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나만 늦은 것 같은 밤

마음의 속도를 회복하는 법

by 서수정


그날 밤 찾아온 사람은 특별히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 늦은 사람처럼 보였다.

“다들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말 끝에는 자신만 멈춰 있는 것 같은 불안이 묻어 있었다.
앞서 가는 사람들,
자리를 잡은 사람들,
이미 안정된 얼굴로 웃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만 어디쯤 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루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다가와 그의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 천천히 날개를 펼쳐 그의 어깨 위로 가볍게 내려앉았다.
따뜻했다.
설명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느슨해지는 온도였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정말 늦은 걸까.”

그 질문은 누군가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루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그 자리에 머물며, 흩어지던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함께 있었다.
그 침묵 속에서 그는 문득 알게 되었다.

자신이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속도를 기준으로 자신의 시간을 판단한다.
그래서 조금 느려지는 순간마다 뒤처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시간은 원래 각자의 방식으로 흐른다.
빠른 시간도 있고, 느린 시간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은 각자의 방향으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속도를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느린 것 같았지만 더 이상 불안하지는 않았다.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조급해졌을 때 찾아온다.
우리는 뒤처진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 위를 서로 다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떤 밤에는,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자기만의 시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조급해졌을 때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숨 고르기를 하면 어떨까...

"멈춰 있는 시간에도, 마음은 자라나고 있었다.
속도의 답은 항상 당신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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