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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ug 10. 2024

고마운 당신께

찹스테이크, 두부샐러드, 고추장감자볶음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던 겨울날에 시작한 연재가 드디어 무더움이 극에 달하는 여름의 한가운데서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30화는 에필로그로 감사와 자축의 글을 쓸 예정이거든요. 하여 오늘의 연재가 요리들과 만나는 마지막 시간이 되겠지요. 그렇다고 명색이 주부인데 정짓간을 아주 떠날 수야 없겠지요. 간간이 생각이 나면 맛있는 반찬 들고 별책부록처럼 달려오도록 하겠습니다.


행여 이 글을 쓰지 못할까 봐 내심 불안해하며 미리 글을 써 놓기도 했어요. 소화장애도 모자라 갑자기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 대학병원에 다녀왔거든요. 다행히란 말을 쓰기에는 그렇지만 당장 입원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써 놓았던 들을 모두 걷어내고, 씩씩하게 이 글을 다시 쓸 수 있어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어요. 이제 괜찮아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는 잘 해낼 거거든요. 이렇게 마지막까지 어렵게 연재를 끌고 온 것처럼요. 마지막인 만큼 좀 특별난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못했네요. 이제껏 해온 반찬들을 들여다보니 거의 풀만 먹고사는 줄로 오해하실 수도 있겠더라고요. 너무 소박한(?) 음식들만 해온 것이 아닐까 싶어 오늘은  가끔 해 먹는 소고기찹스테이크 요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고기안심을 덩어리째 사 와서 손질하여 구워 먹고, 남은 고기는 휴가를 떠나면서 어쩔 수 없이 냉동을 시켜놓고 갔어요. 다시 해동하여 구워 먹으면 아무래도 처음보다는 맛이 떨어지겠지요. 집에 있는 각종 야채와 양념들을 더하여 간단하게 찹스테이크를 해 먹으려고 합니다. 이미 찹스테이크를 해 먹으려고 깍두기 모양으로 적당하게 썰어서 냉동시킨 고기를 전날 꺼내어 냉장해동을 했어요. 해동된 고기(350g)의 핏물을 완전히 닦아 준 후에 스테이크 시즈닝 솔트와 올리브유 1스푼을 넣어 간이 배도록 조물조물해 줍니다.  들어갈 야채로는 파프리카, 브로콜리, 통마늘, 양파, 양송이버섯, 실파를 준비했어요. 손자들을 위한 반찬을 하다 보니 웬만한 야채들이 거의 다 있어서 양송이버섯만 구매했어요. 몇 가지 빠져도 있는 재료로 양념소스 만들어서 넣고 간만 잘 맞추면 어렵지 않은 요리입니다.


노란 파프리카 반개와 빨간 파프리카 반개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주고, 브로콜리도 끓는 물에 왕소금 반스푼 넣어 데쳐서 알맞게 찢어서 준비했습니다. 통마늘 줌은 편을 썰어주고, 작은 양파 한 개도 파프리카 크기로 썰어주고 양송이버섯은 작아서 밑동 제거 후 반만 잘라주었어요. 피망 대신 초록초록한 실파도 같은 크기로 잘라 놓고 이제 양념소스를 만들어 볼게요. 스테이크소스 2스푼, 올리고당 반스푼, 굴소스, 머스터드, 케첩, 맛술은 모두 1스푼씩만 넣어 골고루 섞어주세요. 스테이크 시즈닝 솔트가 없으면 소금, 후추로, 스테이크소스도 돈가스 소스로 대체하셔도 됩니다. 만든 양념소스는 간을 보시돼 마지막에 가감해도 되니 만든 그대로 넣어주세요. 


팬에 올리브오일 1스푼과 마늘을 넣어 볶아주다 양파 넣고 어느 정도 익으면 실파만 빼고 다 넣어 볶아주세요. 시즈닝해 둔 고기와 버터 1조각(10g)을 넣고 취향에 따라 볶아주다 준비해 둔 양념소스를 넣고 뒤적여 주세요. 살짝보다는 어느 정도 익은 고기를 좋아해서 버터가 녹고 핏물이 안 보일 정도로 볶은 후 실파와 후추, 파슬리가루 뿌려주고 마무리해 주었어요. 싱거우면 소금 추가하시고요. 설명이 장황해서 그렇지 재료만 있으면 간단해요. 매번 구워만 먹기보다 가끔은 찹스테이크 어떨까요. 맛은 말해 무엇하겠어요. 연한 안심에 소스가 어우러져 건강한 야채까지 남김없이 먹을 수 있는 퍼펙트한 요리랍니다.




두 번째로는 저의 시그니쳐 메뉴인 야채와 두부가 어우러지는 건강한 두부샐러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집들이나 친구들 몇 명 초대해서 내놓으면 인기폭발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반응이 항상 뜨거웠거든요. 재료는 두부 1모(300g)와 치커리 한 줌과 영양부추, 양파 반 개, 파프리카등이 조금만 있으면 되는데요. 날이 더워서 두부를 튀기는 수고가 필요하니 선선해지면 그때 해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맨 먼저 단단한 두부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큰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주세요.


소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부터 준비해 보겠습니다. 영양부추 한 줌을 씻어서 소스에 잘 버무려지도록 짧게 썰어주고, 파프리카도 같은 길이로 썰어주고, 양파는 썰어서 매운맛을 제거하기 위해 물에 담갔다가 건져주세요. 소스는 간장 4, 사과식초 4, 유자청 2, 설탕 반스푼, 참기름 2스푼인데 유자청 대신에 집에서 담근 유자차를 사용했었는데 다 먹어버려 딸 집에 있던 시판용 레몬차를 가져와서 사용해 보았어요. 청보다는 원물이 들어가니 씹히는 맛도 있고 향긋하니 반응이 좋았어요. 참기름은 미리 넣지 말고 마지막 올리기 직전에 첨가해 주면 더 좋겠지요.


