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검어진 골목길에 그냥 한번 불러봤소
날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오늘 밤도 편안히들 주무시고 계시는지
밤이 너무 긴 것 같은 생각에
밤이 너무 길구나
아침을 보려 하네
나와 같이 누구 아침을 볼 사람 거기 없소
-이무진 [누구 없소] 중-
지금 이 기분을 누려야 한다. 생생히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한데 이놈에 남편이 자꾸 불을 끄고 커튼을 치고 잘 준비를 한다.
나 글 쓰고 있는 거 안 보여? 이무진의 노래로 시작하는 기가 막힌 글이
심장부터 콸콸 뿜어 나오려고 하는데 협조하지 못할까.
거실로 나가서 써도 되지만 여기 안방이 내 구역이란 말이다.
여기서 글이 나오고 열정의 피가 뿜어져 나온다고.
내 심장의 설렘을 느끼지 못하는 Robert
(사람의 감정 따윈 모르는 극 ISTJ 남편이 Robot 같아 영어 이름을 지어줬다. 토종 한국인입니다).
그는 숨쉬기 용도인 자신의 심장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신체의 전원을 우웅 꺼버렸다.
그럼 나도 자야 한다. 아무리 내가 거실로 나간다 해도
낮은 조명과 타닥이는 소리를 예민한 그의 센서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방문을 닫는데도 왜 난 거실에서도 이 열정을 즐기지 못하고 널 따라 자야 하냔 말이다 이 자식아! 7살 연상
아들의 첫 파자마파티에 대한 감회를 써내려고 부릉부릉 막 시동이 걸리는 참인데 Robert의 센서에 불이 켜지며 한마디 하신다.
자자
아띠 불안해서 무슨 말을 써야 할지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
아홉 살 둘째의 첫 외박 기록이 이렇게 마무리되나..
껌딱지 둘째의 꿈만 같은 첫 외박사건, 글과 그림의 환상의 나라에서 이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아침이 떠오르기까지 전등 불빛 아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그런 밤을 꿈꿨다.
큰아이, 둘째 아이 도합 11년여 애들을 재우느라 자유가 없던 지난 날들
혹시라도 애가 깨서 날 찾을까 숨죽이지 않고 마음껏 글과 그림으로 누비는 환상의 나라.
이크 환장의 Robert 센서가 또 작동한다.
"자자"
"자자"
"자자"
"자자"
제길 오작동이다. 끄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