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May 11. 2024

하루 세끼 뭘 먹을까요

샐러드와 베이글, 오이탕탕이, 콩나물잡채

우리는 매일 식사를 합니다. 그것도 하루에 세끼나. 물론 한 끼나 두 끼를 먹는 사람도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들 세끼를 먹습니다. 습관처럼 말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매일 먹었으니 이제 그만 먹어도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말처럼 '먹는다'라는 것은 곧 '산다'와 연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다행스럽게 조금은 누그러들했지만 한동안 먹방이 대세였죠. 누군가가 그 한 끼를 위해 고심하여 메뉴를 개발하고 정성스럽게 내놓은 음식일 텐데 때로는 재미를 위해 먹어진다는 것이 조금은  편치가 않았습니다.


그것이 홍보가 되어 유행처럼 번져 잠깐은 괜찮았을지 몰라도 결국은 오래가지 못하고 자영업자들의 주머니만 얇아지게 했습니다. 그렇게 떠들어대던 마라탕집도, 탕후루집도 결국 하나둘씩 보이지가 않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요. 부디 잠시의 유행에 편승한 나머지 나의 소중한 한 끼마저 소홀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지나친 한 끼는 다시 찾을  없으니 화려하진 않더라도 소중하게 지켜내는 한 끼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우리 집 한  들은 어떨까요. 근사하진 않지만 평범한 주말의 하루를 따라가 볼게요. 느긋해야 할 휴일이지만 할 일이 더 많은 하루입니다. 일주일 동안 먹어야 할 식재료들을 구입하고 김치도 담그고 손이 가는 밑반찬도 몇 가지 만들어 놓아야 하니까요. 평상시에도 출근할 사람이 없으니 늘 하던 대로 8시에 일어나 아침준비를 합니다. 양상추와 방울토마토, 오이, 바나나, 삶은 달걀, 아몬드, 냉동 블루베리를 씻어 올리고 발사믹식초를 뿌려주면 샐러드는 완성입니다. 야채 과일 등은 그때그때 있는 사과, 딸기 브로콜리, 파프리카 등등을 활용합니다.


이어 간단한 샌드위치를 준비합니다. 밀 것에 취약한지라 한꺼번에 주문해 놓은 두부로 만든 치즈베이글을 꺼내 반으로 잘라 토스터기에 구워줍니다. 사이에 계란 한 알에 미리 손질해 놓은 야채(양파와 당근은 지고 채 썬 양배추) 한 줌 넣고 저어 팬에 부쳐주면서 햄도 살짝 구워줍니다. 구워진 베이글에 치즈, 계란, 햄을 차례로 올리고 나머지 베이글 반쪽까지 올려주면 담백한 베이글샌드위치도 식탁으로 올려집니다. 이어 따끈하게 데워진 우유 반잔과 샐러드, 베이글샌드위치로 아침식사가 마무리됩니다. 물론 베이글은 반쪽이면 충분합니다. 가끔은 쌀빵이나 떡으로 아침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통밀빵이나 딸이 사준 맥모닝빵기도 합니다.

<두부치즈베이글과 맥모닝빵 샌드위치>




아침은 빵을 먹었으니 점심은 진심 밥이어야 합니다. 서리태를 넣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을 짓고, 양파, 호박, 두부, 버섯 등등이 들어간 된장찌개와 홈쇼핑을 보다가 혹하여 주문한 비빔 두부면과 소바육수 두부면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반찬은 그동안 만들어 놓은 나물과 김치들로는 아쉬워 급하게 오이탕탕이를 만들었습니다. 오이 한 개를 씻어 도마에 올려놓고 칼을 눕혀 오이를 탕탕탕 두드려 주면 적당히 부서집니다. 여기에 양조간장과 식초, 고춧가루, 설탕, 참깨를 넣어 무쳐내면 아삭하니 오이향이 진하게 올라오며 두부면과 먹으니 그만입니다. 두부면 한 봉지 양이 그리 많지 않아 밥은 된장찌개와 먼저 먹은 다음 먹으니 적당하네요. 두부면 맛은 그냥 그런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면 나쁘진 않겠지요. 작년에는 콩국수를 샀다가 양도 많고 들큼하여 몇 개는 유통기한을 넘겼는데 이번에는 아들, 딸과 사이좋게(?) 미리 나눠 먹어야 소진이 될 것 같네요. 




