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라는 수련장에서 배운 것들
다음 주면 설 명절이다.
겸사겸사 준비했다며 내미는 디저트 상자에 고마움과 감동도 잠시, 매번 받아서 어쩌지라는 고민이 따라 올라온다.
감사하게도 나는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고 좋은 관계들을 잘 유지하고 있다. 넘치는 사랑을 주는 가족이 있고, 때로는 가족보다 더한 마음으로 늘 챙겨주고 아껴주는 친구들이 있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 귀한 인연이 된 분들도 많다. 과하지 않게, 선을 넘지도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나를 존중해 주고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며, 부족하기 짝이 없는 현생(現生)의 ‘나’라는 인간을 온전함으로 채워주는 인연들이다.
아침에 예쁘게 담긴 디저트 상자를 열어보고 나는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빚쟁이 인생이야”
좋은 관계가 가져다주는 충만함이 있다. 특히 마음공부를 하면서부터는 더 그렇다. 나는 ‘나’라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내가 맺는 모든 관계들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채워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어떤 진실을 조금씩 실감하게 된다. 내가 따로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닿아 있고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삶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물론 삶이라는 여정에 좋은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좋은 관계보다 불편한 관계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단지 지금의 나는, 나쁜 관계보다는 좋은 관계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14편에서 이야기한 ‘주의를 기울이는 곳에 세상이 모인다’는 원리는 혼자만의 마음공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에서의 ‘클릭’은 화면보다 빠르고 직접적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 답장 한 줄, 표정 하나, 작은 변화에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그 반응이 쌓여 관계의 피드가 되고, 결국 ‘나’라는 사람이 가진 관계의 결을 만든다.
이번 편부터는 그동안 글로 정리해 온 ‘의식이 나를 통해 드러내는 삶’을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통합할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그 첫 이야기로, 관계를 통해 내가 배운 것들을 나누고 싶다. 그 배움은 ‘좋은 관계’에서만 온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불편한 관계, 흔들리는 관계, 내가 나로서 덜 단단해졌던 순간들이 나를 더 많이 일깨웠다.
1. 내가 보내는 에너지는 돌아온다.
카티: 그럼 내 곁에 있는 이유가 뭐야? 대답해 봐
프레데릭: 당신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이지. 날 웃게 만드니까.
항상 날 존중해 주고 기분 상하게 하지도 않고…
게다가 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게 멋진 세상을 꿈꾸게 하고...
마치 내가 근사한 남자가 된 것처럼 날 으쓱하게 만들거든.
- 프레데릭 페테르스, [푸른 알약] p94
회사를 다닐 때,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혼자 삭이다 회복이 잘 안 되면 나는 하소연할 곳이 없어 친한 친구들 단톡방에 도망치듯 들어가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고 너무 힘들다며 푸념과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친구들은 보통 ‘왜 그래, 너무했네’하고 받아주며 위로하고 공감해 줬다. 그날도 나는 그런 반응을 기대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한참 아무 말이 없다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 아는 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대. 우리보다 겨우 한 살 많고 아이들도 있는데. 살아 있는 게 어디야, 불평불만은 의미 없어."
순간 기분이 상했다.
‘나는 지금 잠깐의 위로가 필요할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말하지?’
그런데 잠깐 멈추고 보니 다르게 보였다. 숨 쉴 구멍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나의 문장들은 쉽게 ‘불평’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내가 보낸 부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컸겠구나 싶었다.
친구의 메시지 이후 지속되던 정적을 깨고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해. 내가 너무 불평불만만 늘어놓았네.’
친구는 오히려 당황하며 그런 뜻이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그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친구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어떤 모임에서든, 사람을 만나든, 누군가의 험담을 하거나 힘든 얘기만 계속하면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곤 했다. 그 사람을 싫어하거나, 그 모임이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부정적인 에너지에 머무는 시간은,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헤어지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고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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