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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Nov 07. 2024

너는 나의 연결고리

아들과 엄마

인제 그만 일어나게.

너무 오래 그렇게 쪼그리고 있으면 허리 펴는 방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네.


인제 그만 내 손을 잡고 일어나게.


도망치는 발걸음에 걸려 나를 붙잡아 주는 글귀에 담긴 온기가 온몸으로 퍼지더니

바스락거리던 나뭇잎에 생기를 넣어 주었다.


욕심이 열정을 뛰어넘거든 잠시 쉬어가게.

순간의 변화에 취해 정말 소중한 단조로움을 잊어 버릴 수 있다네.


아들과의 연결고리 매번 아들은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 세운다.

다 내려놓고 싶을 때 걸려 오는 전화, 엄마 나 다쳤어.

번쩍 나갔던 정신을 바로잡는다.


잠시 아이들의 공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공간에 흡수될 때 걸려 오는 전화

엄마 나 아파.

후다닥 제자리로 복귀한다.


마음이 몰캉거려 헤매고 있을 때 걸려 오는 전화

엄마 나 배고파

어느새 밥을 짓고 있다.


인제 그만 일어나게

그리고 나를 보게 지금 자네 옆에 있지 않은가, 귀인 같은, 귀신같은 초밀작 아들.



이른 아침 아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학교에, 회사에 등교가 출근이 늦는다는 연락을 하고 병원으로 갔다. 어젯밤 떨리는 손으로 지혈하고 임시 치료를 했지만, 여전히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 의사 선생님은 꿰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다치면 이렇게 다칠 수 있냐고 아들에게 묻는다. 아들은 그저 씩 웃고 만다. 의사 선생님은 나처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 주었다. 작게 들리는 신음 아들은 눈을 질끈 감고 고통을 참고 있었다. 아팠을 텐데 잘 참는 아들이 대견한 건 고슴도치 같은 내 새끼라서 그런가 보다. 아들의 상처 때문인지 가출했던 마음이 꾸역꾸역 돌아오는 길이다. 이렇게 아들은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지켜주고 보살피고 안아주고 챙겨주고 오직 내가 있는 사랑이 필요한 아이. 그 아이가 오늘도 내 속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한 줄 요약 : 무한 사랑이 이런 건가?



#아들#엄마#연결고리#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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