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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Nov 10. 2023

약간 무식한 글쓰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조금 무식하게 글을 쓰고 있구나. 닥치는 대로 글을 쓰고 있구나. 그리고 기계처럼 쓰고 있구나. 하지만 그게 싫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추구했던 삶의 방식과는 많이 다른 글쓰기를 하고 있다. 무식한 건지 무모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글쓰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5시 55분 알람이 울린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미라클 모닝 단톡방에 굿모닝 인사를 남긴다. 인사를 나누고 각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 '굿모닝'이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새벽이 외롭지 않다. 우리는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같은 새벽을 공유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다. 내가 읽고 있는 동안 다른 작가님들도 읽고 계시겠구나 생각하면 갑자기 든든한 마음이 든다. 새벽시간을 활용해야만 하는 엄마들의 고단함과 잠을 줄여서라도 나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도 느껴진다. 




컴퓨터를 켜고 마음에 드는 제목의 칼럼을 찾아 필사를 시작한다. 평소에 쓰지 않던 문장과 단어를 만난다. 글의 흐름을 보는 연습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다다다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면 글이 잘 써진다는 착각을 한다. 필사는 천천히 꾹꾹 눌러서 문장을 음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칼럼 필사를 속도감 있게 하다 보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느껴져서 좋다. 




칼럼 필사로 예열을 하고 바로 브런치에 들어와 글을 쓴다. 글을 한편 필사했으니 머리도 마음도 살짝 나의 글 실력에 속고있다. 키보드의 감각을 그대로 옮겨 나의 글을 쓴다. 이미 손가락 운동이 끝났으므로 생각보다 편하게 아무 말이나 시작할 수 있다. 첫 문장으로 뭘 써야 하나 어떤 글감을 써야 하나 이런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일단 움직였던 손가락의 감각에만 충실한다. 쓰고 나서 너무 이상한 글이면 서랍에 넣어두면 되니깐 이럴 때는 브런치가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틈틈이 책을 읽는다. 글에 집중하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책만 읽으면 글을 쓸 시간이 없다. 초보의 글쓰기는 이래서 더 어렵다. 그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는 독서모임이 도움이 된다. 마감이 글을 쓰게 하듯, 독서모임이 책을 읽게 한다. 같이 글을 쓰는 작가님이 초대해 주신  '다독다독' , 내가 어려워하는 고전을 읽는 "고전 독파' 온라인 모임, 만춘 서점에서 하는 '지금부터 북클럽'도 있다. 일단 3가지를 병행하면 전혀 읽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읽게 된다. 모두가 오랫동안 독서를 하셨던 분들이라 추천해 주신 책을 읽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생각해 보니 평범한 날도 6시간 이상, 글쓰기 수업이 있으면 9시간 이상 책과 글에 빠져있다. 이건 약간 무식한 행동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시간이 싫지 않았다. 

얼마 전 글쓰기 수업에서 에디터님이 "글쓰기 재밌어요?"라고 물으셨는데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이제는 글쓰기를 즐기게 된 것이다. 시간을 쌓아가는 일이 좋다. 글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매일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글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최면을 걸어본다. 


오늘도 무식하게 글을 쓴다. 이럴 땐 좀 무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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