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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

by 희야


그런 사람 / 희야



그런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내가 울고 있을 때

말없이 안아주는 사람

괜찮아질 때까지

등을 토닥여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내가 외로움에 지쳐 있을 때

살며시 손잡아 주는 사람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내가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울 때

소리 없이 다가와 곁을 지켜주는 사람

괜찮아질 수야 없겠지만

그 마음 옅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

내가 되고 네가 되어보자

우리 서로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게

마음 따스하게 안아줄 때

세상은 더 맑아지겠지




몸이 약해 힘들어하는 지인이 있다. 볼일이 있어 지나는 길이라며 보고 갔으면 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로 시린 손 호호 불며 봉지를 들고나갔다. 며칠 동안 빠알간 저녁노을처럼 익어가는 대봉시가 너무 예뻤다. 잠시 따뜻한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맛이 괜찮더라며 건네는 손이 약소하다. 별것도 아닌 것이기에 쑥스러웠지만 말랑하게 익은 대봉시를 받아 든 지인의 손이 가볍게 떨리며 이내 초승달이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항상 좋을 수는 없다. 살다 보면 때로는 지치고 힘겨운 날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안아주며 토닥여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잠시 눈물을 거두고 힘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변함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외로움으로 힘겨워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너의 온기가 살며시 손끝으로 전해져 온다면 더 이상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왜냐고 물을 필요도 없이 상대가 고요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우리는 더없이 행복해지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온 폭풍 같은 상실감 앞에서 어쩌지 못하고 마음 아파하고 있을 때, 소리 없이 다가와 곁을 지켜주며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 그런다고 그 큰 상처가 쉬이 가실 수야 없겠지만 함께 있어주는 그가 있기에 조금씩 일상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 내가 되고 네가 되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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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