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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13. 2024

건나물 반찬 3종세트

식재료는 감사입니다(고사리, 부지깽이, 곤드레나물)

오늘은 말린 나물들을 해볼 건데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리고 삶고 번거롭긴 해도 나물을 좋아하는지라 먹고 싶을 때마다 자주 해 먹곤 합니다. 나물과 초록초록 싱싱한 나물과는 맛이나 식감이나 영양학적으로도 차이가 있다지만 제철나물은 그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반면에 말린 나물은 제철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완도에 사시는 동서친구 어머니께서 보내주시는 고사리, 나물이 맛있는 한정식집에서 파는 부지깽이나물, 아들이 사는 양양의 보리밥집에서 파는 곤드레나물은 제가 애정하는 나물들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완도고사리는 타 지역 고사리와 달리 기도 가늘면서 씹히는 식감도 좋고 고소한 맛이 나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매년 주문해서 먹고 있습니다. 혹시 그쪽에 가실 일이 있으시다면 꼭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손수 채취하신 완도다시마, 깨끗이 선별하여 보내주시는 멸치, 직접 담그신 멸치액젓은 비린맛 없이 깔끔하니 그 맛이 끝내줍니다. 그 감사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순 없지만 이런 정성 가득한 식재료를 받아 들 때마다 코가 시큰해지기도 합니다.


고사리 같은 경우에는 바로 삶고 우려서  먹는 것보다는 말렸다가 먹는 것이 훨씬 맛이 있는데요. 생고사리를 바로 삶고 우려서 볶아보았는데 고사리 고유의 그 맛이 아닌 물컹하니 비린맛이 나서 제입맛엔 아니었어요. 잘 말려진 완도산 고사리 한 줌을 전날밤에 물에 푹 잠기도록 담가두면 다음날 아침 약간 불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사리를 깨끗이 헹구어 냄비에 담고 부어준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뒤집어가며 5분 정도 더 삶아준 후에 뚜껑을 닫은 채 방치해 둡니다. 그러면 그 온기로 적당히 부드럽게 잘 삶아집니다.


두어 시간 후에 헹구어보니 적당히 물러져 식감도 적당하니 잘 삶아졌습니다. 잘 삶아진 고사리는 충분히 헹구어 1시간 정도 더 우린 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손으로 뚝뚝 끊어 손질하여 짜지 말고 물기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로 건져둡니다. 여기에 재래간장과 양조간장, 멸치액젓. 들기름, , 마늘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 팬에 볶다가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해 주면 완성입니다. 명절이나 제사, 보름에나 먹는 나물로 인식이 되어왔지만 가끔 해 드시면 또 그런대로 맛이 있습니다. 봄나물들과 함께 비빔밥으로도 제격이겠지요.




부드러움의 끝판왕인 울릉도 특산물 중의 하나인 부지깽이나물은 가끔 가는 한정식집에서 먹어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구매하였습니다. 지난 명절에 반절을 먹고 반절남은 을 아침 일찍 일어나 물에 푹 잠기도록 담갔습니다. 서너 시간 담갔을까요. 적당히 불려진 듯하여 깨끗이 씻은 뒤에 다시 나물이 물에 잠기도록 하여 20분 정도 삶아주는데요.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아 약간 말캉하다 싶으면 불을 끄고 고사리와 마찬가지로 제물에 더 물러지도록 방치해 둡니다.


부지깽이의 부드러운 을 좋아해서 30분 정도 후에 헹구어 주었더니 딱 제가 좋아하는 정도였어요. 헹구면서 만져보면 삶았어도 가끔 줄기가 질기거나 딱딱한 부분들이 있어요. 과감히 골라내시고 깨끗하게 먹기 좋은 크기로 정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마른 나물 양념은 거의 다 비슷해요. 재래간장, 양조간장, 들기름, 파, 마늘, 멸치액젓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서 볶다가 깨소금으로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간의 세기도 집집마다 다르고, 나물의 양에 따라 다르고, 쓰시는 간장에 따라 다르니 조금씩 넣어보면서 간을 맞추시면 되겠지요.


