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운영파트를 맡게 됨과 동시에 가장 걱정스러웠던 업무가 있었으니, 바로 '퇴직면담.'
인사기획업무를 할 때의 퇴직은 KPI 계산을 위한 숫자로만 마주했다. 실제 직원의 손에 들린 퇴직원을 보고 면담을 직접 진행해야 한다니 막연한 두려움만 앞섰다.
어느 날 갑자기! 사무실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링-
"안녕하세요. 인사운영팀 김지유 대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영업팀 박혜민 주임이라고 하는데요."
"아, 네. 말씀하세요."
"저.. 퇴직면담을 해야 한다고 해서..."
아, 올 것이 왔나.
"네!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지금.. 바로 가도 될까요?"
"네, 가능합니다. 올라오실 수 있으세요?"
라고라고 라? 퇴직면담을 어떻게 하는 지도, 뭘 주의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지금 올라오라고? 으이구. 이 사람아. 자책해 봤자 아무 소용없었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전임 파트장은 부재다. 그럼 누구한테 물어보나. 안 되겠다. 한 과장님? 과장님도 안 계신다. 인수인계받을 때 설명했던 서류들을 떠올려 보자. 퇴직원 양식, 면담 정리... 퇴직자 정리사항... 또... 또...
하는 사이, 책상 위에 하나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리저리 널뛰던 생각들 일시정지.
"저... 김지유 대리님?"
"아, 네."
"방금 전화드린 박혜민 주임입니다."
"아! 네!... 일단 저 쪽으로 가실까요?"
도대체 눈알을 1초에 몇 번이나 굴린 것인가. 손에 땀은 왜 이렇게 나는 거냐. 진정 좀 해라 심장아. 후아. 후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회의실로 향하는 사이 무엇을 할지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그래, 일단 자리에 앉아서, 퇴직원을 받고, 정보를 확인하고, 면담을 한 후... 하.....'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박 주임님과 마주 앉았다. 손에 보니 몇 장의 서류가 들려있다. 그 종이들을 나에게 들이밀며 먼저 말을 건넸다.
"이거..."
"아, 퇴직원이요. 네, 음. 잠시만요. 볼게요. 아, 퇴직일이 바로 다음 주이시네요?"
"네, 이직하는 회사에서 입사를 빨리 하길 원해서요."
"네... 남은 연차는 확인하셨고요?"
"네, 연차는 11일 남았는데, 다 쓰지 못하고 가서 수당으로 받으려고요."
"아.. 네.."
사실 수당으로 받고 뭐 고도 모른 상태였다. 정말 한심스럽게도.
직속상사 면담 란을 보니, 한 줄 달랑 적혀있었다. '타사 이직.'
퇴직사유는 확인했고... 다음은..
재빨리 다른 종이로 넘겼다.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앞섰는지도 모른다.
다음 페이지에는 '퇴직자 정리사항'. 사무실 전화기, PC, 법인카드, 사원증 등이 적혀있다.
"마지막 출근일 하루 전날에 여기 적혀있는 물건들을 각 담당 부서에 반납하신 후, 싸인 받아서 다시 제게 주시면 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쿨하면서도 해맑게 처음 본 박 주임님과 첫 퇴직면담을 마쳤다. 회의실 문을 열고, 인사를 하고, 내 자리로 걸어가는 동안 '에이, 별 거 아니잖아.' 하면서도 내심 뭔지 모르게 찝찝한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책상 의자에 앉아 손에 들린 퇴직원 가만히 바라보고 나니 그제야 박 주임님의 표정이 스쳤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던 머뭇거리던 모습과 함께.
그로부터 세 달간 박 주임님이 퇴직한 팀에서 한 개의 퇴직원이 추가로 접수되었다. 또 다른 한 명은 병가를 간단다. 사유는 정신의학과 치료 요망.
그렇다. 그 팀의 팀장은 실적 압박으로 유명한 분이었다. 최근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실적 또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고, 팀원들은 매일 팀장으로부터 추궁을 받아왔다고 한다. 밤낮없이, 하루 24시간 내내.
