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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Nov 27. 2024

동심으로 세계로 흠뻑.

눈 사람 대 행진

참 오랜만이다.

동심의 세계로 20분간 떠났다.

전혀 내 의지와 상관없는 행동이었다.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 분리수거가 있는 날!.

베란다 귀퉁이에 온갖 잡동싸이 널러져 있었다.


"분리수거해야 하는데 귀찮다.".


"내가 도와줄게 지금 해"


깜찍한 아들의 발언이었다.


내일 아침 혼자 하려면 힘드니 아들 손길 얹어 지금 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양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나오니 아파트 입구에서 분주하게 가족 단위 무리 지어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도 눈 싸람 만들까?'


진짜 귀찮았다.


마음의 소리를 거부하고 어디서 튀어나는지..


"그럴까?"


던져진 아들의 말을 지키느라 20분 동안 눈덩이를 굴렸다.

추울까 봐 여러 겹 옷을 껴 입어 춥지 않았고 손바닥 만한 눈을 꾹 꾹 눌러가며 데굴데굴 굴렸다.


하체는 아들이 굴린 눈..

상체는 내가 굴린 눈으로 합체..

얼굴의 무언가 입, 코, 눈을 붙이려 두리번거리도 눈 덮인 거리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바로 위 화단 정원에서 눈에 친 낙엽들을 주워 이곳저곳 붙였다. 그만하려고 했는데 아들이 또 눈을 굴렸다. 혼자는 외로울까 봐 새끼 눈사람을 만들어줬다.


어마하게 쌓인 눈으로 큰 눈덩어리를 굴리는 데는 힘이 들지 않았다.


갑자기 종잣돈이 생각났다.


돈도 마찬가지였다.

맨 처음 천만 원 모으기가 힘들지 그 이후부터는 복리의 개념이 생겨서 돈이 돈을 끌고 왔다.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동심에 오랜만에 눈사람 만들고 어릴 적 추억 되새겼다. 아직도 순수한 아들이 심히 걱정된다.


"너 만의 매력이 있어!  분명 믿어!"


그 순간을 즐기는 나여서 그런 내가 참 좋다.

#눈사람 #아들 #동심 #행복 #겨울 #동행 #나답게 #명언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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