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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Sep 30. 2023

좌파가 괴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좌파가 상속받지 않은 유산

뭔가 의아합니다. 좌파가 첫번째 헌법에 관심 갖지 않습니다. 좌파는 어떤 흠집도 내지 못하도록 독립운동가를 결사옹위하면서, 정작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사회적인 대한민국, 그리고 그 꿈을 담은 대한민국헌법 제1호를 권위 있는 근거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우리 것'을 더 아끼고, 우리 것 중에서도 '오래된 것'을 더 높이 쳐 줍니다. 역사 논쟁, 정통성 논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웰이 이야기한 것처럼, 과거를 차지하면 미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은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계급 갈등, 이념 갈등을 막고 전국민을 균등하게 발전시키려 했습니다. 그래서 기간산업 국유화와 이익균점권처럼 지금 시점에서 봐도 급진적인 조항들에도 합의했습니다.

좌파는 이런 유산을 잊었습니다. 조소앙, 유진오, 조봉암, 전진한 등, 역사적인 권위가 있는 우리 사상가들이 있지만, 좌파는 카를 마르크스나 낸시 프레이저 같은 남의 나라 사상가들만 인용합니다.

해외 사상가를 배척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근대적인 기초학문의 불모지라서 논의를 발전시키려면 해외 사상가로부터 도움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헌법이니 자유니 사회주의니 하는 것들도 모두 외제이고, 위에서 이야기한 사상가들도 외국 사상을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다만, 좌파는 역사 있는 근거를 활용해서 내집단 편향을 누그러뜨려야 합니다. 해외 사상을 들고 온 괴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뿌리를 둔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 역사에는 미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내에서 보장된다."
- 대한민국헌법 제1호, 제84조.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하거나 또는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 대한민국헌법 제1호, 제85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까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영을 특허하거나 또는 그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하에 둔다.”
- 대한민국헌법 제1호, 제87조.

"대한민국 인민은 남녀 귀천과 빈부 계급 없이 일체 평등하다."
-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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