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나를 고치고 있다 3화

반복되는 하루, 반복되는 나

by 공인멘토
ChatGPT Image 2025년 7월 25일 오후 08_05_59.png

1절. 오늘도 같은 하루를 살았다

눈을 떴는데, 몸이 무겁다.
자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일어나자마자 피곤하다.

알람을 끄고, 세수를 하고, 대충 아침을 때운다.
익숙한 루트로 출근하고,
익숙한 자리에서 앉아,
익숙한 일들을 해낸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반응은 하지만 감정은 없다.

마치 잘 훈련된 로봇처럼
나는 내가 해야 할 ‘기능’만 수행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오늘은 분명 어제와는 다른 일이 있었고,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고,
메일도, 회의도, 점심 메뉴도 달랐는데…
내 감정은 늘 똑같다.

지친다. 귀찮다. 짜증난다.

기분이 좋아지지도 않고,
화가 나는 것도 어느 순간 그저 익숙하다.
감정이 ‘변화’가 아니라
고정된 기온처럼 존재하는 상태에 가깝다.

나는 하루를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하루라는 형식에 맞춰 나를 욱여넣고 있는 걸까.

웃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오늘 누굴 만났는지, 무슨 말을 들었는지
하루가 끝나면 대부분 흐릿해진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나는 어느새
나 자신도 복사해서 붙여넣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은 분명 흘렀는데
나는 멈춰 있었다.
하루는 달라졌지만,
나는 그대로였다.


2절. 감정이 아닌 반응만 남은 일상

짜증은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왜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누가 말을 걸어도
나는 이미 방어 자세로 반응한다.
“또 뭘 시키려는 거지?”
“지금 내가 뭘 잘못했나?”
속으로 수없이 경계하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반응한다.

그냥 그렇게 배웠다.
늘 대비하고, 조심하고, 먼저 맞서야 한다고.
그런데 그게 습관이 되면서
이제는 감정도 없이 반응만 남았다.

‘피곤해’, ‘귀찮아’, ‘짜증 나’라는 말이
내 일상 속 기본값처럼 깔려 있다.
문제는, 그 말들 뒤에 구체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

내가 정말 싫은 건지,
서운한 건지,
무시당한 건지,
두려운 건지…
나는 그것을 이름 붙이지 못한 채,
그저 짜증이라는 단어로 모든 감정을 덮어버린다.

어떤 날은,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이미 예민해져 있다.
잔소리를 들은 것도 아닌데,
왜인지 누가 한마디만 하면 턱 끝까지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게 묻는다.
“왜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일에 예민해졌지?”
그런데 그 질문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나를 다시 억누르기 위한 신호일 뿐이다.

그리고 또 넘긴다.
‘내가 예민한가 보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는 또 아무 일 없던 듯 버틴다.

그런데 이제는 알겠다.
상황이 문제였던 적은 많지 않았다.
문제는 늘 **‘그 상황에 반응하는 나의 방식’**이었다.

나는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3절. 반복되는 감정과 나의 반응 기록

한 번은 그랬다.
회의 중, 내 아이디어를 말했는데
팀장이 딱 한 마디 던졌다.

“글쎄, 그건 좀 뻔하지 않나?”

그 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속은 들끓고 있었다.

‘뻔하다고? 뭐 얼마나 대단한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란 거지?’
‘말투 뭐야, 무시하는 건가?’
‘이럴 거면 왜 의견을 내라고 한 거지?’

그날 이후로, 나는 회의에서 말을 줄였다.
묻기 전엔 절대 먼저 말하지 않았고,
누군가 내 말을 끊기라도 하면
그 순간 바로 입을 닫았다.

그런 일이 한 번이 아니었다.

누군가 내 말을 정정하면 → 무시당했다는 감정.
누가 조언을 하면 → 나를 깔본다는 감정.
친한 사람이 답장을 늦게 하면 → 버림받았다는 감정.

그리고 그 모든 감정 뒤엔
똑같은 반응이 기다리고 있었다.

과잉 반응하거나, 완전히 침묵하거나.
분노로 밀어붙이거나, 혼자 삭이거나.

