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건 사라진 게 아니다
매일 아침, 서울로 향하는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출근길에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서, 또 한 번 피곤함과 출근하기 싫은 마음들이 겹쳐졌다. ‘이런 삶이 얼마나 더 이어질까?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법한 질문이었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겪는 과정이라고 믿었다. 어릴 적에는 그런 고민조차 없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 언젠가 나는 잘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린 순간들이 내 삶 속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었는지. 그것은 어떤 대단한 사건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소하고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나는 천천히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바쁜 일정을 쫓으며 아침에 거울을 보고도 나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저 할 일의 목록을 떠올리고 무감각한 하루를 시작했다. 내 안의 진짜 나와 대화를 나누는 법을 잃어버린 채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비슷할 거라고, 모두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를 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편적 기준에 맞추며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속 세상은 모두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 비친 삶과 나를 비교하면, 나는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나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듯한 답답함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면서도 더 나은 직장, 더 좋은 조건, 더 많은 성취를 끊임없이 갈망했다.
‘저것만 이루면 내 삶도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그건 환상일 뿐이었다. 무엇 하나 이루어도 금세 또 다른 것을 갈망하며 나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후회라는 감정이 따라왔다.
그런데 가끔은 생각한다. 설령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만약에”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는 그렇게 과거를 합리화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내 안의 메아리가 희미해지고, 진짜 내 목소리가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순간들은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를 준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 기회를 붙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