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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Oct 23. 2024

남편 이름이 사라졌다.

성격이 무기다.

내년 인사이동 명단에 남편 이름이 사라졌다.

해마다 이맘때면 회사는 고요 속에 외침처럼 은밀하게 들락거리는 소문들로 귀가 간질 거린다. 훅 불면 날아가는 소문은 듣고 싶지 않지만, 직장생활 구력은 무시 못 한다고 바람을 타고 스쳐 지나가듯 내 귓가로 간질 간질 파고든다.


남편 부서 내년도 인력 운영에 남편 이름이 없다. '쿵' 심장이 내려앉더니 갑지기 호흡이 빨라진다.

아직 어떤 상황도 전달 받은 게 없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여보, 우리 팀에 내 이름이 없어" 직장생활 구력은 나만 있는 게 아니였다. 남편도 어디선가 은밀하게 내년도 인력 운영안을 스리슬쩍 보았나 보다.


"어, 무슨 말이야 당신 이름이 없다는 게"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하게 반문했다.

"몰라 내년 우리 팀 구성원에 내 이름이 빠져있네!"

"여보, 당신 팀장 진급하는 거 아냐" 무슨 생각이었는지 '툭'하고 내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야, 임원이지 임원, 팀장은 무슨 진급할 거면 임원이 돼야지"

"자기야 축하해"


서로 상상의 날개를 펴며 깔깔거려본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어찌 된 영문인지 논의를 했다. 남편은 오히려 잘된 케이스라며 서울 복귀 가능성을 살포시 내포했다. 긍정적인 멘트와 유쾌한 웃음으로 내려앉은 내 심장을 분홍 향기로 물들였다.


인사팀 인맥을 동원해 어찌 된 영문인지 확인해 보았다. 남편의 서울 복귀는 사실상 확정인데 아직 이동 부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으로 논의 중이란다. 유력한 후보지는 인천인데, 내심 출퇴근이 걱정됐다.


남편 마음이 왜 복잡하지 않을까, 이제 겨우 적응해서 익숙해졌는데, 다시 새로운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왜 없을까? 하지만, 남편은 또 그곳을 화성으로 만들어 버릴 사람인지라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남편은 어디서든 빛이 나는 사람이라 걱정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남편은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뿜어내는 사람이다. 웃음이 있는 사람. 활발하지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우리 삶에 모든 건 시작과 끝이 있으니, 생각과 감정에 너무 매몰되어 행동하지 말고 반전의 모습과 반전의 행동으로 삶의 주인이 되어 가는 우리는 꾸러기 부부다.


혼자였다면 모든 고민을 짊어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갔을 텐데 남편의 유쾌한 웃음으로 맺혀 있던 걱정거리를 나도 그냥 훌훌 털어 버리기로 했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니까, 앞으로도 괜찮게 살아가 보자!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남편#인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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