두부를 튀기기 전에 준비한 치커리를 먹기 좋게 뚝뚝 끊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주세요. 모든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두부를 튀겨줄 건데요. 비닐봉지에 감자전분을 넣고 물기를 제거한 두부를 넣고 살살 뒤집어가며 골고루 묻혀 팬에 식용유 넉넉하게 부어 사방이 바삭해지도록 골고루 튀기듯 구워주면 재료준비가 끝났어요. 두부를 구울 때는 전분 때문에 서로 달라붙으니 간격을 두고 노릇하게 튀겨주세요. 이제 예쁜 접시를 꺼내어 물기를 뺀 치커리를 깔고 튀긴 두부를 올려주세요. 이어 만든 소스에 썰어둔 야채들을 섞어주고 꼭 참기름도 넣은 뒤 섞어서 두부 위에 골고루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이때 참깨도 조금 뿌려주었어요. 새콤달콤한 소스와 고소한 두부, 쌉싸름한 치커리가 어우러져 상큼하니 건강한 두부샐러드 강추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의 편, 아니 이제 내편이 되어가는 남편을 위한 고추장 감자볶음을 해보겠습니다. 요즈음 감자가 풍부하여 여러 가지 감자반찬들을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시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시던 고추장감자볶음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되겠지요. 손주들 때문에 맵지 않은 간장조림이나 하얀 볶음만을 만들었더니 얼마 전부터 매콤한 그 맛이 그리웠나 봅니다. 저도 좋아했었지만 맵찔이가 되어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먹고 싶다는데 해야지요. 감자 3개를 껍질을 벗겨서 세모나게 깍두기 크기로 잘라 전분을 씻어내고 소금으로 10분 정도 절였다가 다시 헹구어 준비합니다. 같이 들어갈 재료는 작은 양파 1개를 감자와 같은 크기로 썰고 잘게 썬 실파 2스푼 정도 준비합니다.


이제 양념장을 만들어 볼게요. 고추장 2스푼, 고춧가루 반스푼, 양조간장 1스푼, 올리고당 2스푼, 마늘 1스푼을 넣어 골고루 섞어주세요. 이제 팬에 식용유를 1스푼 두르고 감자와 양파를 넣고 감자가 부서지지 않도록 코팅하듯이 5분 정도 볶아주세요. 적당히 볶아졌다 싶으면 물 1컵 (200ml)과 설탕 1스푼을 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익혀주세요. 가끔 열고 저어주다 거의 물이 없어질 즈음 양념장을 부어 졸여줍니다. 양념이 졸아들고 조금 남았을 때 썰어 놓은 파와 깨소금, 후추, 들기름 반스푼을 넣어 마무리했어요. 부족한 간은 간장과 설탕으로 하면 되겠지요. 매콤 달콤 맛있다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 맛에 요리합니다.




맛있다!

맛있다!

해줄 줄은 몰라도 그동안 잘 먹어준 남편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복권번호처럼 그렇게 안 맞아도 40년째 함께 해온 당신. 그래도 당신이 있기에 당신을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살아온 세월이 그저 고마운 날들입니다. 물 한 모금 떠다 먹기도 오랜 시일이 걸린 부엌살림에는 인색하고 병인 당신이지만, 부실한 아내로 인해 새벽부터 운전하여 병원을 드나들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안 하는 남편이 오늘따라 참 든든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자였다면 얼마나 서글펐을까. 복잡한 출근길을 혼자 운전해서 가야 하고, 기다림의 연속인 병원 대기의자에서 말 한마디 나눌 당신이 없었다면 얼마나 외롭게 느껴졌을까 싶더라고요.


몸이 안 좋아지니 내 마음도 너무 약해진 걸까요. 불같은 성정으로 참 많이도 아프게 했지만 속마음은 여리기만 해서 결국은 다 내 뜻대로 하도록 묵묵히 따라온 당신이더라고요.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건데', '이거 괜찮은데', 최고의 찬사가 빈약하기만 해도 그 말이 얼마 큼인 줄을 알기에 입맛에 맞나 보다 하며 웃어넘기 했지요. 마지막으로 그를 위한 고추장감자볶음을 하며 많은 생각들이 들더라고요. 소화장애가 있는 아내 눈치 보느라 매운 음식들을 마음대로 해달라 해보지도 못하고, 외식할 때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있는 식당만을 선택해 주는 당신.


내가 좋아하는 과일들을 한 아름 샀다고 일일이 전화로 보고해 주는 당신,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전화해서 손자들 보느라 힘들지나 않은지 확인해 주는 당신, 때로는 바쁜데 자꾸 전화해서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 마음을 알기에 꾹 참기도 한답니다. 팔불출인 줄 알면서도 남편자랑 하는 거 이거이 엄청 쑥스러운 일이네요. 어쨌든 혼자 먹자고 그 많은 반찬들을 만들지는 못했을 거예요. 때로는 맛있고, 때로는 별로여도 맛없다 안 하고 잘 먹어준 그대에게 고마웠다고. 그런 당신이 있어 음식 만드는 시간들이 행복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이 글로 대신하려 합니다. 멋적스러워 그만 마치렵니다.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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