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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Apr 16. 2024

예민한 엄마가, 꽃비처럼 웃어주마.

라라크루 화요갑분 (꽃)

꽃비가 봄비처럼 내리는 벚꽃이 휘날리는 작년 오늘, 오늘 같은 작년을 너무 좋아한다.

설레는 꽃비에 폴짝폴짝 소녀처럼 껑충거리는 하루를 보낸다.


매년 봄이 되면 아이들 손 꼭 잡고 복개천 꽃구경에 신이 났다.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꽃잎을 손에 받으려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꽃비는 닿을 듯 말 듯 얄궂은 미소를 띠며 넘실넘실 날아오르다 휘리릭 손바닥이 아닌 다른 안착 지를 찾아 날아오른다. 그러다 마지못해 나를 품어 줄 꽃잎이 사르르 내 손에 내려앉으면 세상을 다 얻은 설렘에 행복해진다.


그렇게 매년 꽃비에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봄, 이번 봄은 엄마와 큰이모를 모시고 벚꽃 구경에 나섰다.

소녀처럼 웃는 엄마와 이모 모습에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꽃비는 존재만으로 설렘 가득 행복을 선물한다.


꽃구경에 모처럼 행복한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할머니를 반겨주는 아들과 데면데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딸, 사춘기 딸은 요즘 부쩍 방에서 나오지 않고 누군가의 관심도 부담스러워하는 찐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아이들의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모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 모습에 덩달아 신이 났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들의 한마디에 마음이 싸하게 굳어지면서 지난 일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보았다.


"엄마! 왜 이렇게 예민해졌어요"

"할머니만 집에 오시면 엄마가 예민해져서 싫어요"

"엄마 또 예민해졌잖아"


아들은, 할머니 오시는 게 싫지 않지만, 엄마가 예민해지는 게 싫어서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오시면 모든 신경이 엄마에게 쏠려 아이들 행동, 목소리 톤 하나하나에 주의를 줬던 것 같다. 아들에게 엄마의 모습은 낯설고 서운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는 아들에게 새로운 감정을, 할머니가 오셔도 엄마가 예전과 똑같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맥주 캔을 따서 홀짝홀짝 마시며 기분을 달랬다.

모처럼 맛있는 밥을 먹었다는 엄마, 차린 것도 없는데 맛나게 드셨다고 행복하게 웃고 계셔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맥주 한 캔 먹고 대냐, 하나 더 묵어라."

"아냐, 엄마 충분해, 한 캔이 딱 좋아"

"으따, 묵을 수 있을 때 실컷 묵어, 묵고 싶어도 못 먹음 마음이 짠해져"


무심히 던진 엄마 말 한마디가 마음을 간질거렸다. 복잡한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계신 듯 다독여 주는 한마디에 켜켜이 묵혀 있던 감정들이 녹아내렸다.


무심코 던진 아들의 한마디에 온 신경이 엄마에게 쏠려 있던 마음을 풀어주었고, 엄마 쓰담 한 마디에

꽁꽁 엉켜있던 마음의 실타래 꼭짓점을 찾은 기분이었다.


엄마가 계시는 동안 오늘 느낀 감정을 잘 간직하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추억으로 남겨 주고 싶다.



한 줄 요약 : 엄마는 몰랐다. 할머니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엄마의 달라진 모습이 싫었던 너의 마음을

꽃비처럼 환하게 웃으며 살아보자!!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화요갑분#꽃#엄마#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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