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티와 청바지, 다산의 글- 나를 다시 껴안은 어느 날.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온전히 품을 수 없다.”
— 다산 정약용, 『자경문』
육아는 나를 무너뜨리기보다 나를 안에서부터 바꾸었다.
모든 것을 아이에게 주면서 나는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졌고
어느 순간 거울 속의 나는
한때 ‘나였던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다시 나를 바라보고 싶어졌다.
좋아하던 옷을 입고 싶었고
한 때의 나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시 살아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채소를 씻고 곡물빵을 굽고 당근라페를 곱게 채 썰며 하나하나 정성을 다했다.
나는 하루를 예쁘게 살아내는 연습을 했고
내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하자,
내 마음도 어쩐지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입고 싶었던 흰 티와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내 아이가 “엄마 예뻐!” 하고 말하던 순간
나는 그 말 보다
내 마음에서 먼저 피어난 따뜻함에 울컥했다.
나는 다시 나를 껴안고 있었다.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여자로서도 —
무엇보다 ‘나’ 로서 다시 살아가고 있었다.
“몸을 가꾸는 것은 마음을 세우는 첫걸음이다.”
— 다산 정약용
이제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가꾸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이 몸을 돌보고 이 마음을 들여다본다.
지금 내 삶은
아이들이 웃고 남편이 사랑해 주고
무엇보다 내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흰 티 한 장이 이토록 가볍게 나를 감싸줄 수 있다면
내 삶 또한 이렇게 가볍고 단정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안다.
나는 이제 엄마이면서도
여전히 여자인 나를 사랑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꾸기가 아니라,
지금 내 삶에 존중을 표하는 방식으로 나를 돌본다.
그래서 오늘도-
가볍게 입은 흰 티에 내 마음을 꿰어 입는다.
마치 구겨지지 않은 삶의 주름처럼
담백하게 나를 살아간다.
나는 오늘도
나를 조금 더 사랑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그 연습은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