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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곳 Jan 06. 2024

베트남 사무실에서 먹은 간식 Zip

덜 익은 망고와 고구마 튀김

23살 국문학도 여자의 베트남 1년 살이 프로젝트  

열 번째 이야기




베트남 직장인들은 간식으로 뭘 먹을까.

그전에 일단 베트남 직장인들의 문화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베트남 직장 문화는 우리나라의 90년대, 2000년대 직장 문화와 꽤 유사하다. '가족'같은 분위기를 강조하고, 워크샵과 체육대회 등 단합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도 매년 진행한다.


어쩌면 사무실은 그 때보다 더 개방적일 수도 있다. 복장 자유, 머리스타일 자유. 내 옆자리 앉던 동료의 머리 색이 파란색이었다고 표현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 건물 바로 뒤에 나름 큰 시장이 있었는데, 우리는 늘 점심 시간 이후에 졸릴 때쯤 (2-3시) 내려가서 간식거리를 하나씩 사오곤 했다. 그리고 그걸 가운데 책상에 펼쳐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먹었다.


주로 어떤 메뉴가 있었냐면...



1. 과일



직장 동료 누가 싸 온 토마토도 공용의 것이 된다. (때로 내가 싸온 토마토도 공공의 것이 되었다.) 하노이에서만 나는 귀한 귤이 사무실에 선물로 들어오면, 직원들이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가졌다. 나에게 귤이 뭔지 설명해주는 동료에게, 이건 한국에도 있다고 웃으며 답한 기억이 난다.


제일 많이 먹은 과일은, 덜 익은 망고인데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아삭아삭한 그린 망고를 10개 쯤 사와서, 한 사람이 손질해 큰 쟁반에 잔뜩 쌓아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씩 집어먹는다. 그리고 호치민 사람들은 매운 소금에 그린 망고를 찍어먹는데, 나는 그냥 생으로 먹는 걸 더 좋아했다.



2. 튀김



시장 골목에는 없는게 없다. 그 중 가장 단골집은, 튀김 집이다. 얼마나 오래 사용한건지 예상할 수 없는 기름에 튀겨져 나온 바나나, 고구마, 망고 튀김은 우리의 최애 간식이었다. 한번 다녀올 때면, 봉투가 찢어질 정도로 많이 사가지고 올라와서는 휴지를 깔아놓고 나눠먹었다.



내 동료들은 바나나 튀김을 진짜 좋아했는데, 나는 고구마 튀김 파였다. 아무튼 튀김을 간식으로 먹는 날에는 따로 저녁을 안먹어도 될 정도로 배가 든든했다.



3. 회사 신제품


회사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원들이 한번 씩 맛볼 수 있었는데, 나는 그 시간이 제일 설렜다. 아직 시장에는 나오지 않은 제품을 먼저 먹어볼 수 있다니..!!

물론 맛보기 정도라 양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졸음이 쏟아질 오후 근무 시간 중간에 도착하는 제품들은 빛과도 같았다.



4. 다양한 음료들



베트남은 음료가 진짜 다양하고, 특히 음료 배달 문화도 엄청 발달되어있다.

한때 사무실을 휩쓸었던 소금 커피의 유행에 올라타기도 했고,

상무님 카드 찬스로 온 직원이 버블 밀크티로 기뻐한 적도 있었다.

시장에서 막 짠 찐 생과일 주스와 신또까지.




사무실에서 먹던 간식이 생각나, 집에서 시켜먹은 적이 있었다. 그치만 그럴 때마다 실망하곤 했다. 사무실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안났다.

사무실 간식이 유독 달고 더 맛있었던건, 간식 때문이 아닌 함께 먹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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