참고로 마른 나물을 볶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양념이 충분히 스미도록 국물이 좀 있는 상태에서 약간은 졸이듯이 볶아야 간이 쏙 배어들어 맛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곤드레나물을 해볼 건데요. 곤드레는 나물보다 보통 밥으로 더 유명한데 양양에 있는 보리밥집에서 곤드레나물을 먹어보고는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문제는 거리상 그곳에서 사 올 수도 없고 근처 마트를 다 다녀보았지만 건곤드레를 구할 수가 없었다는 거지요. 곤드레 채취시기가 5~6월이니 건곤드레가 지금까지 남아있기가 쉽지 않겠지요. 결국 인터넷으로 구매하느라 배송문제로 시일이 걸려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누가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나물로 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구한 건곤드레 100g을 불려줘야겠지요. 저녁에 불려서 아침에 삶으면 좋을 텐데 급한 마음에 오전 11시에 불려서 4시에 깨끗이 헹궈준 후에 쌀뜨물과 소금을 반 줌 넣고 삶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건조기간이 오래된 것이라 그런지 1시간이나 삶아주고서야 보들보들 해져서 불을 끄고 뚜껑을 닫은 채로 20분 후에 헹궈주면서 굵은 대는 정리 해 주었어요. 건나물은 볶으면서 수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꼭 짜지 말고 살살 건져서 양념을 해주는데요. 재래간장 1, 양조간장 1, 멸치액젓 1, 마늘 2, 들기름 1을 넣어 조물조물하여 팬에서 10분 내로 볶아주었어요. 워낙 연한 나물이고 이미 푹 삶은 거라 오래 볶지 않아도 됩니다. 양념이 스미는 정도면 충분하답니다. 거의 볶아질 즈음에 쪽파와 통깨를 넣고 몇 번 뒤집어 주면 완성입니다. 부족한 간은 소금을 넣어도 되겠지만 저는 그대로 마무리했습니다. 어렵게 해서 그런보들보들 엄청 맛있습니다.




세 가지나물을 해보았는데요. 건나물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조상님들의 지혜로 맛있는 나물도 먹을 수 있고, 말려서 두고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요즘은 다양한 방법들이 나와서 생으로 삶아서 얼렸다가 먹기도 하고, 염장하여 보관했다가 먹기도 하는데 자리차지 하는 것도 그렇고 건나물만의 그 특별한 맛이 있기에 저에 건나물 사랑은 이어질 듯싶어요.


나물을 하는 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들기름과 참기름인데요. 특히나 건나물을 할 경우에는 그 맛을 좌우하는 것이 들기름이란 생각이 듭니다. 들기름과 참기름은 시골에 사는 언니가 일 년에 몇 번씩 짜서 나눠주기에 항상 신선하고 고소한 맛으로 음식을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있습니다. 식재료를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래서 시골 어디에서 믿고 직접 살 수 있다 하면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드는 편입니다. 더구나 이번에 건곤드레를 구하느라 신경 쓴 걸 생각하면 더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양양에 있는 아들에게 보리밥집에 가거든 꼭 사 오라고 미리 부탁해 놓았어요. 쟁여놓고 먹으려고요.

 

그동안은 언니가 거의 재배하고 수확한 것들을 받아먹곤 했지만, 나이도 있고 몸이 안 따라주니 많이 접게 되어 알아서 사 먹어야 하는 품목들이 늘어만 갑니다. 그러다 보니 제 손에 들어오는 식재료나 양념들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많은 분들께서 사서도 드시겠지만 알게 모르게 시집, 친정. 지인분들께 신세를 지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는 덕분에  많은 혜택들을 누리고 살았는데 갈수록 그런 연결고리가 줄어드는 것 같아 너무 아쉬워요. 지금이라도 그동안 챙겨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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