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때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해서, 단기적인 효과만 반짝 있는 건 아닙니다. 브랜드가 경쟁 제품을 재정의하여 본능형 소비자를 공략한다면 누릴 수 있는 장기적 효과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시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어떤 업계들은 시장의 한계에 부딪히기 더욱 쉽습니다. 패션 업계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디자인은 취향을 타고 시즌성 제품은 재구매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의 한계는 곧 성장의 한계를, 성장의 한계는 재고의 누적을, 재고의 누적은 재무적 손해를 의미합니다.
재고의 누적을 해소하고자 각종 할인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기획해 보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거나 남용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해가 되곤 합니다.
이때 본능형 소비자로 눈을 돌려 시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부쩍 추워진 새벽에 전기장판이나 이불을 장만해야 할지 막연한 고민을 가진 잠재 고객에게
전기장판 대신 극세사 조끼는 어때요? 입고 잠들었다 새벽에 침실 밖으로 나와도 한기가 느껴지지 않아요.
같은 상세페이지의 설명한 줄로 소비자 풀을 확장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한 줄에 마음이 움직인 고객이 "전기장판 대신 이거 사길 잘한 것 같아요"처럼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후기를 남긴다면, 이 후기를 광고로 재구성하여 비슷한 본능형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볼 수도 있겠습니다.
둘째, 자신이 스마트 쇼퍼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줄 수 있습니다.
사실 이같이 새로운 경쟁 제품에 기반해 기획한 카피는 그 자체만으로는 메인이 되기 힘듭니다.아무리 어그 부츠가 감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들, 다른 어그 부츠들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설득이 없으면 고객은 이탈하겠죠.
마찬가지로 극세사 조끼가 아무리 편안하고 따뜻하다고 해도 외출할 때 입기엔 창피한 디자인이라면 고객은 ‘극세사 조끼’를 타 플랫폼에 검색하기 시작할 겁니다. 같은 제품군의 더 세련된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요.
이렇듯 본능형 소비자에게 마케팅하는 제품은 절대로 ‘원래 기능’에 소홀해선 안 됩니다.극세사 조끼 사례의 경우, 집에서도 밖에서도 입기에 괜찮은 디자인이어야 하죠.
그러나 이걸 반대로 생각하면,고객은 똑똑한 소비자가 됐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품의 원래 기능에 더해 부수적인 장점까지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죠.
어그 부츠를 구매한 고객은 발을 따뜻하게 해 줘서 면역력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겨울에 신을 패셔너블한 신발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면역력 유산균을 샀더라면 겨울에 신을 신발이 부족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시즌성 제품, 패션 아이템을 소개할 때도
이성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본능형 소비자들의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양제를 사야 할 것 같은데, 어그 부츠를 구매하는 것이 제삼자가 보기에는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보일 수 있죠. (패딩을 사러 나갔다가 바라클라바를 사 온 저를 보며 엄마가 혀를 끌끌 차는 것처럼요.)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공략하는 소비자는 목적형이 아니라 본능형입니다.
패딩을 구매할지 다른 제품군을 구매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남들이 봤을 땐 어떨지 몰라도) 본인은 구매에 만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능적인 필요를 해결해 준다는 설득이 이뤄진다면, 게다가 언제나 입을 옷이 부족한 내 옷장을 채우는 패션 아이템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들은 우리의 새로운 고객이 됩니다.
오히려 이 구매가 타당한지 다양한 방면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고객이죠.
많은 경우 패션 제품은 사진과 영상의 분위기, 유명인의 착용 여부, 디자인 등 기능적인 쓸모와는 동떨어진 감성적인 설득이 우선시 되곤 합니다.
하지만 코 끝에 겨울이 다가온 지금, 본능형 소비자들에게 이성적인 설득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빠르게 기획하고 빠르게 실행했을 때 어쩌면 이번 달 매출을 배가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