‘왜 늘 이런 식이지?’
‘이번엔 다르게 반응해봐야지’ 다짐하면서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나는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감정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어야 하는데,
내 감정은 마치
‘조건문’처럼 고정된 명령어로 작동하고 있었다.

무시 → 분노
간섭 → 방어
거리감 → 불안
지적 → 침묵

이건 더 이상 감정이 아니었다.
감정처럼 보이는 자동 반응이었다.

어쩌면 나는
느끼고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반응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감정이란 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고,
상황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거라고 믿었는데
나는 늘, 같은 상황에 같은 방식으로만 살아왔다.

결국 나를 괴롭힌 건,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 앞에서 내가 항상 똑같이 반복한 ‘감정 반응의 회로’**였다.


4절. 감정 회로의 고장 진단

감정은 원래 흘러야 한다.
기쁨은 올라오고,
분노는 솟구치고,
슬픔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건 마치
음악의 리듬처럼,
감정에도 박자와 높낮이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그 리듬을 잃어버렸다.

기뻐도 겉으로는 무덤덤했고,
화가 나도 무조건 눌렀고,
슬플 땐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강줄기라면,
나는 그 강 위에 수문을 만들어
언제 열고 닫을지를 스스로 통제하려 했다.
문제는 그 수문이,
어느 날부터 완전히 고장 나버렸다는 거였다.

어떤 날은
별일 아닌데도 감정이 폭주했다.
감정의 양이 너무 많아,
나는 그 안에서 익어 터질 것 같았다.

또 어떤 날은
정반대로,
감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서운 말, 모욕적인 대우, 차가운 거리감에도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이 아니라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가장 흔한 날들은
감정이 살아나긴 했지만
늘 똑같은 감정만 되풀이되던 날이었다.

아침엔 짜증,
점심엔 무기력,
저녁엔 허무.
이 감정들이 매일같이
“어제의 감정처럼” 재생되고 있었다.

문제는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갱신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감정은 지금 이 순간의 상황에서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데,
나는 옛 감정을 리사이클링하듯 꺼내 반복했다.

왜냐하면
나의 감정 회로는 엉켜 있었고,
단절된 채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오래된 전선처럼
닳고 끊기고 얽혀버린 내 감정 회로는
이제 어떤 전류도 제대로 흐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억에서 흘러나온 오래된 감정으로
오늘을 살아내고 있었다.

감정은 살아 있는 에너지인데,
나는 그걸 한 번도 제대로 녹여 쓴 적이 없었다.


5절. 내 감정에 리듬을 되찾는 첫 시도

나는 이제,
감정이란 것이 단순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 첫걸음은
감정을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었다.

그동안 나는
모든 복잡한 감정을
‘짜증’ 혹은 ‘피곤함’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엔 훨씬 더 많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내 일에 간섭했을 때
나는 “짜증 나”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무시당했다는 느낌이었다.

누가 내 의도를 오해했을 땐
“화가 나”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억울함과 외로움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이처럼 감정을 정확히 분리해서 바라보는 순간,
그 감정은 이전과 전혀 다른 리듬으로 다가왔다.

짜증 → 무시감
피곤함 → 지친 애씀
무기력 → 실패에 대한 자기 회피

그제야 조금씩
감정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어.”
“이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나의 신호야.”

이게 바로
내 감정 회로를 다시 정비하는 첫 움직임이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는 건
그 감정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감정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감정은 나를 방해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려주러 오는 메신저였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나는 내 안의 수문을 조금 열 수 있었다.

“이게 리듬이구나.”
“이게 정비다.”
마치 막혀 있던 회로 속에
다시 미세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 것처럼.

나는 이제
감정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감정과 대화하는 연습을 시작하고 있다.


감정은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들여다보고 회복해야 할 에너지입니다.
같은 감정에 반복적으로 갇혀 있다면
삶은 새로워도, 나는 늘 제자리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묻고,
감정을 이름 붙여 부를 시간입니다.


오늘의 점검 질문
– 오늘 나는 어떤 감정을 가장 자주 느꼈는가?
– 그 감정은 새로운 것이었는가, 반복된 것이었는가?
– 그 감정은 상황 때문인가, 나의 오래된 반응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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