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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Dec 18. 2023

첫눈이 들려준 이야기.



어제는 눈이 우걱우걱 소리를 냈다.

눈이 내 발자국을 먹고 있었다.



오늘은 뽀득뽀드득 소리가 났다.

눈이 껍질이 매끈한 디저트를 먹나 보다.

아니면 탕후루의 설탕이 빠직- 하며

부서지는 소리일까.



하얀 눈을 바라보며

경계 없는 길을 걸었다.

발자국이 생기면

그곳이 다시 길이 되어 준다.



하얀 백지 위로

밤사이 다녀간 동물의 흔적

뱅그르르 돌아서

반대쪽에서 바라보니

하트 모양이다.



언덕 위에 올라

똑같은 양으로

겹겹이 이불을 덮은

자연을 만끽한다.



의자 위에는 하얀 방석

테이블 위에는 하얀 테이블 보

나무에도 꽃잎에도

하얀 솜 이불이 덮여있다.



가보지 않은 길로 발걸음을 옮겨

나무가 손짓하는 곳으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가 보았다.



빨간 열매가 가득했고

바닥에 쌓여있던

하얀 눈이 거기에도 있었다.



지나가는 새들이

하얀 눈송이를

내 머리 위로 꽃가루처럼 뿌려준다.



나에게 닿기도 전에

물이 되어버린 눈.



아침에 만난 눈은

밤사이의 이야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눈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귓속말로 전해주는

어젯밤 이야기.



그래서 그 동물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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