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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Nov 18. 2024

콩송편, 안 예뻐도 맛은 좋아요

추석에도 못한 송편을 이제 만들어 봅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였을까요. 추석이 다가오면 하얀 동부콩으로 송편소를 만들어 아침부터 저녁 무렵까지 할머니 옆에서 조몰락거리며 못난이 송편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송편을 예쁘게 만들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데 큼직하게 만들어 놓은 할머니 송편은 어쩌면 그리 고르게 예뻤는지요. 그래서 고모들이 예뻤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든 송편은  볼품없고 깨지기까지 하던지요.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시어머니와 마주 앉아 만들던 송편은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조물조물 아주 작고 예쁘게 빚어내시는 시어머니표 송편은 아무리 옆에서 조몰락거려도 크기만 작아졌을 뿐 분명 우리 딸은 예쁜데 송편모양은 별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그렇지 만들어 놓은 송편 사진을 보니 아무리 급했다 하여도 너무 부끄럽네요. 괜스레 송편을 만들겠다고 미리 떠벌렸을까 하고 후회하는 중입니다.


 콩설기를 하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해야 하는데'만 수없이 되뇔 뿐 영 가루를 꺼낼 용기가 없던 차에 서리태에서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서야 정신이 퍼뜩 들었어요. 그래 너도 살아보겠다고 그리 용을 쓰는데 버려지기 전에 만들어 보자 하며 콩을 깨끗이 씻어 불려두고 익반죽에 들어갔습니다. 제 때를 놓친다는 것은 그만큼 후회할 일도 많아진다는 것이니 그럴 수야 없겠지요.


 정작 추석에는 힘들다고 하지도 않던 송편을 때도 없이 하는 그 심보를 조상님이 신다면 혀를 차실 일이겠지만 어쩌겠어요. 반죽은 책임지겠다며 콩송편을 목메게 기다리고 있는 이가 옆에 있으니 널리 헤아려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반죽만 해주면 고것쯤이야 어떻게든 빚어놓으면 될 일이기에 걱정도 하지 않아요. 다만 얼려서 봉지봉지 담아서 보관하고 치워야 하는 보이지 않는 그 일들이 주부들을 얼마나 빠지게 하는지는 우리들만 아는 비밀이려나요.




불려서 빻은 쌀 1kg, 서리태콩 4컵반, 소금 반스푼, 물 3~4컵정도.

1. 며칠 전에 껍질을 까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서리태 해콩을 깨끗이 씻어 30분 정도 물에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빼주었어요.


2. 익반죽을 하기 위해 넉넉하게 5컵정도를 팔팔 끓여줍니다.


3. 방앗간에서 소금을 넣어 빻아 온 멧쌀가루 1킬로를 양푼에 담아 끓는 물 2컵을 골고루 뿌려 뒤적이며 반죽에 들어갑니다. 이때부터 어느 정도 뭉쳐지기 시작해요. 그래도 뻑뻑하여 1컵을 더 넣고 반죽을 하니 대충 뭉쳐집니다. 오랜만에 반죽을 해서인지 막상 송편을 만들려 하니 반죽이 갈라지네요. 다시 손에 물을 조금씩 묻혀가며 반죽을 하다 보니 물이 거의 3컵반 정도는 들어간 것 같아요. 절대로 한꺼번에 물을 왕창 부어서는 안 됩니다. 쌀가루의 수분양에 따라 물양이 달라질 수 있으니 조금씩 부으며 손에 닿는 촉감이 촉촉하다 싶을 때 반죽을 오래 치대 줘야 쫀득하니 맛있는 송편이 됩니다. 반죽 후에도 만드는 동안 겉면이 마를 수 있으니 젖은 면포로 덮어주세요.(내용이 길어서 저도 읊기가 힘들어요)


4. 물기를 뺀 콩 4컵반 정도에 소금을 반수저 정도 넣어 골고루 섞어주었어요. 이미 쌀가루에 간이 되어 있어서 콩에는 간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5. 반죽을 20그램씩 떼어 조물조물하다 양 손바닥으로 동글동글하게 만든 다음 양손 엄지와 검지로 동글동글하게 돌아가며 홈을 파줍니다. 이때 반죽이 갈라지지 않고 잘 만들어지면 반죽이 잘 된 거예요. 홈에 콩 10알 정도(10g 전후)를 넣은 다음 반으로 꾹 놀러 오므려 주세요.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처음인 분들을 위해 자세히 쓰는데 여러 번 해보아야  익숙해집니다.

<사진찍는 사이에도 반죽이 갈라집니다>

6. 콩이 들어간 반죽이 터지지 않도록 손 안에서 굴리며 조물조물 7~8번 정도 해준후에 엄지와 검지로 반달처럼 끝부분을 눌러주며 모양을 만들어 주고 나서야 송편모양이 완성됩니다.(손을 씻고 사진 찍는 사이에도 반죽이 갈라져 바로 뭉쳐서 만들었어요)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송편모양이... ㅠ>


7. 모두 78개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명절에는 3~4킬로 정도 했었거든요. 한 쟁반이 채워질 때마다 채반 아래에 종이포일을 깔고 송편을 올려준 후 냉동시켜 주고, 만드는 동안 살짝 냉동이 되면 비닐을 고 그 사이에 만든 송편을 올리며 냉동시켜 주었어요. 냉동이 되면 지퍼백에 담아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먹고 싶을 때 꺼내서 쪄 드시면 됩니다. 그때는 찌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이제 모두 만들어 냉동까지 시켰으니 남은 송편을 쪄서 먹어보아야겠지요.


8. 25센티의 삼발이스텐찜기에 올려 쪄볼 건데요. 찜기가 들어갈만한 솥에 5컵정도의 물을 붓고 끓으면 찜기 위에 간편하게 일회용 찜시트지를 깔고 송편을 올린 다음 찜솥 안에 넣어 쪄주었어요.


9. 20분 정도 찐 후에 열어보니 투명하게 콩이 보이고 잘 쪄진 모습이 보입니다. 그냥 한 개 먹어보아도 잘 익은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쫀득하고 고소하니 맛있는(쫀득한 맛 남) 핸드메이드 콩송편을 먹어볼 건데요. 이대로 두면 찜시트와 한 몸이 되어버려 다 터질 수도 있어요.


10. 잘 익은 송편은 작은 볼에 물 1 수저, 소금 아주 조금, 참기름  방울만 넣어 섞은 물에 한 번씩 샤워를 해준후에 통에 담아두면 하루정도는 보들하니 쫀득한 송편을 먹을 수 있답니다.




 그렇게 노래를 하던 송편을 드디어 끝냈습니다. 하실 줄 아는 분들이야 반죽해서 콩 넣고 대충 만들어 쪄 먹으면 간단할 일이지만 계량을 해보니 처음이신 분들은 쉽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지루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세세하게 늘어놓았는데 궁금하신 부분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아는 선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손자들이 예의상 콩송편을 한 개씩만 먹어주며 그러더라고요. 다음에는 깨송편도 꼭 해달라고요. 쌀가루가 1킬로뿐이라서 번잡스러워 한 가지만 했더니 살짝이 아쉬운 거 있죠. 떡 하다 세월 다 갈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훗날 나의 손길을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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