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으로 생각하기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아이들의 작은 발걸음 소리에도 귀가 커지는 아랫집의 층간소음 신고에 시달려 1층으로 이사를 왔건만.
구축 아파트 1층의 습기, 벌레, 곰팡이와의 싸움은 쉽지 않았던 것. 특히, 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바로 앞에 놓인 우리 집은 거실 베란다 문을 열기만 해도 사람들 소리가 꽤나 많이 들려왔었더랬다.
열심히 임장을 다닌 결과, 다행히 좋은 집을 계약할 수 있었고 이사 갈 날만 기다리는 중이다.
어젯밤, 환기 차 열어두었던 베란다 창문을 닫는데 역시나 산책하는 아주머니들의 수다소리가 거실 안쪽까지 내리꽂는다. 소음에 유독 예민했던 내가 한 마디 했다.
"아, 여기는 1층 중에서도 좀 좋지 않은 위치에 있어. 이사 갈 곳은..."
투덜댐을 계속하려는데, 거실 책상에서 수학문제를 풀던 열 살 아이가 급히 내 말을 가로막는다.
"엄마, 아니지 아니지. 여기도 좋은데 거기는 더 좋은 거야. 그렇지?"
.
.
순간 머릿속에 작은 종이 땡. 하고 울렸다.
줄줄이 이어질 불만들이 마법처럼 휘리릭 사라져버렸다.
아이는 말을 잇는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좋은 점도 있잖아. 길이 잘 나있다는 거고, 또 무섭지도 않고. 그치? 그치?"
마치 나의 동의를 기다리는 듯 내 눈을 빤히 바라본다.
"어. 어. 맞네. 맞아. 여기도 좋은 점이 많네. 엄마도 외진 곳은 안 좋아해.
고마워. 덕분에 엄마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네. 헤헤."
그제야 아이는 씽긋 웃더니, 책상 위로 시선을 돌려 다시 사각사각 연필을 굴린다.
불평불만으로 꽉 눌려있던 탓이었을까. 꽤나 답답했던 내 마음도 스르르 풀렸다.
1층으로 이사 왔을 때의 좋았던 점들이 다시 떠올랐다.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해졌다.
아침 다이어리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라고 적어놓고선 투덜 댈 거리만 찾았다.
심지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일상의 순간들에서 무엇을 택할 건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오늘도 꼬마 철학자에게 한 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