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동거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바로 내 눈앞에 떡 하고 앉아 있는 너는 누구?
제법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12월이면 느껴지는 스산한 기분 탓인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출근해서 책상에 앉으려다 몸을 돌려 들어왔던 문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운명의 장난 같은 인연. 책상 파트션 넘어 익숙한 향기와 귀에 꽂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니터 위로 살짝 보이는 머릿결 너 지금 내가 아는 그 사람 맞지?
오락실 두더지게임처럼 머리를 쏙 올리면 금방이라고 누군지 알 것 같은 사람이 정면에서 나를 보고 있다.
당산이 왜 거기 있어?
의문으로 가득한 내 눈빛을 피해 씩 웃더니 털썩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유쾌하게 웃는 그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바둥거린다. 눈치 없는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24년 12월 2일 인사이동에 남편 이름이 떴다. 정기 인사이동에 앞서 남편은 발 빠른 인사이동 주인공이 됐다. 20년 동안 같은 회사에 다녔지만, 타 부문에서 근무한 덕분에 회사에서 마주칠 일도 없었고 서로의 업무 스타일을 모르기에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주말 부부로 각자 삶에 향기와 열정을 쏟고 있던 찰나 남편의 서울 복귀가 확정되었다.
더군다나 다른 회사처럼 지냈던 그와 내가 같은 부문 같은 팀이 되어버렸다.
지금 내 앞에 그 사람이 앉아 있다. 고개를 들면 눈이 마주치는 그 사람을 피해 종일 구부정하게 앉아 숨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처음 그와 겨울 바다를 보러 갔던 그날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친한 후배와 셋이 떠난 겨울 바다 나는 그의 뒷자리에 앉았고 후배가 조수석에 앉았었다. 겨울 바다가 보고 싶다는 내 말에 그가 준비한 여행. 어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운전석 백미러에 내가 보이는 게 부끄러워 의자 밑으로 몸을 꾸깃꾸깃 숨겼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백미러 사각지대로 벗어나 몸을 숨겼던 부끄러움 한도 초과였던 내가 있었고, 나를 궁금해하는 그가 있었다.
“아니, 왜 자꾸 사라져요, 보면 사라지고 없어” 그날 그는 백미러에서 자꾸 사라지는 나를 찾았다고 했다.
겨울 바다에 도착한 나는 바다를 향해 쉴 새 없이 소리 질렀고 그런 내 옆에 그가 있었다.
사무실 지인들은 그와 나의 불편한 동거가 꿀잼 이란다.
“어 남 책임님 당당한 모습이 책임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네요”
허 참 이 어색한 동거, 괜찮을까?
매일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눈치 없이 맑은 사람 내 남편. 이번에는 내가 당신 옆에 있을게.
어색하고 따분한 사무실, 낯선 업무에 시달릴 당신을 내가 지켜줘야지.
한 줄 요약 : 우리 서로 눈은 마주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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