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사랑의 꿈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애절한 음색이 매력적인 가수 박원의 <노력> 중 한 구절이다. 식어가는 사랑을 어떻게든 책임지려는 이의 안쓰러운 분투를 ‘안 되는 꿈을 붙잡고 애쓰는 사람처럼 우리의 사랑을 노력해 보았다’라는 이 가사보다 어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과 ‘노력’은 요즘 내 주변을 얼쩡거리는 단어다. 업무 중에도 문득 떠오르고, 하루 중 얼마 없는 멍 때리는 시간에도 자꾸 찾아온다. 이 단어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면서 3년 전 제자의 말이 떠올랐다. 교직 생활 8년 동안 만난 제자 중 가장 소중한 10인 안에 드는, 함께한 2년 동안의 일을 기록하면 책 10권은 나올 만큼 아주 다이내믹한 교직 생활을 만들어준 그 아이의 말.
“선생님은 노력하면 다 된다고 생각해요?” 학교 선생님들이 제일 힘들어했던 이 아이의 질문에 나는 ‘아니. 어떻게 노력한다고 다 되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은 학교이고 난 교사임을 생각하며 “웬만한 건 되지. 죽은 사람 살리는 것처럼 우주 질서를 거스르는 것 말고는...”이라 말하며 끝을 흐렸다. 진심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나의 거짓된 마음을 알아챘는지 아이는 “아 그래요? 흠...”이라 하더니 다시 개구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후회될 만큼 그때의 내 대답은 나답지 않았다. 그 아이의 생각은 어떤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들었어야 했는데. 자기가 가진 사랑을 다 나눠준, 내가 지금껏 받지 못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준 그 아이에게 했어야 하는 말치고는 너무도 형식적인 답이었다.
그때 이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며 나에게 ‘노력하면 다 되는가?’를 물었는지 이젠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때 전하지 못한 나의 사랑을 교훈 삼아 당분간 이렇게 주문을 외우며 나의 삶의 태도를 바꿀 것이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된다!’ 말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나를, 너를,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하늘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0살 넘게 많은 나에게 큰 깨우침을 준 너에게, 졸업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랑둥이 너에게 이 곡을 들려주고 싶다.
헝가리 작곡가 리스트의 <사랑의 꿈>.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이 피아노곡은 사실 시에 음악을 붙인 가곡이었다. 리스트가 생각한 사랑은 어떤 모양이었고 그의 ‘사랑의 꿈’에선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을진 모르지만 곡을 감상하며 시의, 가사의 일부를 함께 보면 자신만의 ‘사랑의 꿈’을 그려 보자. “오, 그대여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언젠가는 그대도 무덤에 묻힐 날이 오리라. 그대의 심장이 불타올라 마음속에 품은 연정 그것을 사랑하라. 그대가 무덤가에 서서 애통해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대는 무덤가에 무릎을 꿇고 슬피 눈물 글썽이며 더 이상 그 사람을 볼 수가 없게 된다.” 박원에겐 미안하지만 이 음악을 들으며 다시 되뇐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건 말이 된다. 사랑을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