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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두툼 Nov 05. 2024

우리 집 예삐


우리 집의 막내로 들어온 예삐는 여자아기 시츄였다.

태어난 지 삼 개월이 안 된 아~주 작고 동글동글 한 솜뭉치였다.

채반 위에 올려놓아도 넉넉할 정도로 작은 강아지인 예삐는, 무럭무럭 자라면서 집안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멍 짖을 줄도 모르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발라당, 핑크빛 뱃살을 보이던 강아지는,

아빠가 퇴근해 오는 시간이면 냅다 현관으로 뛰어가서 앞을 지키는 강아지였다.


출처-네이버 견종백과


지금은 아파서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요 귀여운 아이가 갑자기 우리 집에 온이유를 이십 년도 더 지나 얼마 전 알게 되었다.


바로 내 대학 눈치보기 실패 때문이었다.

공부를 잘하지도, 또 그렇다고 대학을 포기할 것도 아닌, 고등학교에 중간을 맡고 있는 애매한 성적의학생.

그게 바로 나였다.

그래서 대학도 애매한 곳의 적당한 학과는 당연히 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 과는 월급이 작다는 한마디에 취직이 용이할 것 같은 컴공과를 썼고,

대기 2번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낙방에 문을 걸어 닫고 펑펑 울었다는 내 소식을 엄마로부터 전해 들은 아빠가 딸내미가 불쌍해서 강아지 입양을 결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강아지 입양이유를 강아지도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또 그로부터 몇 년 후 우리 아빠도 돌아가시고 난 다음 친정엄마의 얘기로 알게 되었다.


지나가던 강아지를 보다가 우리 집 예삐 얘기가 나왔고, 갑자기 강아지를 왜 데려왔냐는 내 의문 때문에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ㅋㅋ


돌아가시고 지금은 안 계신 아빠지만, 커가는 아이를 보다 보면 우리 아빠가 계셨으면 손자를 정말 예뻐하셨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요즘 부모들처럼 자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주고, 아이들을 꽉 안아주는 아빠는 아니었지만 말없는 무뚝뚝한 우리 아빠도 좋은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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