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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ug 03. 2024

성조숙증엔 건강한 음식과 적절한 운동도 필수

수육, 감자전, 김밥

세상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때 음식이 더욱더 중요한 순간이 기도 합니다. 일전에 윤이의 성조숙증에 대하여 올린 글(매거진-손주들과 할머니의 좌충우돌 성장기)이 있습니다. 그 뒤로 4주마다 주사를 맞으면서  조절이 되어 성격도 온순해지고 나름대로 자신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곤 했습니다. 저 어린것이 잘 해낼지 우려했던 것과 달리 키와 몸무게를 잘 유지하던 차에 그만 제동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몸무게가 늘었어요. 키와 몸무게의 성장 밸런스를 알맞 유지하면서 커야 하는데 비상령이 내려진 것이지요.


결국 저녁에 태권도를 다녀온 후에도 운동을 더 할 것인지, 밥과 반찬 양을 줄일 것인지 결정해야 했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윤이는 두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매일 태권도를 하고 있는데 또 운동을 한다는 것은 윤이에게는 싫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지요. 방학이 되면서 오전에 줄넘기를 추가하기는 했지만 그 바람에 점심과 저녁밥을 주는 이 할머니의 책임 늘었네요. 주중에는 늘 밥과 반찬으로 끼니를 챙겨주지만 주말에는 주중에 못 먹은 치킨, 피자, 라면 등 각종 음식들을 엄마, 아빠와 먹었으니 나를 탓하지는 않겠지만 큰 피해자(?)는 윤이 다음입니다.


그렇게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소담스럽게 잘 먹는 윤이에게 밥양을 줄이고 반찬마저 줄여야 한다니 이건 할머니로서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요. 말은 괜찮다 하면서도 아쉬운듯한 표정에 왜 그리 미안하고 안쓰러운지요. 어쨌든 윤이에게 음식과 운동이 당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렇다고 고기를 아주 안 줄 수는 없잖아요. 하루는 기름기 없는 안심을 살짝 구워서 한 조각만 주었더니 얼마나 꿀맛같이 잘 먹는지요. 매번 소고기를 줄 수는 없으니 이번에는 돼지고기를 수육으로 해서 줄 생각입니다. 삼겹살이나 목살보다는 기름기가 적은 앞다리살을 삶아서 살코기 위주로 주려고 합니다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앞다리살 2근(1.2kg)을 사 왔습니다. 지난번에도 삼겹살과 앞다리살을 사다 삶았는데 정육점사장님 말씀대로 신선해서인지 앞다리살이 손자들과 먹기에는 기름기도 없고 더 맛있었어요. 큰 냄비에 넉넉하게 물을 올리고 월계수 잎 5장에 통후추 반스푼 넣고 생강 5쪽을 넣어 팔팔 끓는 물에 삶기 좋게 썰어주신 고기를 한번 씻어 넣어줍니다. 고기의 기름기와 잡내를 제거해 주기 위해 살짝 데친 물은 버릴 거예요. 다시 끓기 시작하면서 5분 정도 되었을까요. 겉면이 살짝 익어가려는 순간 꺼내어 불순물과 기름기가 우러난 물은 버리면서 고기를 건져 두고 다시 새물을 받은 냄비에 본격적인 재료들을 넣어줍니다. 된장 크게 3스푼, 정종 100ml, 양파 1개, 마늘 한 줌, 사과도 1개 넣었어요.


한소끔 끓어오를 때 건져둔 고기를 넣고 대파가 없어 실파 한 줌 올려 40분 정도 삶아주다 나무젓가락으로 찔러보면 푹 들어간다 싶을 때 불을 껐습니다. 잘 익었다는 것이겠지요. 잡내도 없고 기름지지 않고 부드러워 손자들과 먹기에는 아주 알맞게 삶아졌어요. 요즘 비싼 상추도 씻어서 식탁에 올리고, 꼭 보쌈엔 새우젓이라고 외치는 훈이를 위해 짠 새우젓에 깨소금, 물 반스푼과 설탕 한 꼬집. 후추 조금,  파, 마늘과 참기름 한 두 방울(손자들과 먹을 거라 고춧가루는 생략했으니 꼭 조금만 넣어주세요) 떨어트려 준비했어요. 이제 주인공인 고기를 건져 먹기 편하도록 얇게 썰어서 접시에 담아내었더니, 쌈장파 윤이가 상추에 밥과 고기 올리고, 새우젓 한 개, 쌈장, 호박볶음까지 올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요. 먹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거겠지요. 우리 부부도 싱싱한 상추쌈에 올려서 맛있게 먹었답니다.

