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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pr 22. 2024

2-1 진정한 지혜, 확신 편향

2-1 진정한 지혜

 

고대 그리스의 아테나에서 살았던 카이레폰은 델포이로 여행을 떠났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폴로 신을 모시는 델포이 신전은 예언의 성지로 유명했다. 카이레폰은 델포이 신전에 들러 평소 궁금했던 생각을 무녀에게 물었다.


 “소크라테스보다 지혜가 뛰어난 사람이 존재합니까??” 


무녀는 답했다. 


“없습니다.” 


 카이레폰은 아테네에 도착하자 곧장 소크라테스를 찾아갔다.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받고 왔네. 바로 자네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내용일세.” 


소크라테스는 카이레폰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평소 자신이 무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지혜롭다고 말하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을 의심했다. 그는 직접 신탁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 길로 소크라테스는 자신보다 지혜가 뛰어난 사람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찾아간 사람은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인들은 무지했고, 스스로 지혜롭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시인을 찾아갔지만, 그들 역시 정치인과 다르지 않았다. 시인 역시 자신들의 지혜를 뽐내려고만 했다. 실망한 소크라테스는 손 기술이 좋은 수공예 장인들을 찾아갔다.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그 외 일들에 대해서는 알 지 못했다. 소크라테스의 지혜 겨루기는 계속됐다.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지혜를 겨루었지만 자신이 지혜롭다고 착각하는 이들은 많이 만났어도 실제로 지혜로운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소크라테스는 이제서야 신탁의 의미를 알게 됐다. 무지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는 자신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다녔던 소크라테스는 그 특유의 화법(산파술) 탓에 사람들의 미움을 샀고, 그들에게 고소장을 받았다. 이 재판에서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를 고소한 사람은 정치인 아나투스, 시인 멜라투스, 웅변가 리콘이었다.


 소크라테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 받은 이유는 그의 대화법인 산파술 때문이었다. 산파술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대화법인데 소크라테스는 공격적인 질문을 많이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그가 자신보다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다닐 때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소크라테스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것은 지혜롭다는 착각에서 스스로 벗어나길 바랬던 것일지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존감을 높이는데 이를 이용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착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처럼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나는 철학을 접한 순간부터 투자 시장에서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말처럼 나의 멍청함을 인정함으로써 다른 투자자와 차별을 두기로 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큰 돈을 벌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례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마이클 버리 만큼 똑똑하지 않아서 그가 했던 이례적인 투자는 못하지만,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갖지 못한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여길 줄 아는 이례적인 투자자가 되기로 했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현대에 태어나서 투자 업계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아테네에서 느꼈던 기분을 똑같이 느낄지도 모른다. 투자 업계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잘났다고 떠들고, 서로가 더 똑똑하고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나르시즘에 도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안다는 것이 진정한 지혜다. 알고 있다는 착각은 잘못된 확신을 부르기 쉽다. 잘못된 확신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유명한 도박사인 한 남자는 자신이 가장 큰 돈을 잃었을 때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큰 돈을 잃은 순간은 낮은 패를 잡았을 때가 아닙니다. 아주 좋은 패를 잡았을 때입니다.”


확신편향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잘못 해석할 때 우리는 잘못된 확신에 빠진다. 상관관계는 수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고 해도 이를 인과관계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한 고등학교에서 키가 큰 학생들을 선별해서, 부모님의 키를 조사했다. 80%이상의 비율로 부모님 역시 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님의 키가 클 경우 자녀의 키도 크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한 대표적인 오류다. 키가 큰 학생들의 부모님만 조사했기 때문이다. 키가 작은 학생들의 부모님을 조사했을 때의 비율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 또 키가 큰 사람의 자녀를 조사해본다면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변수도 확인해야 한다. 키가 큰 자녀의 식습관, 생활습관의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키가 큰 자녀를 둔 부모님도 키가 크다면 이들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같기 때문에 키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농구선수와 배구선수들은 키가 크다. 선수들은 키가 크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키가 얼마나 자랄지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농구와 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는 농구와 배구라는 운동이 키가 크는데 도움을 준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인과관계의 오류다. 단지 키가 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고, 이들이 살아남아 프로까지 진출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는 어떠한 변수가 다른 변수에 영향을 줘서 원인과 결과라는 관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또다른 변수가 영향을 주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과관계는 어디까지나 관찰은 가능하지만 확정할 수 없다. 언젠가는 인과관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도, 언젠가는 깨질 수 있는 이론이다. 칼 포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학은 한 가지 이론이 무너지는 데서 출발한다고도 할 수 있다.”


“과학적 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추측 혹은 가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가 정교한 검증을 거쳤다 하더라도 말이다. 즉 우리는 알지 못하며, 다만 짐작할 뿐이다. 비록 과학적 지식은 지식이 아니지만 그것은 우리가 이 영역에서 가진 최고의 지식이다.”


 과학적 이론에 확실성은 없다. 과학적 사고는 오히려 반증을 반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다. 실패하는 가설은 제거되고, 문제를 해결한 가설은 살아남는다. 하지만 해결책은 잠시뿐이다. 해결책에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다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해결을 시도하는 무한한 순환 구조를 가진다.  뉴턴의 이론도,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후대에 반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나는 투자에서 과학적 사고를 거치지 못했다.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해했고, 잘못된 확신을 가진 적이 많았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잘못된 확신을 갖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내린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모든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다음과 같이 주문을 외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알고 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문구를 기록해두고 계속 의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럼에도 확신의 유혹은 꽤 강렬하게 다가온다. 투자 결정을 할 때 특히 그렇다.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늦어”, “이렇게 확실한 정보는 없어”와 같은 감정이다. 잘못된 확신은 더 커다란 확신을 낳는데 바로 확증편향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확신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를 찾는 과정(오직 자신의 확신이 맞다는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더 큰 확신을 갖기 때문이다. 확증편향의 오류는 매몰비용 오류로 발전한다. 

이전 03화 2장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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