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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20. 2024

봄나물 반찬 3종세트

취나물, 비름나물, 방풍나물

봄나들이에 지쳐가는 중입니다. 가는 곳마다 당연히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들어가 보지만 이 저렴한 입맛은 고개를 쭈우욱 빼들고 아무리 둘러봐도 먹을만한 것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바다도 볼 겸 궁평항에 갔어요. 봄이라고 꽃게, 도다리, 주꾸미 등등이 나 좀 데려가 달라고 파닥거리며 손짓을 합니다. 주꾸미로 정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닷가 해산물로 꾸며진 정식  상과 샤부샤부육수가 등장합니다. 보기만 해도 정식 한 상만으로도 배가 부를 것만 같아요. 결국 주꾸미는 겨우 반밖에 못 먹고 싸들고 왔습니다.


해산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먹음직스럽게 세팅된 해삼, 멍게, 조개류 등등 젓가락이 가지 않아요. 겨우 밥 반공기에 김치 몇 조각과 주꾸미 두 마리로 점심을 때웠습니다. 아~ 맛있는 나물이라도 한 접시 있었으면 허겁지겁 맛있게 주린배를 채우고도 남았을 텐데 아쉽더라고요. 그래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고 바다보다는 산골에서 나고 자랐으니 내 땅에서 난 푸성귀가 내게는 제격이지 싶어 농산물시장에 있는 야채가게로 달려갔습니다.


주말을 맞아 시장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쌓여있는 나물들이 주부들의 꾸러미 속으로 팔려나가고 있었어요. 딱 요맘때만 먹을 수 있는 자연산 취나물을 맨 먼저 찜했습니다.  방풍나물 1킬로에 3천 원, 비름나물도 1킬로에 3천 원인데 재배가 아닌 자연이 붙으니 자연산 취나물은 1킬로에 5천 원입니다. 그래도 사야지요. 요때 아니면 내년에나 먹을 수 있으니 봉지봉지 사들고 와서 다듬었습니다. 자연취는 산에서 하나하나 채취한 것이라서 가늘고 우선 향이 어마무시합니다. 긴 대는 어느 정도 잘라주고 잎사귀 위주로 다듬어 주었더니 3분의 2 정도가 남았습니다. 재배한 비름나물도 길게 베어온 것을 그대로 판매하기에 잎사귀 쪽만 다듬고 나면 거의 반정도밖에 남지 않습니다. 방풍나물도 억센 줄기 부분을 제거하니 3분의 2 정도 남았고요.