저녁으로는 콩나물잡채와 두부조림을 할 건데요. 당면이 150그램 정도밖에 없어서 원팬으로 간단하게 할 거예요. 당면은 한 시간 전에 불려줍니다. 잡채용 돼지고기 100g을 간장과 설탕, 후추로 조물조물 해준다음 양파, 당근을 채 썰고, 콩나물은 살짝 데쳐주고, 그 물에 시금치도 한주먹 데쳐서 준비했어요. 잡채양념장은 간장 4, 올리고당 2, 물 100ml, 식용유 1, 맛술 1을 넣어 만들어 줍니다. 팬에 불린 당면을 넣고 양념장을 부어주며 밑간 한 돼지고기도 볶아줍니다. 고기가 익어간다 싶으면 양파, 당근도 넣어 볶아주면 당면도 거의 다 익어요. 시간 오래 걸리지 않으니 집중하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콩나물과 시금치를 넣고 볶다가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해 주면 아삭아삭 맛있는 콩나물잡채가 완성됩니다.


다음으로 많이  해 드시는 만만하지만 손이 가는 두부조림을 대량으로 만들어 볼게요. 840g의 두부를 먹기 좋게 잘라 소금을 뿌려 30분 정도 간을 해줍니다. 그래야 부서지지 않고 잘 부쳐지거든요. 그 사이에 양념장을 만들어 볼게요. 다진쪽파, 다진 마늘, 양파와 당근도 다져주고 여기에 양조간장과 올리고당, 들기름, 깨소금으로 만들었어요.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이 많아서 조금은 깊은 소태팬에 노릇하게 부쳐서 접시에 담아둡니다. 나머지 두부도 부쳐 양념을 려주고, 좀 전에 부친 접시의 두부를 다시 얹어 양념장을 부어주고 중불에서 양념장을 퍼서 위로 올려주며 조려주면 맛있는 원팬 간장두부조림이 완성입니다. 양념장을 넣을 때는 두부양에 따라 조금씩만 넣어서 맛을 보면서 추가해 주 본인 입맛에 잘 맞겠지요.




이렇게 우리 집 삼시 세끼를 따라가 보았는데요. 입맛에 맞으셨을까요. 그날그날 매 끼니마다 한 가지쯤은 더 해야 될 것 같고 색다른 반찬으로 차려내고 싶은 주부들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거예요. 우스갯소리 같지만 여자들이 빨리 늙는 이유가 있다는데요. 그것이 매일 뭘 먹을까 고민해서 그렇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썰이 있었습니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냐마는 분명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충 차리는 것 같아도 오죽하면 '오늘 뭘 먹지' 등의 키워드가 인기가 있을까요.


주부도 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할 일도 많으니 가끔은 부족한 밥상이라도 이해해 주세요. 마음은 한상 가득 잘 차려내고 싶지만 정말 하기 싫은 날도 있고, 여유가 없을 때도 있고, 정말 정말 뭘 해먹을지 생각이 안 날 때도 있어요. 물론 갑자기 손에 불붙어서 여러 가지 반찬들을 줄줄이 해댈 때도 있지만요. 그럴 때면 꼭 칭찬해 주세요. 와 맛있다! 당신이 한 음식이 최고야! 거기까지도 어렵다면 반찬 하느라 수고했네. 잘 먹겠습니다. 요정도만으로도 주부들은 신이 납니다.


 그 말하기가 돈 드는 도 아니고 그 말 하나로 한 끼 식사가 정이 넘치는 따뜻한 식사가 될 수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요. 5월의 멋진 주말, 공휴일과 연휴로 인해 조금은 고단하기도 했을 텐데요.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오손도손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누리셨으면 합니다. 멀거니 앉아서 차려주는 밥상보다는 수저라도 놓고 오늘은 어떤 반찬을 했는지 관심도 가져주시고, 담아놓은 반찬은 식탁으로 옮겨주면서 밥에 대한 조금의 예의정도는 있었으면 좋겠어요. 혹여 주부가 무수리라는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가족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배려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제바램만 줄줄이 적었나요.


이미 잘하시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신 분들도 당연 수고하셨고 힘드시겠지요. 그런데 집에서 일한 주부들도 힘들답니다. 반찬 몇 가지 하고 나면 후들거려요. 잠시 몇 번만 거들어 주시면 그 수고하나로 가족모두가 행복한 식사가 될 수 있을 텐데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모든 가정의 평안을 위하여!

이전 15화 오월에는 오이반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