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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27. 2024

감자조림, 두릅과 엄나무순, 마늘종새우볶음

식사비를 계산해 주고 가면 생기는 일

음식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각자의 입맛에 맞아야 하고, 영양학적으로도 먹는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어야 하고, 만드는 방법도 다르니 말입니다. 같은 재료일지라도 하는 사람마다 사용하는 양념이나 순서도 다르고, 느끼는 맛의 차이도 있다 보니 내 입맛에 맞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그 음식이 아무리 비싸고  맛있다 하여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겠지요.


왜 이리 서두가 장황할까요. 곧잘 음식을 하다가도 가끔 허튼짓을 하기에 이실직고하려고요. 먹던 감자가 동이 나서 마침 가격도 착하여 5킬로를 주문했습니다. 오동통통하니 세상 맛나게 생겼어요.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껍질만 얇게 아주 얇게 벗겨주었습니다. 양념으로 들어갈 당근과 양파, 쪽파도 썰어주고, 명절선물로 받은 햄도 깍둑 썰어 끓는 물에 데쳐놓았습니다.


아차! 먼저 빨래를 돌렸어야 했는데 껍질을 벗겨 놓은 감자를 부지런히 깍둑썰기로 잘라서 설탕 2스푼, 소금 1스푼을 넣어 휘리릭 절여주고 달려가 세탁기를 돌리고 왔습니다. 오늘 첫 번째 반찬은 부서지지 않고 약간은 쫀득하며 달콤 짭조름한 감자조림을 할 거예요. 감자조림과 지난주에 만든 방풍나물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나곤 합니다. 산밑에 있는 허름한 식당이었는데 봄이면 식당 주변에 온통 방풍나물이 즐비했고, 유난히 그 집의 감자조림이 맛있어 몇 번이나 리필을 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쌈장으로 무친 듯한 방풍나물도 맛있었고요.


구수한 청국장에 주인장의 손맛이 느껴지는 점심을 맛있게 먹고는 음식값을 계산하려니 벌써 계산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했었지요. 식당입구를 들어서며 언젠가 공적으로 인연이 있었던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도 일행이 있었고 나 역시 곁님과 산행을 하고 내려오던 길이었기에 반갑게 인사만 하고 각자 식사를 했더랬지요. 그런데 음식값을 계산하고 가셨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별로 잘해드린 것도 도움드린 것도 없는데, 순간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이리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분이 괜찮았거든요.


이제 감자가 수분이 빠지고 잘 절여졌겠구나 하고 들여다보니 잘 절여지기는 했는데 아뿔싸 색이 변한 것은 고사하고 한 가지를 빼먹었습니다. 절이기 전에 두어 번 씻어 전분기를 제거한 다음에 절였어야 했는데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절임물 사용은 포기(씻어서 절였을 경우 감자를 헹구지 않고 건져서 볶다가 절임물을 넣어 조려줘도 됩니다)하고, 깨끗이 헹구어 팬에 식용유 1스푼을 두르고 5분 정도 볶아주었습니다. 물을 100미리정도 부은 후 뚜껑을 닫고 중 약불로 익혀주고는 다된 빨래를 탈탈 털어 널었습니다. 음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익었으니 이때 간장 2, 쌀올리고당 2, 굴소스 1을 넣고 양파와 당근을 넣어 볶아주다 물 100미리를 추가해 준 후에 완전히 익혀주며 볶아줘야 하는데 양파, 당근을 빼먹고 조려버린 것이지요. 아~ 일이 더 번거롭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럴 때는 잠시 멈추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이대로 마무리하여 먹을 것인지 양파, 당근을 넣을 것인지. 결국 다 넣는 쪽을 선택하여 또 다른 팬을 올리고 식용유를 두르고 양파를 넣어 볶다 당근도 넣고 볶아주었지요. 이어 간장, 올리고당을 넣고 물도 추가하여 충분히 조리듯 볶다 데친 햄도 넣어 조려주었습니다.


