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함 극복 프로젝트 : 一日 一筆
30.08.2024
一日 一筆
방에 에어컨이 없다는 이유로 두 달 동안 거실 생활을 했다. 방문을 닫아두고는 옷 갈아입을 때, 여행 짐 쌀 때만 몇 번 들어가기만 했지 머문 기억은 없다.
처서(處暑)가 지나고 날이 풀리자, 내 방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느끼고 있는 '독립에 대한 열망'이 거실살이로부터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살이를 하면 일단, 개인 공간 유무에 따라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뀐다.
가장 기본적인 기상, 취침 시간을 가족들한테 맞춰 살았다. 7시간 정도의 숙면은 확보되어 있어야 하는 몸뚱이라, 늘 11시쯤에 자고 6시에 일어났다. 반면 거실에 나와 살면서는 새벽 1시에 잠들고 다음날 8시에 일어났다.
공부나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도 카페 나가지 않는 이상, 진득하니 거실에 앉아 그 일들을 마무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해야 할 일들이 계속 밀리고 마감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패턴이 깨지고, 하루의 시작이 밀리니 '게으름'이라는 키워드가 내 머릿속에 꽂혀버렸다. 몇 시간 차이로 난 게으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 대한 불만이 무기력함에 시작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부모님의 조언도 잔소리 같고, 그 모든 상황들이 불만스럽게만 여겨졌던 건 나 스스로가 나의 하루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시원한 바람과 큰 통창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책상에 앉았다.
내가 직접 고른 책상과 의자. 스탠드와 책장들. 그것들 사이에 남아있는 예전 나의 열정과 기대가 느껴진다.
다시 이 자리에 앉아 달려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