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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살랑 Nov 04. 2024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남편 몰래 비자금을 모으는 꿈


나에겐 꿈이 있다. 유럽 축구여행을 가는 꿈이다. 돈은 얼마가 필요할까.


지난해 남편이 입사 20주년 기념 긴 휴가를 얻어 처음으로 우리 네 식구 비행기를 탔다. 그것도 자그마치 유우럽으로. 역시 우리 남편, 최고야 멋있다, 쌍따봉을 날려주는데 찬물을 확 끼얹는다. 다음 여행은 이제 20년 뒤란다. 여행이 그다지 간절하지 않으며 진실만을 말하는 노잼 100% 남편만 믿고 있다간 정말로 20년 후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내겐, 꿈이 생겼다. 남편 몰래 비자금을 모으는 꿈이다. 


일단 주식 계좌를 터야 한다. 은행 가서 통장 만들듯 하면 되나? 도통 어떻게 하는 건지, 주식에 주자도 모르는 주린이는 할 수없이 남편에게 주식계좌 좀 만들어 달라 한다. 네가 그게 왜 필요하냐기에 당신 모르게 비자금을 좀 만들고 싶다 다. 그전엔 몇 번을 말해도 안 해주더니 이번엔 웬일인지 내 핸드폰을 갖고 간다. 앱을 깔고 내 지문도 갖고 갔다가 한참을 꿍시렁 대더니 드디어 다 됐단다.


이제부터 나는 외국 주식을 찔끔이지만 살 것이다. 남편이 매일 보는 주식 영상에서 귓등으로 흘려들었던 고것들 사면되겠지. 넣다 뺐다 하지 않고 진득이 묵혀놓으면 되겠지. 아참, 쉿. 우리 남편한텐 비밀이다. 남편 몰래 나만을 위해 모을 거다 훗. 그런데... 주식을 산다는 건 어디서 사는 걸까. 남편이 깔아놨다는 앱은 무엇이고 핸드폰 화면 어디에 있는 가. 그리고 한 달에.. 2만 원 투자(?)할 건데 2만 원씩 몇 년 모으면 유럽 갈 수 있을까. 아니 이건 적금이 아니잖아. 너무 몰라서 또 남편한테 물어봐야 될지도... 아니 이거 몰래 모아야 되는데.


나에겐 꿈이 있다. 가끔은 뜬금없이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매일 그저 그런 일상에 엉뚱 한 스푼으로 어이없이 웃음 짓고 싶다. 오늘은 뜬금없이 비자금 마련에 관한 다짐을 해봤다. 내일은 뜬금없이 뭘 해까. 에잇, 내일 남편이 시킨 일이 있다. 차 무상수리와 타이어 위치교환(?). 으 재미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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