원팬으로 충분한데 한순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팬을 하나 더 써야 하고 시간도 더 걸리고 과정이 복잡해졌지요. 어쨌든 해결했으니 양쪽 팬의 재료들을 합체하여 살살 볶아주다 참기름 1, 쪽파와 통깨로 마무리했습니다. 다행히 조금의 부서짐도 없이 간도 잘 배어들고 허둥댄 과정에 비하면 훌륭합니다. 덕분에 설거지 거리가 늘고 시간도 더 걸렸지만 간도 맞고, 오랜만에 한 감자조림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까이에 살고 있는 둘째 시동생이 올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했더니 산에서 따왔다며 두릅과 엄나무순을 가져왔습니다. 내내 봄나물만 먹었는데도 두릅이라니 눈이 번쩍 뜨입니다. 두어 번은 살짝 데쳐서 초장을 찍어먹었지만 나머지는 두릅튀김을 해 먹었습니다. 쓰디쓴 엄나무순은 데쳐서 무쳐먹어야 하는데 큰 걱정입니다. 쓴 나물을 못 먹어요. 위가 약하기도 하지만 쌉싸름하니 맛있다는 그 맛을 아직도 모르거든요. 그래도 가시에 찔려가며 뒤늦게 따다봄나물인데 고맙게 먹어야겠지요.


두릅은 소금 한 줌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튀김을 해볼게요. 두릅을 살랑살랑 씻어서 채반에 바쳐둡니다, 양푼에 튀김가루를 약간은 묽게 풀어두고 물 빠진 두릅에 감자전분가루를 적당히 묻힌 다음 풀어둔 튀김가루에 퐁당 적셔서 끓는 기름에 넣어 노롯 하게 튀겨주었답니다. 간장은 초간장으로 양조간장에 식초 몇 방울과 고춧가루 깨소금 한 꼬집씩 넣었어요.


엄나무순은 역시 소금 한 줌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쓴맛이 빠지도록 12시간을 담가두었습니다. 쓴맛을 즐기신다면 바로 무쳐드시면 되겠지요. 맵찔이에 이어 쓴찔이라 해야 하나요. 어렵지 않게 할게요. 마늘 몇 개 다져 넣고, 초고추장 듬뿍 넣고, 들기름과 통깨를 콩콩 빻아 넣었더니 이것이 이리 맛있는 나물이었나요. 적당히 쓴맛이 우러나서 약간 쌉쌀은 아닌 ~압살 정도라 할까요. 튀긴 두릅과 엄나무순 무침으로 점심밥을 뚝딱 해치웠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나오기 시작하여 연하고 맛있는  마늘종새우볶음을 해볼 건데요. 두절새우로 하면 좋은데 선물세트로 받은 홍새우가 있어 그걸 사용하려 합니다. 마늘종 1단(4,000원)과 홍새우(40g), 양파 반 개, 당근과 쪽파 한 줌을 준비했습니다. 마늘종은 위에 부분은 모두 제거해주고 대 부분만 먹기 좋게 잘라 씻어줍니다. 먼저 새우부터 볶아줄 거예요. 팬에 식용유와 간장, 고추장, 쌀올리고당, 맛술 1스푼씩을 넣어 살짝 끓어오르면 홍새우를 넣어 뒤적여 주면 맛있는 새우고추장볶음이 되겠지요.


이제 마늘종을 볶아주려 합니다. 홍새우를 볶은 팬에 다시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종을 넣어줍니다. 중불로 절반정도 볶아졌을 때 양파와 당근을 넣어 저어주다 양조간장 3, 올리고당 2, 고춧가루 반스푼을 넣어 마늘종이 익을 때까지 조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쪽파를 넣어 한번 뒤집어주고 먼저 해놓은 홍새우와 합체하여 살살 볶아주다 참기름, 통깨로 마무리해 주면 완성입니다. 이번에는 정신을 집중하여 빼놓지 않고 한 번에 완성했더니 깔끔하게 끝이 났어요. 역시 음식 할 때는 딴짓하면 안 되겠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친구, 지인들과 식사나 차를 마시는 일이 있곤 합니다. 만나면 그간의 일들로 꽃을 피우다가 계산을 하고 나올 때면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아주 고급지고 값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있어 그런지 받아먹기보다 사주는 것이 훨씬 더 편합니다. 그래서 어른노릇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나요. 미리 음식값 걱정하며 먹는 밥이 맛이 나겠어요. 언젠가 산밑의 식당에서 말없이 계산해 주고 가신 그분을 생각하며 되도록이면 식사비는 먼저 계산합니다.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막내시동생네와 만나면 중2 때부터 키워준 보람인지 형수님 고생하신다고 계산하려고 가보면 먹기도 전에 계산을 해버렸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이번에는 제가 먼저 먹기 전에 계산해 버렸지요. 서로가 마음에서 우러나는 챙김이 있을 때 함께 하는 식사가 맛이 있고 그 관계도 아름답지 않을까요. 봄날이라서 먹을 것들이 훨씬 더 풍요로워지는 요즘, 좋은 분들과 마음 따뜻해지는 행복한 식사가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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