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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Feb 26. 2024

[호스텔 탈라베라] 동양인의 영혼이 깃든 마초-아브라함

동양인의 영혼이 깃든 마초

아브라함은 내가 처음 도착했을때 로비에서 일하고 있던 건장한 대머리의 멕시코인이었다.  누가봐도 이 숙소의 주인일법한 나이였고 손님을 안내하는 것이 익숙해보였다. 아브라함은 건장한 체구라서 처음에는 무서워보이기 까지 했지만, 게이일까 의심이 될정도로 매우 섬세하고 배려깊은 사람이었다. 언제나 어쩔줄 모르고 상대를 살피는 동양인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첫날밤 옥상에서 만난 아브라함은 번역기를 톤해서 힘들게 멕시코에 대한 인상을 물어왔다. 나는 모자를 쓰고 있는 그를 보고서 농담삼아, 

"이곳은 마초의 나라라고 들었어요. 수염을 기르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당신을 보니 확신이 듭니다. " 

라고 말해줬다. 

마초라는 단어에 잠시 당황하면서도 우리는 즐겁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에콰도르에 가려고했는데, 무장테러가 있어서, 아무 준비 없이 왔다고도 설명해줬다.

“신이 나를 이땅으로 보냈지.” 

“멕시코에 도착하자 마자. 난 자유를 봤어.” 

(타투와 피어싱을 한 사람이 거리에 너무 많아. 이말은 아브라함에게는 하지 못했다. ) 

“이곳은 아무 제한이 없고, 사회적 압박도 없어보여. 우리는 보이지 않는 지켜야 할것이 너무 많거든”

“그래서 이곳에 수많은 예술가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가득한 것 같아.” 

이렇게 말했을 때, 아브라함은 똑같은 메세지를 번역기에 쓰고 있었던 것을 보여줬다. 이곳은 정말 그랬다. 외부인이 잠시 눈으로 본 세상을 판단할 수 있을 리 없지만, 자유가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었다. 


아브라함은 보이지 않는 압박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글쓰기 이야기를 해줬다. 

"나는 책쓰기 수업을 운영하고 있어,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어서 책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정말 가슴 속에 묻어놓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시작하지만, 가족이 보게되고, 친구가 이웃이 보게 될 것을 우려해 하나씩 하나씩 진짜 이야기를 걷어내게 되지.

그래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별 다를것 없이 되고 말아. 누구에게 들려줘도 아무 문제 없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말지"

깊이 묻어놓은 진짜 사랑, 진짜의 고통과 어려움을 결국은 쓰지 못하고 만다고 말해주자, 그제서야 아브라함은 이해했다.      

우리는 힘겹게 번역기로 이야기 하느라 몇마디 나누지도 못했지만, 이곳은 아무제한이 없는, 예술가라면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그런 '미친' 곳이라는 것에 번역기를 넘어서 공감했다.                


소울푸드

아침에 일어나 옥상에 올라가면 그는 언제나 분주하게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끊는 물에 초콜릿 쿠키를 넣고 식초를 넣는 것을 보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요리는 어디서  배웠어? 가족들한테?"

"나 스스로 터득했지. 맛보고 감각으로."  아브라함이 다했다.

 "그런 감각은 타고나는 거야. 섬세한 천재 요리사 같은데!"

이렇게 한껏 과장을 섞어서 칭찬해 주었다. 그러자 답례로 아까 그 이상한 초콜릿 쿠키를 넣은 초코 라떼를 맛보게 해줬다. 함께 끓이고 있던, 파인애플과 구아바 시나몬과 카다몬을 넣어 만든 차도 맛보게 해줬다. 

신기하게도 초코라떼는 시판용에 비해서 훨씬 덜달지만 고소하고 부드러웠고, 파인애플과 구아바로 넣은 차도 시원하게 맛이 있었다. 

"내 영혼을 가져가. 이건 소울 푸드야 어떤 사람이라도 좋아할꺼야." 

아브라함은 매우 당황하면서 좋아한다는 뜻이냐며 고백으로 받아들였다. 

"디아블로를 만나면 소원을 빌기 위해서 영혼을 팔잖아,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영혼을 팔아서 사먹을 많큼 맛있다고 표현해. 그러니까 내영혼을 가져가"

그는 내 농담에 매우 즐거워 하면서 진짜 내 영혼을 가져갈 듯이 나를 볼때마다 차를 내줬다. 정말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내 언어의 장벽에 우리는 피곤해졌다. 이내 자주 이야기 하지 않고 눈으로만, 간단한 인사로만 이야기했다. 이미 서로를 어느정도 이해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이 숙소의 주인은 아니었다. 알고보니 멕시코에서도 특별한 도시 '라파스'라고 하는 아름다운 작은 항구마을에서 온 사람이었다. 일년째 여행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더 오래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숙소에서는 도움을 줄 뿐이라고 했다. 그저 도움을 좀 준다기에는 숙소 관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것이 이상했지만 나의 사정처럼 그에게도 사정이 있을것이다. 우리는 서로 모르지만 이해한다. 그리고 한공간과 같은 시간을 나눠 쓰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단 한가지 진실이다.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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