팀장 본인도 그렇게 커 왔고, 팀장의 자리까지 오르는 동안 그의 언행에 누구 하나 브레이크를 밟아 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 작은 공간은 숨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직원들은 도망갈 생각만 해왔던 거다. 병가를 낸 직원은 팀장에게 '바른말'을 했다가 소위 말하는 찍혀버렸던 것이고.
순간 머리가 멍- 해졌다.
'내가, 그 시작을 막을 수 있지 않았.. 을까.... 그때 박 주임님과 면담을 제대로만 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왜 퇴직을 하려고 하는지,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 말고 더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앞으로 계속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인사에서 지원해 줄 점은 없는지...'
행정적인 절차만 기계처럼 '처리' 했던 얼마 전 나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박 주임님에게도, 남아있던 팀원 분들에게도 죄송한 마음까지 일었다...
퇴직 면담하는 방법을 부단히 찾아보았다. 책, 아티클, 유튜브 영상까지. 상대방이 긴장하지 않고 속 마음을 편히 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상담 기법까지 공부했다. 퇴직면담 할 때의 마인드, 말투, 자세, 질문 항목도 정리해 뒀다.
이제 퇴직면담 메일이나 전화를 받으면 일단 시간을 벌어둔다.
인사시스템에 접속해 어디 소속인 지, 소속 팀장의 평판이 어떤 지, 입사일, 전배일, 고과, 주소까지 살펴본다. 퇴직하려는 사유가 무엇일지, 어떤 말을 할지 미리 시나리오를 예상해 두기 위해.
퇴직면담에서 확인된 회사의 제도, 분위기, 리더십에 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차곡차곡 정리해 둔다. 퇴직통계 보고 시 부단히 이슈를 제기했고 개선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났다.
한 번은 퇴직면담 중 눈물을 보인 분도 계셨다. 맞벌이 부부인데 아이가 갑자기 아프게 케어가 필요하다며. 일을 잘해오신 분이라 더욱 안타까웠다. 단축근무 등 제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말씀드렸고, 그 퇴직원은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실제 퇴직이 되돌려지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일 것이다. 퇴직면담 하나로 회사가, 조직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한 사람이 그동안 하루 여덟 시간 이상 삶을 살아온 한 공간을 그만두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큰 결심을 했을 것인가. 그리고 그 회사와의 마지막 면담이니. 정성스럽게 임해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심을 다해 듣고 묻고 또 듣는다.
[퇴직면담 가이드라인]
1. 기본원칙
- 비밀 유지 확약: 면담 내용은 익명으로 처리되며, 인사 고과나 평판 조회에 불이익이 없음을 명확히 고지하여 솔직한 답변을 유도합니다.
- 비난 금지: 퇴사 사유를 들었을 때 변명하거나 퇴사자를 설득하려 하지 마세요. '경청'이 최우선입니다.
2. 면담 질문
질문은 '예/아니오'보다는 열린 질문(Open-ended questions)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퇴사 결정 계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혹시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시면서 퇴직을 해야겠다 라고 처음 느끼셨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2) 직무 및 환경: "실제로 일을 해보신 분만 알 수 있는 고충이 있을 것 같아요. '이 업무 방식만은 후임자를 위해서라도 꼭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었나요?", "업무를 하시면서 '회사가 이런 점만 더 지원해줬더라면 내가 훨씬 더 성과를 냈을 텐데' 하고 아쉬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3) 조직 문화 및 관계: "사실 직장 생활에서 사람이 가장 힘들 때가 많잖아요.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웠던,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나 소통의 갈등이 혹시 있으셨나요?", "우리 팀의 분위기가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솔직히 더 수평적이고 즐거운 팀이 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4) 마무리 및 제언: "마지막 조언이 우리 회사에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경영진이 '이것 하나만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현장의 목소리가 있을까요?"
참고) 면담할 때는 필기를 최소화 하고 (기록한다고 느낌), "아, 그러셨군요.." 와 같은 공감을 해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퇴사자가 면담을 거부하거나 대면을 부담스러워한다면, 구글 폼 등을 활용한 설문조사(Exit Survey)를 먼저 실시한 후 필요에 따라 면담을 진행해도 좋습니다.