맨 먼저 취나물볶음부터 들어가 볼게요. 우선 다듬은 나물들을 씻어서 데쳐줘야겠지요. 소금 한 스푼을 넣고 물이 끓어오르면 깨끗하게 씻어놓은 연하디 연한 자연산 를 넣고 몇 번 저어주면 초록초록 어찌나 예쁜 색으로 변하는지요. 거기에 혹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면 절대 안 됩니다. 5분 이내로 데쳐서 찬물샤워를 해줘야 합니다. 와우 취의 향이 끝내줍니다. 데쳐내면 거품이 부글부글 나와서 여러 번 씻어주었어요. 그래도 향이 너무 진하여 쌉싸름한 맛을  덜 좋아하는지라 1시간이나 우려 주었습니다.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냥 드셔도 되겠지만 머위대는 좋아하지만 쌉싸름한 머위잎 쌈도 즐겨하지 않는 저로서는 그 향이 아까워도 약간 우려내고 먹습니다. 적당히 우려진 를 건져서 짜지 않고 양념을 해줍니다. 볶을 거라 삶아진 취를 프라이팬에 두어 번 잘라서 넣고 맛간장 1, 소금 1, 마늘 1스푼, 들기름 1스푼을 넣고 조물조물 해준 후에 볶아줍니다. 어느 정도 볶아졌다 싶을 때 쪽파와 고소한 깨소금으로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이 과정은 5분 이내로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부드럽고 고소한 그 맛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두 번째로는 비름나물을 할 건데요. 먹으면 장수할 수 있다 하여 장명채라고도 리는 비름나물은 꽃이 피기 전에 연할 때 먹어야 제맛입니다. 이제 씻고 데쳐서 양념을 해줄 건데 데치는 시간이 2~3분 정도로 짧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푹 물러져서 맛이 없어요. 어쩌면 이 나물은 안 먹는 분이나 먹어본 적도 없으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유명한 나물집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메뉴에 없더라고요. 양이 너무 줄어들어서일까요. 무쳐놓으니 딱 1 접시였거든요. 데친 나물은 바로 찬물샤워를 해주고 꼭 짜줘야 합니다. 고추장 1. 고춧가루반스푼, 들기름 1, 올리고당 반스푼 쪽파 1만 넣어 조물조물 무쳐주었습니다.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해주시면 되고요. 무쳐놓고 나니 1킬로였던 것이 다듬고 데치고 하는 과정을 거치며 줄고 줄어 달랑 한 접시가 되었어요. 양이 적어져맛있게 먹으면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방풍나물을 할 건데요. 오래전에 방풍나물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쯤이었을 거예요. 친정에 갔더니 갑자기 어머니께서 시퍼런 녹즙을 손에 들고 무슨 보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건 꼭 먹어야 한다고 하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눈 꼭 감고  들이켰던 기억이 납니다. 이름처럼 풍이 예방되는 건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효능이 있다고 하네요. 방풍나물도 5분 정도 데쳐서 건져 찬물샤워 후 살짝만 짜서 양념을 해줍니다. 주양념이 된장이 될 건데요. 집된장은 너무 짜서 외국인들이 열광한다는 쌈장을 사용해 보았어요.


어느 음식점에서 먹어보니 아무리 먹어봐도 쌈장맛이 나는 거예요. 집에 와서 해보니 바로 그 맛이었어요. 쌈장 1스푼, 고추장 반스푼, 소금 조금, 들기름 1, 마늘 1, 다진 쪽파 1스푼,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해 주니 방풍나물의 그 특유의 향과 함께 맛이 그만이더라고요. 이렇게 세 가지의 봄나물을 했는데요. 데친 나물을 요리했더니 또 양이 줄었네요. 그나마 방풍나물이 가장 양이 많아서 건강에도 좋다 하니 열심히 먹어야겠어요. 마침 지나는 길이라길래 딸네도 골고루 싸서 보내고 아마도 한 주 내 내 이 나물들 먹으며 식탁에서의 봄날을 만끽하게 될 것 같아요. 맛있어 보이시나요.




시골에서 나고 자라셨다면 봄이 되나물을 만나러 갔던 추억쯤은 한 가지씩 있지 않을까요. 어머니를 따라가는 날이면 어머니만이 아시는 비밀장소가 있기에 매년 힘들지 않게 나물을 채취해 오곤 했었지요. 언니와 함께 가는 날이면 언니는 여기저기서 잘도 발견하는데 저는 빈그릇만 들고 헤매다 오거나 뜯어와도 지저분하여 언니가 다시 다듬어야 했고요. 그랬던 내가 7남매 맏며느리가 되어 음식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어쩌다 내가 이렇게 부지런을 떨며 살아가는 걸까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답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과부하가 걸려 고생하기도 하지만 사람인생은 참 알 수가 없어요.


어쨌든 맛있는 나물반찬은 냉장고에 들어가기 전에 바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잖아요. 따끈따끈한 서리태콩밥에 봄김치 세 가지와 나물도 줄줄이 늘어놓고 오물오물 봄향기를 음미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역시 자연산 취나물이 제일 맛있었고요. 지난번에는 소금만으로 무쳤던 비름나물을 예전처럼 고추장으로 했더니 맛있게 드시네요. 쌈장이야 말해 무엇해요. 너도나도 잘 먹는 양념으로 했으니 방풍나물이 안 맛있을 수가 없겠지요. 지금 시장에 가시면 다 만날 수 있는 나물들. 어서 빨리 주방으로 들여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맛있게 아주 맛있게 해서 드셔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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