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가 보여준 ‘기억해냄’의 세계

네 번째 쉬어가는 이야기 – 유령은 없었다, 다만 의식이 있었다.

by 하우주

*이 글은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의식’의 세계를 개인적으로 해석한 내용입니다. 영화의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We used to look up at the sky and wonder at our place in the stars. Now we just look down and worry about our place in the dirt.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 사이 우리 자리를 궁금해했다. 이제는 그저 땅을 내려다보며 흙 속 우리 자리를 걱정할 뿐이다.
- 영화 『인터스텔라』 중, 쿠퍼의 대사


살아남느라, 살아있음을 놓치는 날들

영화 『인터스텔라』를 다시 봤다.

영화 속 지구는 황폐하다.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NASA는 숨겨졌고, 달 착륙은 가짜라고 가르친다. “우린 농부가 필요해. 엔지니어가 아니라.”

먹고사는 게 전부인 세상, 올려다보는 일이 사치가 된 세상이다.


영화 도입부의 그 문장이 오래 남았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먹고, 일하고, 평가받고, 성과를 내느라, 의식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산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살아남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살아있음” 자체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령이 아니라, 신호였을지도

어린 머피는 말한다.

“유령이 있어요.”

책이 떨어지고, 먼지가 이상하게 움직이고, 시계 초침이 뭔가를 말하는 것 같다. 아빠 쿠퍼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유령 따위는 없다고, 그건 우연이거나 기분 탓일 거라고.

그런데 영화 끝에서 그 유령은 아빠였음이 밝혀진다. 5차원 테서랙트에서 쿠퍼가 필사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 여기 있어. 제발 알아봐 줘.” 하지만 3차원에 사는 머피는 그걸 읽어낼 방법이 없었다.


나는 그 장면에서 ‘의식’을 떠올렸다.

어쩌면 의식도 그런 것 아닐까. 의식은 늘 우리와 함께 하며 우리를 두드리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우연’, ‘컨디션’, ‘이상한 느낌’ 같은 말로 덮어버리며 지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바쁘고 소란해서 그 언어를 듣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그 ‘두드림’이 가능해지는 배경을 보여준다. 시간이 우리가 믿는 방식으로만 흐르지 않는 곳, 테서랙트가 나온다.


시간의 방 안에서, 의식을 잊는다

테서랙트에서 쿠퍼가 보게 되는 장면은 낯설지만 선명하다. 어린 머피, 청년 머피, 중년 머피 - 모든 시간의 머피가 동시에 존재한다. 거기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펼쳐진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 장면이 낯설지 않았다. 언젠가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의 저자 아니타 무르자니가 국내 어느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파트 같은 공간에 여러 시간대의 우리가 층층이 존재한다”는 식으로 말했던 장면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인터뷰를 보며, 나는 고층 아파트 각 층마다 놓여 있는 나의 여러 순간들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우리는 늘 “의식을 찾아야 해”, “깨달아야 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의식은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내가 다섯 살이었을 때도,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의 나에게도 의식은 늘 같은 자리에서 존재해 왔다.

단지 우리는 물리적으로 흐르는 시간이라는 한정된 틀 안에 갇혀, 늘 함께 있는 의식의 세계를 잊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의식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원은 밖에서 오지 않는다

영화의 반전은 또 있다.

브랜드 박사가 영화 중간중간 언급하던 그들(They)의 존재. 인류를 구하러 온 “그들(They)”이 결국 “우리(We)”였다는 사실이다. 외부의 누군가가 와서 손을 내밀어 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인류가 과거의 자신에게 다리를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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