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동거
20년 넘게 출장 업무를 했던 사람이 뜨뜻한 사무실에서 일상을 보낸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을 벗 삼아 방방곡곡 유랑하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얼굴 내밀고 뜨겁게 보냈던 겨울을 히터 바람과 구릿한 냄새가 자욱한 사무실에서 보내려고 하니 고개를 들면 사라지고 없다.
고개 쏙 내밀어 맞은편 뽀글뽀글 머리를 찾아본다.
고개 숙여 업무 숙지하고 있나 훔쳐보니 덩그런 의지만 빙그르르, 빛처럼 사라지고 없다. 나와 무관한 사람이면 커피라도 한 잔 쓱 내밀 텐데, 보는 눈 의식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멀뚱히 바라만 본다.
오늘 어땠어?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어, 내일도 감옥으로 들어가야 하나?”
한참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선배(남편)가 또 사라지고 없다.
어디선가 선배(남편)를 찾는 소리가 들려 내 심장이 조마조마한다.
‘빠삐용, 어서 들어와요’
누군가 책상에 간식을 두고 갔다. 앞에, 빠삐용에게 주고 싶은데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다.
모니터와 눈싸움 중인 선배(남편)에게 슬며시 간식 투척을 하고 돌아섰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손이 가네, 손이 가 흠!
남편과 주고받은 메시지
나 글 쓰는 거 아무도 모르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마소
‘내가 한강 될 사람이오, 으하하’
‘대나무 숲이 있는 곳에서만 허하오’
‘알다’
혼자만의 비밀이 사라지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팀원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팀장 포병 나왔던데’
‘난 모르오’
한 줄 요약 :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매일 탈출을 꿈꾸는 빠삐용은 도대체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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