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사이에도 MBTI를 물어보는 세상. 너는 어떤 유형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자기 MBTI를 외우지 못하는 MBTI유형이 뭐냐고 되묻는다. 내 것도 못 외우는데 남편 것이라고 외우랴. E로 시작한다는 것만 알뿐 고작 4개의 알파벳 조합일지라도 알지 못했다.
그제는 스팀다리미로 잔뜩 구겨진 면바지를 다리고 있었다. 대충 해치우고 싶은 마음에 싱크대 위편에 있는 콘센트에 무리하게 다리미를 꽂았다. 내 뒤로 줄이 대롱대롱거렸지만 보이지 않는 척 다림질을 시작했다. 다람쥐처럼 다리미 줄을 폴짝 넘던 둘째 아이가 줄에 걸려 넘어졌고, 돌처럼 묵직한 다리미가 내 다리 위로 낙하하고 말았다.
아아악!!!
다리를 절 정도로 통증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다행히 금이 가거나 심각하게 다친 것은 아닌 듯하여 자연 치유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날 저녁, 저녁을 먹다 문득 발을 바라보니 커다랗게 시퍼런 피멍이 들어 있었다.
흠칫 놀라 발을 들어 올려 밥을 먹던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것 봐. 엄청 피멍 들었어!
딸: (다리를 쓰다듬으며) 엄마 괜찮아? 어떡해...
남편: 발바닥이 왜 이렇게 더러워?
아... 외울 필요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