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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 Jun 22. 2024

혈액형

yb, 키노, 박노해

사랑하는 Earth-wide Rock band, YB의 4집 <한국 Rock 다시 부르기>에 수록된 혈액형(Blood type). YB가 소련의 락밴드 Кино(키노)의 Группа крови(혈액형)을 우리말로 번안하여 부른 곡이다. 자유와 평화를 갈망함과 동시에 반전(反戰)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전장에 나가는 군인의 절제된 심정을 표현하는 “행운을 빌어다오.” 구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YB는 말한다. “빅토르의 노래가 들린다. 싸늘한 그의 무덤 앞에 더 많은 빅토르가 모여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다. 지금도 그의 노래가 끝나지 않은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 진영에 비틀즈가 있다면 공산주의 진영에는 키노가 있다.” 키노의 리더인 빅토르 최는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2018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으로 초청된 <레토(Leto)>는 빅토르 최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냉전의 시대상을 다루고 있다. 한국 배우 유태오씨가 ‘빅토르 최’역을 맡았다. 영화를 보고 잔나비의 최정훈 씨와 배우 유태오 씨의 인터뷰를 찾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늘 가슴 아픈 일들이 많다. 지금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분쟁 지역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현실의 크기가 커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바뀌지 않는다고 고통받는 이들을 우리, 외면하지 말자. 정신분석학자인 핑콜라 에스테스는 말한다. “우리의 임무는 세상 전체를 한꺼번에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이 닿을 수 있는 부분부터 손을 뻗어 나가는 것이다. 한 영혼이 슬퍼하는 다른 영혼을 돕기 위해 하는 작고 조용한 일은 큰 의미를 갖는다.”



<나 거기 서 있다, 박노해>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아 레바논이여!


팔레스타인이여!


바그다드여!


홀로 화염 속에 떨고 있는 너



국경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피에 젖은 그대 곁에


지금 나 여기 서 있다


지금 나 거기 서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떠오른다. 또 다른 분쟁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내가 대학생이기 이전에 청년인 것처럼. 청년 이전에 사람인 것처럼.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기 이전에 지구마을 사람이다.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집회에 계속해서 함께할 것이다. 그들의 역사도 계속해서 공부할 것이다. 더불어 남북관계가 경직된 요즘,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도 알아야 한다. 영화<오펜하이머>로 유명해진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의 소장을 지내고 북한 핵시설을 방문, 연구하는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의 책을 읽고 있다. 관련된 여러분의 이야기가 있다면 기꺼이 들려주시라.



덧붙여서 : 나는 러시아 문화 문외한이다. 뒤늦게 도스토옙스키와 솔제니친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게 되었다. 배낭여행을 할 무렵, 바르샤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 가지 못한 것은 한으로 남았다. 훗날 빅토르 초이 추모벽 앞에 서게 될 날을 기다린다. Цой жи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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