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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y Lee Dec 10. 2022

갑자기 찾아온 고요한 세상

적막강산이 이런 거구나!

전날 아내가 자기 차에 이상한 신호가 뜬다는 말을 했다. 생각해 보니 정기 점검할 때가 된 때가 같다. 그러고 보니 점검받으라는 이메일을 딜러 샾으로부터 받은 거 같기도 하고…


금요일 오후, 조금 일찍 퇴근해서 딜러 샾으로 차를 가지고 갔다. 가면서 아내가 본 이상한 신호가 무엇이었을까 확인하는 전화를 아내에게 했다. 내가 볼 땐 ‘Maintenance required’란 게 뜬 거외엔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통화를 하려니 갑자기 소리가 많이 울리고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내도 답답한 듯 이어보다가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샾에 도착해서도 몇 번 통화 시도를 했으나 여전히 어려웠다.


차를 접수시키고 10,000 마일 정비를 의뢰했다. 샾의 직원은 만 마일을 뛰었으니 타이어 교체 및 휠 얼라인먼트를 함께 추천했다. $179이란다.


웁스! 조금 비싸다.


그렇지만 내가 타는 차가 아니라 아내가 타는 거라 그렇게 하라고 답해줬다. 늘 안전이 신경 쓰이는 관계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 나도 없이 아내 혼자 돌아다니다 탈 나면 큰일이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해 그냥 샾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조용히 할 일도 있고 글도 쓰기 좋겠다. 샾의 대기실에는 음료수나 간단한 스낵, 아이스크림, 과일 등이 잘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대기실엔 월드컵 8강전 중계가 켜져 있었고 밖 쪽으론 여러 나라에서 온 직원들이 자기 나라들을 응원하는지 소리들이 활발하다.



대기실의 와이파이를 이용해 시간 여 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할 수 있어 많이 편리했다. 이것은 늘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대기하는 손님들도 잠잠히 자기들 세계에 빠져 있다. 집과는 여전히 통화가 되지를 않았다.


결국 두 시간쯤 기다린 후에 차의 점검이 끝이 났다. 접수하면서 아내가 얘기한 히터를 확인해 달라고 한 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 듯싶다. 그러나 차엔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다. 직원이 자신의 서비스의 만족도에 대한 문의가 가면 잘 대답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여긴 늘 친절한 곳이라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차고를 열어 놓고 낮에 사 온 배추 두 박스를 가지고 김장을 하고 있다. 제법 많은 배추가 절궈져 있다. 오늘 다 마무리를 할 예정이란다.


아내는 전화가 여전히 안 되는데 대한 걱정이 크다. 딸이 몇 번이나 전화를 해왔는데 통화가 계속 안되었단다. 그리고 하필 집안의 와이파이도 몽땅 먹통이 되었단다. 그러니 카톡도 안되고 그야말로 모든 연결이 끊기고 말았다.


우리 집은 전화는 AT&T를, 그리고 와이파이는 버라이존을 사용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듯 두 통신사가 동시에 다 문제가 될 수가 있을까?


거실로 가보니 라우터의 신호가 아내의 말대로 정상이 아니다. 주황색 램프만 켜진 상태다. 재차 케이블 연결을 확인해도 거기엔 별 다른 이상이 없다.


진짜 문제는 전화다. 전화까지 안되고 있으니 그게 더 큰 탈이다. 딸 민지와 아들 정현이에게 전화를 해 확인을 해보려 해도 모두 신호가 가지를 않는다.


집안이 갑자기 적막강산이 되었다.

그리고 암담해졌다.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하지?


그럴리는 없지만 혹시 내 모르는 사이에 전화비를 납부하지 않아 끊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전화회사에 연락을 해보려 해도 도무지 방법이 없다. 아이 들네 집으로 찾아가 연락을 해볼까 해도 엄두가 안나는 시간이다.


하는 수 없이 옆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거기서 전화기를 빌려 아들한테 전화회사에 문의라도 시킬 요량이다.


폴이 나왔다. 놀란 얼굴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가 설명을 해준다. 우리 동네 Pennywort Terrace에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단다. 버라이존이나 AT&T 모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겨 내일 토요일 아침 8시까지 복구 예정이라는 답을 들었단다. Oh, my goshy!


그래도 답을 알고 나니 한편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내일 아침 8시까지는 소통이 완전히 끊긴 상태가 되고 말았다. 갑자기 우주의 천애고아가 된 느낌이다.


다시 잡은 책, 밥 프록터의 ‘생각의 시크릿‘을 들고 거실 소파의 한쪽에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까짓 거 하루 저녁 커뮤니케이션 끊어지면 어때?’


난 이제부터 책 속에 잠길 예정이다.

우윳빛 마실 거 한 잔 가지고 길게 다리를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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