<윤이의 한 쌈>




손자들이 방학이다 보니 점심, 저녁을 차려줘야 하는데 방학 전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고, 휴가까지 다녀오다 보니 계획했던 반찬들을 만들지 못했어요. 일정에 맞추려니 쉬지도 못하고 이 더운 날씨에 감자전을 하겠다고 감자 5개를 강판에 갈았습니다. 강판에 갈다 손을 다칠 수도 있으니 무리하지 마시고 갈다 남는 감자와 양파꼬다리는 감잣국을 끓일 때 사용하면 좋아요. 강판에 곱게 간 감자는 고운 베자루에 넣어 짜서 감자전분을 만들기 위해 가라앉혀 줍니다. 5분 정도만 지나도 전분이 잘 가라앉으니 겉물을 조심스레 따라서 버리면 바닥에 하얀 전분만 남습니다. 적당히 짠 건더기는 다른 양푼에 담아 양파를 갈아주고 살짝 절인 호박과 당근을 넣고, 준비한 전분으로 반죽을 해주면 딱 적당합니다. 이때 소금 한 꼬집 넣고 넉넉하게 포도씨유를 두른 팬에 적당한 크기로 반죽을 펴서 부쳐주면 노릇 감자전 완성입니다. 어렵지 않아요. 어느 정갈한 한식당에 갔더니 곱게 채 썬 호박과 당근을 넣은 감자전이 맛있었기에 그렇게 해 먹고 있어요. 초간장을 만들어 찍어 먹으면 쫀득 바삭하면서도 맛있는 감자전이 그만입니다. 윤이와 훈이도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만한 김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계속 밥과 반찬만 주기보다는 가끔씩은 김밥을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손자들도 언제나 좋아합니다. 특히 치즈김밥이나 돈가스김밥은 대환영이지요. 재료는 여느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밥은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약간 되직하게 하여 소금, 식초, 참기름, 통깨를 넣어 솔솔 섞어줍니다. 김밥재료가 푸짐한데요. 요즘 장마로 인해 시금치값이 어마어마 하기에 오이를 김길이로 잘라서 소금에 살짝 절여 주고. 김장김치도 살짝 헹구어 알맞게 잘라 꼭 짜서 설탕, 들기름 약간 넣어 센 불에 잠시 볶어주었습니다. 나머지 재료로는 채 썰어서 볶은 당근. 햄, 맛살, 지단, 우엉, 단무지, 치즈, 나중에 몇 줄 준비한 돈가스까지 무려 10가지입니다.


재료가 워낙 많아서 밥은 싱겁게 비벼주고 윤이가 먹을 거라 돈가스김밥임에도 마요네즈나 머스터드 등의 소스를 넣지 않았어요. 재료가 많아서 밥양도 줄여서 조금 작게 말아주었습니다. 시금치 대신에 오이다 보니 초록빛이 부족하여 아쉽지만 씹히는 그 맛은 어찌나 맛나던지요. 최대한 기름지지 않게 하려고 마른 팬에 햄, 맛살등도 살살 굴려주고 절여진 오이도 키친타월로 닦아서 마른 팬에 굴려 물기가 없도록 했답니다. 예전 같으면 두줄을 먹고도 더 먹었는데 야채가 가득한 김밥 한 줄과 돈가스김밥을 반줄만 주는데 어찌나 내 손이 미안하던지요. 얼른 제 페이스를 찾아서 편하게 양껏 먹으며 쑥쑥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이렇게 해서 공구마켓에서 구입한 김밥세트도 클리어했답니다.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성조숙증 주사제 급여기준은 기존에 여아 8세 364일 남아 9세 364일까지였는데, 1년씩 낮추어서 여아 8세(7세 365일) 미만, 남아 9세(8세 365일) 미만으로 개정된 보험급여 기준은 2025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래 아이들보다 사춘기 발달이 빨리 찾아오는 성조숙증은 부모와 아이 가족들 모두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질환인데요. 아이의 적절한 성장을 위해 성조숙증 치료는 불가피합니다. 다만 늦게 발견할 경우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윤이 친구의 경우도 윤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병원에 갔지만 이미 생일이 지나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워낙 빨리 자라다 보니 자칫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잘 큰다고 마냥 좋은 일만이 아닌 경우도 있기에 반듯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상적인 주기에 알맞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미리 커버리면 어린 나이에 일찍 경험하는 내외적인 문제들로 컨트롤이 쉽지 않아서 적지 않은 불편함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위에도 특히 여아들이 그런 경우가 많아 치료를 받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너무 일찍 초경을 해버리면 성장에도 문제가 되고 뒤처리 문제도 쉽지 않기에 늘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워낙 먹을 것들이 풍부하다 보니 몸이 성장하는 것은 좋겠지만 내적인 면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당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미리 발견하고 치료를 해나가면서 음식과 운동으로 조절해 나가다 보면 잘 지나갈 수 있으리라 믿고 습니다. 혹시 주위에 그런 경우가 있으시다면 도움이 될까 싶어  올려봅니다.


이제 여름방학입니다. 학부모님들의 고충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또 살펴봐야 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다 보니 어려우시겠지만 무사히 치료를 끝내고 쑥쑥 잘 자라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전할 수 있어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언니손녀가 가슴이 나오고 너무 일찍부터 성장하여 2년 전부터 치료를 시작했는데 무사히 그 치료기간을 마치고 6학년인데 벌써 키가 160이 넘었다 하니 적절한 시기의 치료와 식생활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벌이의 경우 아이들 돌봄 문제로도 머리가 복잡할 텐데 또 신경 써야 할 일들 더 많아지네요. 지금 이 순간 당장은 힘들겠지만 아이들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먼 훗날 그때가 좋았었다는 생각이 드실 날도 올 거예요. 주위의 도움도 받으시면서 건강하게 함께 성장하는 현명한 부모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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