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언어

by 소래토드



로이는 쏜살같이 시계 소리를 좇아 날아갔다. 바닷물 위에 빠르게 놓이고 있는 곧은길 너머까지 다다르자 붉은 배 방향으로 몸을 돌린 후 그 자리에서 높이 날아올랐다.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붉은 나무배를 한번 쳐다본 로이는 이내 고개를 내려 시계 소리를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눈으로 바라보려 하는 자신의 이 행동을 그는 더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것이 시계 소리를 대하는 당연한 행동임을 로이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붉은 배를 위해 길을 내며 달려오는 시계 소리와 그 앞에 마주 선 로이는 얼마간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이 마주친 순간, 갑자기 시계 소리가 높은 음폭들과 낮은 음폭들로 동시에 나뉘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정교한 음폭과 높낮이를 통해 로이는 빠른 속도로 시계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람의 언어와는 달리, 시계의 언어는 거대한 의미를 순간적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한 단어나 문장이 아닌, 마치 한 권의 책이 한순간에 머릿속으로 입력되는 것 같은 체계의 언어였다. 그래서 로이는 시계소리와 눈이 마주친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시계 소리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로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시계 소리를 향해 그대로 날아가 자신의 몸을 시계 소리에 관통시켰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로이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그 떨어져 나간 자리를 시계 소리가 완전하게 채웠다. 이제 시계 소리는 로이 몸의 일부가 되었다. 로이의 심장에서 시계 소리가 외쳤다.


"네쉐르!"


로이는 붉은 배 위로 내려앉으며, 즉시 시계 소리의 외침을 속으로 되뇌었다.


'네쉐르...'


"로이, 그건 너의 새 이름이야."


로이는 놀라서 켄트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켄트는 자신의 생각마저 들을 수 있는 것인가? 갈수록 켄트에 대한 놀라움이 커져갔다. 그러나 지금 로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 신비에 우선 마음이 쏠렸다. 로이는 활짝 펼쳐진 자신의 날개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첫째 하늘에서와는 달리 그의 날개는 이제 완전하게 자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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