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계산서

원망하지 않는다.

by 바스락

너무도 가벼운 인생,

십여 년의 시간 동안 여전히 그곳에 갇혀있는 어른아이들,

성숙이란, 몸의 성장에서 마음의 성장까지 같은 방향으로 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몸만 어른인, 어른아이들.


마음은 여전히 어린 애의 모습으로 어떤 판단과 어떤 행동과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 몸만 어른인 에고는 없는 상태.


소파에 앉아 호빵을 먹고 있는 아들 모습을 보면서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들은 아이의 모습으로 너무도 평온하게 자신의 시간과 휴식을 즐기고 있다.


며칠 전부터 아버지 제사를 준비하고 있다. 딱히 분주하게 준비하는 건 없지만,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정해진 시간에 모여 제사를 지내면 된다. 가족 단톡방에 일정을 알렸지만 '침묵'이다.


톡방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침묵의 무게만큼이나 아버지는 가벼운 인생을 사셨다.

어린 자식들을 타지로 내몰았고, 온정의 손길보다 먹고 살기 위해 스스로 독해지고 강해지고

냉정해졌을 시간, 그 시간에 갇혀 있는 아이들, 평생 치유받지 못한 어린 마음.


언니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한기, (난 가고 싶지 않아!)


몇 년 동안 아버지 제사에 무관심한 가족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도 막내라는 이유로 한발 물러서 있었다.

몸이 아프니 올해는 제사를 지내지 말자는 엄마는 매번 건강을 탓하며, 자식들 마음에 짊을 혼자 감당하고 계셨다.


매년 반복되는 패턴, 환영받지 못한 아버지 제사.

며칠째 묵묵부답이던 가족 톡방 더 이상 답을 기다릴 수 없었다.


26년 1월 1일 공교롭게도 새해 첫날 아버지 제사다.

새해 인사도 할 겸 가족들에게 안부 전화했다.


무거운 목소리, 한 옥타브 올라간 내 목소리보다 무거운 침묵


"새해 복 많이 받아"

"오늘 올 수 있지, 6시까지 오면 돼"


"몸이 안 좋은 거야" 깊은 한숨 소리만 들려온다.

"응" 겨우 대답하는 목소리

"그럼, 부담 갖지 마, 내가 잘 지내볼게." (옳고 그름의 해석이 불가한 우리 가족)


아버지는 인생을 어떻게 사신 거예요?

쫌 잘하고 사시지, 자식들 마음의 상처는, 인정받지 못한 어린 마음의 공포.

언니 말대로 나는 그래도 사춘기는 집에서 보냈으니까, 그랬으니까.


살면서 힘든 상황이 다가오면 무슨 생각이 먼저 들까?

원망, 억울함, 서러움, 내가 느끼는 감정인데 타인을 탓한다.

가져보지 못한 실체 없는 사랑, 어쩌면 작은 아이들에게 사랑은 관심과 보살핌, 그리고 안도였을지 모른다.



아버지 죽어서도 치러야 할 계산서가 있나 봅니다.


원망하지 않기로 했는데,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은 사람도 이렇게 미워할 수 있구나!

내가 미워하지 않기로 결심한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무거운 존재였다.

내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아버지 그 존재의 무게.


뭘 쓰고 싶은지 모르겠다.

엉켜버린 생각의 줄기도 찾을 수 없다.


남편은 또 이런 상황을 이해할까? 설명 없이 매년 같은 상황을 마주하는 남편에게 자세한 설명을 했던 적이 있던가, 오늘은 남편에게 우리 가족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내 판단을 내려놓고 남편의 입장이 되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오늘의 목적, 26년 1월 1일 아버지 제사를 잘 치르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겠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당신의 존재가 가족에게 상처라는 게. 그곳에서 쌓여 있는 계산서가 보이신다면, 이제는 돌아서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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