제부터 멈췄을까?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멈추는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지금껏 나는, 그냥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겼다.

사는 게 원래 힘든 거라고.

다들 힘들어하잖아, 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처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첫 직장을 그만둘 무렵이었다.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사람이 힘들었다.

모난 말, 애매한 책임 전가, 가식적인 회의, 경쟁을 유도하는 분위기.

그 속에서 나는 자꾸만 자기 자신을 누르며 버텼다.


‘이쯤은 참아야지.’

‘그래도 사회생활인데.’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어.’


그렇게 수없이 참고, 넘기고, 삼켰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그만두고 싶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정리도 없이

그냥 도망치듯 책상을 정리하고 나왔다.


그 뒤로도 비슷했다.

두 번째 회사에서도, 세 번째 팀에서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자책했다가도

곧 “아냐, 여기가 이상한 거야”라며 외부 탓으로 회피했다.


그리고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인간관계, 새로운 환경.

그게 해결이라 믿었다.


하지만 반복되었다.

다시 멈추고, 다시 도망치고, 다시 처음처럼 시작했다.


그제야 알게 된 것 같다.

멈춘 건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구나.

변화를 가장한 반복,

성장을 가장한 회피,

버팀을 가장한 무기력.


그 모든 과정들이

지금의 이 반복된 고장으로 이어졌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다.


‘멈추는 이유’는 밖에 있지 않았다.

내가 나를 몰랐고,

내가 나를 다룰 줄 몰랐고,

무너진 마음을 방치한 채

계속 ‘작동하는 척’하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결국, 지금의 ‘나’였다.

그리고 나는, 고장 난 채로 계속 작동 중이었다.



4절. 고장이란 무엇인가?


나는 한동안 ‘고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두려웠다.

마치 그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정말 망가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장이란 건 내가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었다.


고장이란,

작동이 멈췄다는 뜻일 뿐이다.


마치 전원은 켜져 있는데

화면은 꺼져 있고,

버튼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고,

내부의 어디선가 접촉 불량이 생긴 기계처럼.


지금의 나는 그랬다.

출근도 했고, 말도 했고, 할 일도 해냈다.

그런데 정작 아무런 감정도, 의욕도, 손끝의 에너지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멍한 상태가 계속될까?’

‘왜 이토록 무기력할까?’

그 답은 이 단어 하나에 다 들어 있었다.

“나는 고장 난 상태다.”


우리는 흔히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쉽게 하면서도

‘나는 고장 났다’는 말은

스스로에게조차 꺼내지 못한다.

왜냐면, 그 말은 실패나 약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고장이란,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점검하라는 신호다.


감정 회로는 멈췄고,

집중력의 전선은 끊겼고,

의욕이라는 회로는 너무 오래 과열돼 타버렸다.

그러니 당연히 ‘작동감’이 사라졌던 거다.


‘고장’은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더는 삶이 원활히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점검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걸,

새로운 회로를 설계해야 한다는 걸.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바로 자기 회복의 첫걸음이었다.



5절. 나는 나를 고쳐야 한다


나는 더 이상 이 멈춤을

그저 피로 탓으로 넘길 수 없었다.

이건 단순한 과로도, 성격 문제도 아니었다.

삶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히,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멈춘 이유를 해석할 수 있어야 했다.

왜 내가 같은 말에 매번 다치고,

같은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분노하거나 무너지는지,

그 회로를 파악해야 했다.


그동안 나는

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말 알지 못했다.


좋아 보이는 것만 선택했고,

힘든 감정은 얼른 눌러 덮었고,

마음이 고장 났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애썼다.

왜냐하면 그걸 인정하는 순간

내가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는 안다.

무너졌다는 건, 다시 세울 수 있다는 뜻이라는 걸.


나는 지금,

무너진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다.


“괜찮아. 이젠 네 방식으로 살아도 돼.”

“괜찮아. 네 속도를 찾으면 돼.”

“괜찮아. 이제 너를 다시 설계하자.”


나는 더 이상,

남들이 정한 기준으로

나를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다.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조급함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집착도,

이제는 내려놓기로 한다.


나는 오늘,

이 고장의 한복판에서

복구를 시작한다.

삶이 나를 멈췄다면,

그건 어쩌면 ‘다시 시작하라’는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6절. 마무리 — 오늘의 점검 질문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어디가 멈췄는지,

그 멈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입니다.


고장은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변화의 입구입니다.


오늘의 점검 질문


– 나는 요즘, 어떤 상황에서 자주 멈추는가?

– 그 순간, 내 마음과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 그건 정말 ‘피로’인가, 혹시 ‘고장’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