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으로 채워가며 마음을 고치다.
우리 가족이 사는 평창동은
계절이 천천히 흐르는 동네다.
아침마다 숲의 나무 위로
햇살이 조심스럽게 내려앉고
아이들과 손잡고 나선 산책길엔
새소리와 바람결이 말을 건넨다.
서울 안에서도
이렇게 조용하고
자연을 곁에 두고 살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인 것 같다.
그날도 가족과 함께 평소처럼
천천히 동네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느 공방 앞에 놓인
작은 원목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정갈한 손글씨로-
킨츠기 金継ぎ
깨진 그릇 수리 수업.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 그림까지.
마음이 멈췄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간판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
망설임 없이 검색을 해보고
바로 공방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것은 나에게 온 조용한 ‘운명’ 같은 순간이었고
그토록 원하던 시간을 만나게 된 기쁨이었다.
킨츠기(金継ぎ)는 일본 전통 공예로
깨어진 그릇을 금으로 이어
다시 삶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작업이다.
상처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드러냄으로써
그 그릇만의 유일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것.
그 의미가 참 좋다.
살면서 우리도 그렇게 깨지고 부러진다.
사람 관계에서
육아에서
부부 사이에서
때론 나 자신에게서-
하지만
그 금이 흘러든 자리에
마음을 붙이고 나면
그 상처는 더 이상 흉이 아닌 빛이 되기도 한다.
공방은 작고 따뜻했다.
나무 냄새와 향기, 조용히 흐르는 클래식 음악-
정돈된 도구들과 향긋한 차,
그리고 무엇보다 다정한 킨츠기 선생님이 계셨다.
함께 수업을 듣는 분은
강릉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이신데
한 달에 한 번 이 수업을 들으러
서울까지 오신다고 했다.
“이 동네에 사신다는 게 너무 부러워요.”
그 말에 나는 잠시
내가 지금 얼마나 풍요로운 삶 속에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바로 곁에 이런 정갈한 시간이 있다는 건
정말 크고도 조용한 행운이니까-
그릇을 고치는 동안
내 마음도 함께 다듬어진다.
금가 있던 마음 한 귀퉁이에
작은 붓으로 조심스레 금을 얹는 기분.
한 번의 실수로 금이 삐뚤게 나가도 괜찮다.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킨츠기는 늘 그렇게 말한다.
이 시간을 지나며 나는 점점
아이들에게 더 따뜻한 말을 건네고
남편에게는
조금 더 여유로운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기를.
내 안의 조급함이 줄어들고
내 바깥의 풍경도 부드러워지기를.
그릇은 깨져야만 킨츠기가 된다.
우리 삶도 그러하다.
완벽하지 않기에-
그 상처에 금을 채워 넣을 기회가 생기는 것.
나는 평창동의 작은 공방에서
마음을 수선하고 있다.
붓을 들고
고요히 호흡하며
내 삶의 균열을 더 깊고 반짝이는 선으로
바꾸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