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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pr 29. 2024

2-2 마지노 정신,  확실한 진리

마지노 정신


 1940년 5월 10일 독일군 전차부대는 벨기에의 아르덴 숲을 통과하고 있었다. 아르덴 숲을 지나면 바로 프랑스 영토였다. 독일 만슈타인 장군의 낫질계획이 시작된 것이다.

(독일은 1차대전 “슐리펜 계획” 즉 벨기에 북부지방으로 프랑스를 침공했다. 2차대전 역시 슐리펜 계획의 복사판인 “황색 작전”으로 벨기에 북부지방을 침략하기로 했으나, 만슈타인 장군은 기습의 효과를 위해 벨기에 아르덴 숲을 통과하는 “낫질작전”을 작성함. 독일 참모총장 할더는 낫질작전에 회의적이었지만 황색작전이 연합군에 노출되면서 낫질작전을 승인했다.)

 연합군은 그 어떤 전차부대도 울창한 아르덴 숲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2차대전 직전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강한 육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전차전에 대비해 상당한 수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독일군에게 단 46일만에 패하고 항복했다. 1차대전 승전국이었던 프랑스는 어떻게 그렇게 빠른 기간안에 독일에 항복하게 됐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차대전 프랑스의 승리를 도운 것은 강력한 방어 전략이었다. 동맹국이었던 영국은 느끼지 못할 방어전을 프랑스는 겪었다. 자국의 영토에서 끝없는 방어전을 치렀고 그만큼 영토와 국민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프랑스 국민들은 이 희생을 국가적 자부심으로 승화했다. 다시는 살육전을 치르고 싶지 않았던 프랑스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독일과 마주한 국경에 마지노선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요새는 지하철도로 연결되어 포위에도 끄떡없이 설계됐다. 프랑스는 마지노선에 70억 프랑을 투자했는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에 투자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마지노선에 커다란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벨기에와의 국경에는 건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벨기에는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했는데 프랑스가 벨기에와의 국경에도 마지노선을 짓는다면 벨기에는 독일의 침략에 맞서지 않고 1차대전때와 마찬가지로 중립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었다. 프랑스군이 독일에 대항할 전략은 독일의 침략 가능성을 확인하는 즉시 벨기에 영토에서 방어태세를 갖추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로 벨기에 국경에는 마지노선을 건설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슈타인 장군이 계획한 낫질작전은 기갑전력을 벨기에의 아르덴 숲으로 기동하는 것이었다. 기갑부대는 빠르게 숲을 뚫고 프랑스를 영토로 침공했다. 프랑스는 큰 돈을 들여서 건설한 마지노선에 과도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강력한 육군전력을 가졌음에도 독일의 위협에 먼저 공세를 펼치지 못했다. 큰 돈을 들여서 지은 마지노선을 버리고 앞으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국방장관은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십억 프랑을 들여 구축한 요새 방어선을 버려두고 어떻게 공세로 나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프랑스는 단 46만에 독일에 항복했다. 이때 실패한 프랑스 정부를 빗대어서 “마지노 정신”이라고 부른다. 과도한 확신과,  안일한 대비, 그리고 매몰비용의 오류가 낳은 최악의 사태를 일컫는 말이다. 


<<참고 - KODEF 세계 전쟁사2 <<제2차 세계대전>>  폴 콜리어, 알라스테어 핀란, 마크 J. 그로브, 필립 D, 그로브, 러셀 하트, 스티븐 하트, 로빈 하버스, 데이비드 호너, 제프리 주크스  -플래닛 미디어->>



확실한 진리


 칼 포퍼는 자신의 책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에서 인간이 확신에 대한 욕망을 가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확실한 지식을 얻기를 원하며 지식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제언에 대한 위험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다. 확신 없이, 확실성 없이, 혹은 권위나 리더 없이 살아갈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아직 유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은 공허한 단어이다. 과학은 진리를 향한 탐구다. 그러나 진리는 확실한 진리가 아니다.”


 투자자는 마지막 투자 결정을 할 때 어느 정도의 확신은 필요하다. 위대한 투자자 찰리 멍거는 가격 오류를 확신할 때 거액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오류를 발견했을 땐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찰리 멍거는 자신이 가진 확신에 매몰되지 않았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의 이론을 너무 확신하고 그 이론에 매몰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확신이 잘못된 결과로 도출될 때 크게 무너질 수 있다. 이를 칼 포퍼는 아메바와 아인슈타인으로 비유했다. 


 모든 이론은 기대 형질을 띈다. 확실한 진리란 존재할 수 없기에 자신이 가진 이론은 일종의 기대라는 것이 칼 포퍼의 주장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에 적합한 종목을 발굴했을 때,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확신하기에 해당 종목에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이론이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지식이라는 것도 사실은 기대와 같다. 갓난 아이는 태어났을 때 누군가의 돌봄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띈다.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갖는 선험적 지식이다. 하지만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아메바와 아인슈타인의 차이는 여기서 생겨난다. 아메바는 자신이 가진 지식(생존)이 틀렸을 경우 죽는다. 즉 아메바에게 시행착오란 곧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이 반증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이론을 객관화하고 오류를 찾아 나선다. 그렇기에 그의 이론이 반증 당해도 그는 죽지 않는다. 자신의 이론을 객관화했기 때문이다. 투자를 결정하고 실행할 때 나의 아이디어가 틀릴 수 있음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실패를 마주했을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칼 포퍼가 생각하는 이론은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논증과 반박을 통해서 오류가 드러나 폐기된 이론

2. 아직 오류가 발견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지식으로 분류되지만, 언제든지 오류가 발견되어서 반박될 수 있는 이론


 그래서 어느 지식이나 이론, 정보만을 가지고 확신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냉소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지 언제든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확실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느냐며 반문할 수 있다.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투자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말을 빌리자면 위험하니 길은 건너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두 눈을 가린 채 길을 건너지 말라는 의미다.


 나는 투자 자산을 관리할 때 현금 보유에 집착한다.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기가 찾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자산의 20%는 반드시 현금으로 보유한다. 시기가 좋지 않다고 여길 때는 현금 보유를 50% 이상으로 유지한다. 물론 이런 식의 과도한 현금 보유 운용방식은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방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투자 아이디어가 언제든지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하기 때문에 현금 보유에 집착하고, 반드시 지킨다. 나의 투자 아이디어가 틀렸을 때 죽지 않고 시장에 남아 있어야,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다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확신을 사전에 방지할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잘못된 확신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투자자가 확신에 빠지는 과정을 다음 네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1. 정보가 주는 함정

2. 패턴이 주는 오류

3. 최신 편향

4. 지식의 저주


더 많은 함정이 존재하지만 다음장에서는 위  네 가지만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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