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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May 04. 2024

오월에는 오이반찬

오이소박이, 오이양파장아찌, 오이지

싱그러운 5월입니다. 꽃 진 자리에 잎이 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잎이 넓어지고 진초록으로 물들어 갑니다. 살랑 불어오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잎새들은 보란 듯이 활개를 치고, 온기로 가득해진 대지위에는 생동감이 넘쳐납니다. 오이도 가만히 있을  없었는지 비록 하우스 안에서지만 노란 꽃잎을 매단 채 길쭉길쭉 자라나 드디어 조금은 가벼워진 값으로 식탁에 올려지는 날이 왔네요. 유난히도 오이가 비싼 겨울과 봄이었지요. 시골에서는 인건비와 난방비로 허덕이고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네요. 그래도 햇살이 드리워지며 조금은 숨통이 트이려는지 작년보다는 올랐어도 요정도라면 살만하다 싶어 오이 8개들이 2 봉지 부추 샀습니다. 며칠 전부터 드시고 싶은지 자꾸 오이값을 묻더라고요. 식구들이 조금은 손이 가는 오이소박이를 다들 좋아하니 해야겠지요.


날카롭지 않은 칼등으로 길쭉한 오이 겉면에 있는 오돌토돌한 가시 같은 들을 제거해 주며 깨끗이 씻어줍니다. 천일염 반컵으로 오이를 자르지 않은 채 골고루 절여주었어요. 이젠 들어갈 양념을 준비해 볼게요. 부추의 베어진 부분을 조금 잘라내고 씻어서 3cm 길이로 잘라주고, 색감을 위해 당근 반 개와 작은 양파 2개를 채 썰어 준비했습니다. 불려놓은 통고추와 새우젓 1스푼, 생강과 함께 믹서기에 갈아주었어요. 1시간 정도 절여진 오이 한 개를 5cm 길이로 자르니 5토막이 나오네요. 잘린 단면을 열십자로 4cm 정도 칼집을 내주고 절임물이 골고루 가도록 쉐키쉐키 섞어서 또 1시간을 두었다가 헹구어 채반에 밭쳐둡니다.


오이소박이는 잘못하면 무를 수도 있고 해서 절임이 중요해요. 끓는 물에 데쳐보기도 했는데 시간이 걸려도 시어머니께 배운 대로 합니다. 양념준비만 했으니 다 합체를 해야겠지요. 준비된 재료들을 모두 양푼에 넣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밀가루풀도 넣어줍니다. 여기에 고춧가루 반컵과 멸치액젓 5스푼, 매실액 2스푼과 감미료를 넣고 버무려 줍니다. 오이소박이소가 완성되었으니 넣어줘야겠지요. 시간이 걸려도 하나하나 열십자로 된 공간에 소를 조금씩 채워주며 통에 가지런히 담아주었더니 딱 한통이 되었어요. 며칠 익혀주면 맛있겠지요(이틀 걸림).




샐러드 때문에 사다 놓은 오이가 있어 햇양파를 듬뿍 넣고 소량의 장아찌를 담가보려고 합니다. 오이 2개를 씻어 동글동글 도톰하게 썰어주고요. 장아찌용 작은 양파는 조금 넉넉하게 8개 정도 손질하여 옆으로 한번 썰어준 후 열십자로 4등분 해 주었습니다. 장아찌물은 1:1:1: 0.8로 간장 150ml, 식초 150ml,  150ml, 설탕 120ml, 월계수잎 3장, 통후추를 넣고 팔팔 끓여서 바로 부어주면 끝입니다. 덜 달게 먹으려고 설탕량만 조금 줄였어요 재료에 비해 간장물이 적어 보이지만 간이 배면서 적당해졌어요. 간은 입맛에 따라 간장과 설탕, 식초로 조절해 주시면 되겠지요. 담근 장아찌는  오이지와 달리 다음날부터 바로 드실 수 있는데 꼭 냉장고에 넣어주세요. 너무 오래 드시는 것보다는 조금씩 담가서 바로바로 드시기를 추천합니다.




드디어 오이지 계절이 왔네요. 저희는 오이지를 무쳐먹기보다는 생수를 넣고 마늘과 쪽파와 얼음까지 동동 띄워 오이지냉국으먹는 걸 좋아합니다. 아삭아삭하니 여름 내내 밥반찬으로 식탁에서 무더위에 잃기 쉬운 입맛을 지켜주니 5월 초에 한 번, 장마 전에 한 번 두 번을 담가 먹습니다. 비율은 장아찌물과 비슷해요. 다만 양이 많아지고 간장 대신 소금이 들어가고 끓이지 않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오이 50개를 사 와서 자칫 무를 수 있으니 겉면이 상처 나지 않도록 고무장갑을 끼고 적당히 문지르면서 오돌토돌한 부분의 이물질 같은 것들을 정리해 주며 깨끗이 씻어 채반에 쳐둡니다.


소금물을 만들 건데요. 항상 집에 는 국그릇을 활용하여 비율을 맞춥니다. 계량컵으로 재어보니 한 그릇이 2컵반(600ml)이네요. 양푼에 국그릇으로 천일염 1, 식초 1, 설탕 0.8, 0.5, 소주 1을 부어서 녹여줄 건데요. 완전히 녹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소주는 오이지물러지지 않고 맛이 변하지 않도록 해주니 넣어주면 좋겠지요. 매년 사용하는 커다란 오이지 전용 김치통에 오이를 차곡차곡 넣은 다음 맨 위에 소금이 적당히 녹은  물을 부어줍니다. 소금이 남아있어도 절여지면서 녹으니까 마음 쓰지 마세요. 그런 다음 가정용 랩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덮은  누름돌을 올려주세요. 집에 누름통이 있으시다면 더 좋겠지만 없어도 큰 문제는 없어요. 어차피 하루에 서너 번씩(물이 올라올 때까지) 골고루 절여지도록 뒤집어주고 노랗게 익으면 물과 함께 적당한 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드시면 되니까요(일주일정도 걸림). 여러 번 뒤집어줘야 해서 정성이 필요합니다.


혹시 오래 놓고 드실 거라면 냉장고에 넣기 전에 절여진 물을 덜어내어 팔팔 끓여 식힌 다음 다시 부어주면 맛이 변하지 않고 안전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 음식을 할 때는 습관처럼 눈대중으로 양념을 넣고 간을 하지만 장아찌나 오이지를 담글 때는 꼭 계량합니다. 원재료 양에 따라 비율에 맞추어 계량을 해서 담그시면 되겠지.




푸르른 오월, 마음 써야 하는 일도 많은 달이네요. 아이들 선물도 사야 하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도 전해야 하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도 겹쳤네요. 어느 때보다 마음이 분주하겠지만 오이처럼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음껏 먹고 뛰놀며 늘 푸른 날이 되었으면 해요. 아이들은 아직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잖아요. 어른들의 보호아래 먹이고, 입히고, 돌봐줘야 하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무교이지만 남의 아이이든 내 아이든 사랑으로 안아주시고 자비로움으로 가득한 오월이 되어주세요. 모든 이들의 가정에 사랑과 지혜의 등불이 환히 밝혀지고, 삶의 순간들이 꽃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운 오월이 되시길 마음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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