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가 된 스웨덴
군대까지 투입해서 거리를 지킨다
이번 주부터 스웨덴군은 경찰 업무를 지원한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부족한 경찰력을 메우기 위해 육군을 동원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선진 국가에서 군대가 치안 유지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처참하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연쇄 테러로 130명을 죽였을 때, 마크롱 대통령은 2년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하고 군 병력을 동원했다.
이제는 스웨덴이다. 작년 스웨덴에서는 60명 이상이 총에 맞아 죽었다. 올해 사망자도 50여 명에 이른다. 이는 스웨덴에서도 가장 높은 기록이고, 총기 범죄 사망률로 보면 유럽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원인은 주로 이민자 출신으로 이뤄진 갱단이다. 여러 갱단들이 곳곳에서 총를 난사하며 수류탄을 던지고 있고, 여기에 스웨덴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심지어 갱단은 10대 어린아이들을 돈으로 포섭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흔히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복지 실험이 실패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실패한 일은 따로 있다. 바로 국경 관리다. 1980년대에 세계적으로 국경 장벽이 낮아질 때부터 스웨덴은 이민과 난민을 적극 받아들였다. 덴마크 사회민주당이 사회에 적응할 책임을 외국인에게 부과하는 식으로 국경을 지킬 때, 스웨덴은 매우 관대한 다문화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지금 스웨덴 인구의 5분의 1이 해외 출신이다.
문제는 바다건너 온 사람들이 스웨덴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거의 조건 없이 외국인을 받아들였다. 그 말은 스웨덴에서 먹고 살 수단이 있는지 없는지 충준히 따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애초에 새로운 사람들을 다 받을 만큼 일자리가 풍족한 것도 아니었다. 또한 사회민주주의 엘리트들의 바람과 다르게, 스웨덴 토박이는 외지인에게 끝없이 관대하지 않았다. 이민자와 난민이 늘어날수록, 스웨덴 사람들은 외지인이 복지제도에 무임승차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자연히 이민자들은 자신들만의 궁핍한 공동체에 갇힌 채로 스웨덴 사회로부터 분리되었다.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낙관에 젖어 있는 동안, 스웨덴은 서서히 피에 젖고 있었다. 결국 지난 총선에서 반이민을 앞세운 스웨덴 민주당이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섰고, 사회민주주의 정부도 무너졌다. 원래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핵심은 실용주의였지만, 68혁명 이후로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자들도 맹목적인 약자우선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국군을 투입해야 할 정도로 망가진 치안이다. 스웨덴 복지국가는 무너지지 않았다. 무너진 것은 국경이다.
우리나라 좌파도 비슷한 몽상을 공유하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다문화와 씨름해 온 유럽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다문화를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다. 경찰관 중에 터번을 쓴 사람도 없고, 무슬림 직원에게 기도할 시간을 줘야 하는지 고민해 본 기업도 많지 않다. 그런데 좌파는 마치 지금 당장 이민자와 난민을 수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인류학자 마크 모펫에 따르면, 갓난아기도 같은 국민집단에 속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게 사실이다. 사실을 외면하는 사람은 결코 윤리적일 수 없다. 스웨덴이 보여주는 것처럼, 대비 없는 다문화 정책은 자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